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랑 Jan 03. 2023

새해는 서른번째지만 이렇게 따뜻한 핫팩은 처음이야

"새해니까 영어 공부 해야지", "운동해야지"라며 한껏 뜨거운 열정이 나의 10대,20대를 휩쓸고 지나갔다. 목표를 세우는데 한달 꼬박 시간을 써서 세우기도 했고, 1월 1일 부터는 하루도 놓치지 않고 목표를 이루어보겠다고 한겨울에도 침대를 박차고 뛰어 나가 올 여름을 위해 줄넘기를 돌리기도 했다. 아, 불타는 연애를 할 때는 추운줄 모르고 해돋이를 보러 밤을 꼬박 새며 바다도 다녀왔나보다. 




2023년 서른번째 새해, 눈을 뜨니 이미 1월 1일의 반나절이 지나갔다. 이런. 달콤해. 이것이 바로 어른의 사치라는 생각에 기지개 켜며 일어났다. 


밥 먹기도 귀찮고, 남은 시간 잘 살아보고자 켠 컴퓨터. 이런. 고객사의 긴급 연락. 그럼 그렇지. 새해라고 달라지는 건 없고, 1월 1일도 그저 월요병이 찾아오는 일요일에 불과 했다. 


정신 없이 상황을 수습하고 한숨 돌리며 옆을 보니, 2022년 마지막을 불태워준 핫팩이 눈에 띄었다. 와. 진짜. 세상에 내가 써 본 핫팩중 가장 뜨거웠고, 오랜시간 따뜻했다. 아니, 나 핫팩을 써본적이 없던가? 


이 핫팩은 아니지만, 그 때 온기를 기억하고 싶어 1월1일 기념 하나 뜯어봤다.


계절 감각 상실하고 외출을 한 내게 건내준 핫팩을 들고 집가는 길. 엉덩이가 불타듯 뜨거워 불이라도 붙었나 싶어 손으로 더듬더듬. 앗? 핫팩! 바지 주머니에 넣어둔 핫팩이 시간이 갈 수록 뜨거워져서 온 몸이 따뜻해지는 착각이 들게 했다. 그렇게 집에 도착해서까지, 뜨거운 핫팩을 놓기 아까워 꼭 껴앉고 잠들었다. 


1월 1일 발견한 식은 핫팩을 보며 몇번이고 감탄을 했다. 사소한 것에 놀라는 나에게. 

그리고 아직도 일상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놀라움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서인지 그날 손에서 잠들며까지 뜨겁게 타오르던 핫팩의 열감이 아직도 손에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나 정말 붙이는 핫팩 말고, 흔들어 쓰는 핫팩을 써본 기억이 없단 생각이 들었다. 빨리 식어 사라지는 그 핫팩에 쓰는 단돈 500원 1000원 조차 아까워 했던 것 같다.  




"내 인생, 지금부터야!"라고 외치지만 20대 마냥 지금 이 순간을 불태우지 못하며 맞이한 새해에였다. 첫날 부터 과하게 움직이면 못지킬테니까, 일단 자고 보자. 등산과 해돋이는 이 추운날 부질없지라며. 


급한 불을 끄고, 누가 찬물이라도 끼 얹은 듯 한 껏 차분해졌다.

그리고 어느 덧 딱딱하게 식은 핫팩을 쳐다봤는데, 식더라도 그 순간 기억 될 수 있는 핫팩이 꽤나 좋아보였다. 그래서 다이어리를 펴고, 당장 지금 이순간부터 매일 할 것을 적었다. 


- 1일 1글 

- 암워킹 10번 X 2세트 (하루 10분!)

- 물 2L 마시기 

- 영양제 챙겨먹기 (이 중에 이게 제일 어렵다) 

- 책 50권 + 성경 (이 66권이니까) 합쳐서 100권!


"아씨, 나 바빠도 이정도는 매일 할 능력 되지 않아? 해보면 되는거지 안되면 안하고! " 그렇게 그냥 급발진 해서 2023년도 마치 하루하루를 따뜻한 핫팩 마냥 태워볼까 한다. 재밌잖아. 못하면 못하는대로, 하면 하는대로 해보겠다는 내 모습도. 


벌써 서른번째 새해인데, 왜 나는 또 설레는걸까.

아닌 척 외면해도 매해 지난 첫사랑을 떠올리듯 미묘하게 설레이는건 어쩔 수 없나보다.


올해도 내게 핫팩 같은 일이 있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번개,콜?" 이젠 어려운 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