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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기장 Dec 28. 2023

이래도 싫고, 저래도 싫어.

실은 의지하고 싶어.

  현실적인 문제들로 압박감을 느끼는 요즘이다. 어디에 이야기하기 부끄럽지만 친구 따라 작게나마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물린 상황이다. 막판까지도 부동산으로 투기하는 것은 실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거라 반대했지만, 너도 나도 뛰어드는 상황에 나도 한번 편승해 보자 했다가 후회 중이다.

  살아오면서 나의 걱정들은 보통 감정적인 문제였다. 동료와의 관계, 이성관계, 주로 관계의 문제였다. 그런 것들은 시간이 해결해주기도 하고 다른 관심사가 생기거니 생각을 달리하면 풀리는 문제들이었다. 그런데 현실적인, 돈과 관련된 문제에 처음 처하니 상황이 달랐다. 스트레스를 받아 몸이 아파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시로 바뀌는 상황에 계속 대출이자를 계산하고 세입자와 조율이 필요했다. 이럴 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공부가 필요했다.



  주변 친구들의 반응은 세 가지로 나뉘었다. 어떻게든 잘 될 거라 낙관적인 친구, 잘 알지 못하면서 나보다 걱정이 많은 친구, 현실적인 조언을 주며 이렇게 저렇게 해보라는 친구. 마지막 친구가 나에게는 가장 도움이 되었지만 무엇도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

  어떤 유형의 친구든 '네가 대신해 줄 것도 아니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결국에 내게 위로는 대신해 줄 사람이었다. 나를 위해 조율을 해주고, 나와 함께 부동산에 가주고, 제도적인 것을 꼼꼼하게 찾아줄 사람. 나는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었던 거다.

 


  그렇다고 나는 의지를 잘하는 성격도 아니다. 오히려 나는 독립욕구가 강한 사람이었다. 언젠가 집단 미술치료를 받았을 때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반복적으로 강한 독립 욕구가 나타난다. 강한 독립 욕구는 오히려 강한 의존 욕구를 의미한다.'라고. 이론적으로는 이해했지만 마음엔 전혀 와닿지 않았다.

  오히려 의지했다가 그 사람 없이 못 살게 될까 봐 두려워하는 사람이다. 주변에 의지하는 사람들은 이 사람이 없어지면 다음 사람을 찾아 의지하곤 했다. 그러면 내가 바로 서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된다. 너무 많이 의지할까 봐 걱정해 온 것은 어쩌면 맘껏 의지하면 완전히 의존해 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줏대 있고 기둥이 단단한 자아가 강한 사람인가? 그건 또 아니다. 내가 혼자 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결론적으로 나를 더 휘둘렀다. 사람들이 주는 얕은 정보에 수없이 흔들리고, 맞는 정보인지 스스로 찾아서 결정해야 한다는 압박감. 차라리 확실하게 의지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 사람의 말을 믿고 그 사람이 자기 일처럼 도와주기를 요청하고 기대했을 거다. 그러나 나의 얕은 기대들로 '너는 알아서 잘하잖아. 열심히 해봐.'라는 이야기만 들을 뿐이다. 많이 도와주지 않아도 되는 사람으로 남아버리는 것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 기댈 수 없다면 어떤 위로도 소용이 없는 것 같다. 기대고 싶은 마음이 충족되지 않아 만족스럽지 않은 위로들을 다 내친다. 겉보기에는 마치 어떤 위로도 먹히지 않는 히스테릭한 사람이지만, 실은 온전히 의존하고 싶은 욕구들이었던 거다. 이제는 조금씩 의지하는 연습들이 필요할 것 같다. 의지하여 든든한 사람을 내 주변에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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