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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기장 Jun 28. 2023

나의 경계 스스로 설정하기

갈등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기

  평소에는 상대방의 언행을 아무렇지 않게 아무 감정 없이 넘어가다가, 나의 임계치가 넘으면 그전 일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단점이 있다. 그 임계치는 항상 상대방이 화낼 때이다. 그전까지는 아무 생각이 없다가 상대방이 화를 내며 내 버튼이 눌리는 순간 이전의 상대방의 단점을 떠올리기 시작한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괜찮다 하다 어느 순간 괜찮지 않다 이야기해서 황당할 수 있다. 내 입장에서는 미리 대처하지 못했다는 자괴감? 자책감? 같은 게 밀려온다. 내가 이런 상처를 받게 된 것은 내가 예방하지 못해서라는 결함으로 느껴지나 보다. 그 결과는 내가 겪는 것이므로 내게 미안한 것도 있고, 그 이야기를 듣는 친구들도 왜 몰랐냐 하니 나의 인식의 문제로 느껴지기도 한다.



  얼마 전에도 친구와 싸운 이야기를 하다가 문제가 느껴진 적이 있다. 연애 아주 초반에, 갈등으로도 느껴지지 않았던 약간의 주장...

  안전벨트를 메지 않고 간이 홀더 같은 걸 끼워둔 그에게 위험하지 않냐 이야기한 적이 있다. "엄마도 고치지 못했다.", "80킬로 이상 달릴 땐 나도 안전벨트를 다."라고 주장하는 그에게 "그래도 옆 사람이 불안해하는데 메주면 안 되겠냐.", "그래도 사고가 났을 때는 몇 키로였건 메고 있는 것이 안전하다."라고 이야기해보았다. 사고 날 일도 없다 멘다고 큰일 나지 않는다 각종 이론을 가져와 약간씩 언성이 높아지는 그를 보며 싸우고 싶진 않다 생각했다. 당장 안전벨트를 메길 바라는 것도 아니고 혹시 나중에 불편하면 한 번 더 말해보겠다. 지금은 너 맘대로 해라라며 언쟁을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집 앞에 왔을 때 다른 논쟁이 시작되었다. 좀 더 자주 만나거나 전화라도 하면 좋겠는데 왜 그게 안되느냐는 논쟁이었데, 갑자기 안전벨트 얘기를 하며 왜 너는 아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너 맘대로 하려고 하냐 했다. 아까 그 이야기를 너 맘대로 해라라고 마무리 지었는데 그 얘기는 지금 안 하면 좋겠다 했더니,

  안전벨트 홀더를 내 눈앞에 들이밀며, 강조하듯 손을 까딱이며 주장했다. 코앞에 물건을 들이미는 게 불편해 손으로 밀며 내려놓고 얘기했으면 좋겠다 말했지만, 다시 내 눈앞에 들이밀며 주장을 하는 것이다.


  친구에게 그냥 있었던 이야기를 쭉 했을 뿐인데 친구는 "그건 어려운 사람한테 절대 못하는 행동인데... 그 행동부터 너를 혹은 타인을 만만하게 보는 사람인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듣고 보니 너무 맞는 말이었다. 누군가 친구가, 직장 동료가, 아주 가까운 가족조차도 내게 그런 행동을 했다면 불쾌했을 수 있을 것 같다. 한 번은 교장선생님이 어떤 이야기를 강조하다가 내게 삿대질을 하는 걸 본 적이 있다. 내게 화가 난 게 아니라 그저 업무를 강조하기 위해 한 행동일 뿐인데 왜 저런 행동을 하지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물며 이 사람은 내게 자기주장을 하며 '너 맘대로 한다.'라며 언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 행동인데도 나는 왜 여태 불쾌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아차 싶은 마음, 그에 대한 분노, 자책감이 같이 올라온다.



  이런저런 감정이 가라앉고 남는 감정은 자책감이다. 왜 인지하지 못했을까? 왜 나를 지키지 못해 더 큰 상처를 입을 때까지 나를 내버려 뒀을까? 바보같이 느껴진다. 사람을 내게 옆에 두고 싶다는 이유로 내 경계를 넘어 들어오는 사람을 방어하지 못한다. 그 역시도 우월감에 사로잡힌 사람이지만 나 또한 만만하게 보인 것은 맞다.

  나를 지키고, 지키지 못한 것에 미안해하고, 다음번엔 나를 좀 더 지켜야 하건만.... 나는 또 나 스스로를 바보 같다며 나를 공격하기 바쁘다. 이러니 내게 갈등이 힘들다. 이론적으로는 갈등을 통해 서로를 알고, 조절하고, 발전하는 거라고 하지만, 내게 갈등은 타인과 나의 이중공격을 받아내야 하는 힘겨운 과정이다.

  불편한 것은 불편하다 여기고, 상처받음을 상처받음으로 여겨야 하는데, 그 와중에 내가 잘못 느낀 것은 없을까, 내가 그 상황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닐까 끊임없이 나를 검열하고 평가한다. 갈등은 내가 잘 해냈는지 못해냈는지 평가하는 과정이다. 아니라는 걸 매번 느끼면서도 자동적으로 반복한다.

  


  나를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고, 가끔은 지켜내지 못해도 괜찮다고 생각해 본다. 침범받았다 느끼면 내가 먼저 평화를 깰 수도 있는 일이다.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나의 경계를 넘어오도록 내버려 두지 않으려 한다. 쉽게 쉽게 넘어가다가 후에 큰 갈등을 겪느니 나의 경계를 조금 세우는 일이 더 좋을 것 같다.

  그래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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