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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기장 Sep 14. 2023

이해 말고 수용

'그는 바빠서 연락을 못 하는 걸 거야.'

'그녀는 오늘 기분이 좋지 않아 거리를 두는 걸 거야.'

'누군가는 예전의 상처로 인해 같은 일이 반복될까 경계하는 중이야.'


  애써 합리화를 해봐야 그들과의 거리 좁혀지는 게 아니다. 실제적인 거리보다 더 가까울 거라는 착각. 모든 사람이 친밀감에 대한 욕구와 더불어 두려움이 있을 거라는 오해. 나의 상냥함으로 두려움을 풀어낼 수 있을 거라는 오만. 보이지 않는 상대의 마음을 읽고 이해할 수 있다 여기는 교만.



  과거의 관계를 돌아보면 친해질 사람들은 힘들이지 않고 친해졌고, 멀어질 사람들은 붙잡고 붙잡아도 멀어졌다. 누군가의 인간적인 매력을 보고 이성적인 매력도 생길 거라 생각했던 확신이 깨진 적도 있고, 가족들에게 허구한 날 뒷담하던 친구는 지금까지도 베스트프렌드이다.

   실은 아무런 노력을 안 해도 친해진 이들도 있다. 그 친구들에게만큼은 자기중심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반성을 하기도 했다. 아주 가볍게, '난 성질나면 자꾸 재촉하고 난리 치잖아.'라고 하니 '너만큼 느긋한 사람이 어딨어.' 라는 대답이 돌아왔고, '내가 이 모임에서 자꾸 내 것만 챙기는 편이긴 하지.'라고 하니 '너만큼 퍼주는 애가 어딨어. 맨날 뭐 하나씩 주잖아.'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모두 내가 관계에서 애쓸 때 하던 행동들이다. 돌아보면 결국 그들은 내가 어필하지 않은 장점들을 빠삭하게 알고 있었다.

  어쩌면 이미 몸에 배어있는 행동들을 더 의식적으로 더 자주 하려는 것. 내가 관계에 대단에 기여했다는 착각들이 모여 나를 피곤하게 한다. 기여로 친밀해진 관계는 노력이 유지되어야 지속될 관계라는 생각 때문에... 나의 노력에 감명받은 상대방을 계속 옆에 두고 싶기 때문에...


  애쓸 필요가 없다. 원래 모습을 알아줄 사람이면 된다. 애쓰지 않아도 알게 될 장점들을 굳이 과하게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

  타인을 과하게 이해할 필요도, 표현하지 않은 마음을 과하게 공할 필요도 없다. 그저 보이는 만큼, 이야기가 전달된 만큼만 수용하면 된다.

  그래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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