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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Optimist Jul 17. 2023

헬페스트 2023(Hellfest 2023) 후기

1. 개관과 준비 (Hellfest open air 2023)

헬페스트?

구글에 헬페스트를 검색하면 2018년작 영화 얘기가 주로 나오는데, 그건 아니구요.


락페스티벌이란 건 우리에게도 이젠 익숙하니까, 프랑스의 클리송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열리는 익스트림 장르를 주로 다루는 락페스티벌이라고 설명하면 충분한 설명이 될 것 같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익스트림 장르란, 헬페스트 주최측의 자기소개를 빌자면 메탈, 하드록, 펑크, 하드코어 등등을 뜻합니다. ("Extreme Music Festival (Metal, Hard-Rock, Punk, Hardcore...)")

요런 느낌. (출처: Hellfest Open Air Festival official facebook page)



왜 헬페스트를?

회사에서 장기근속휴가가 주어져서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 있을까 하다가, 헬페스트 방문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메탈만 듣는 삶을 청산하고 다양한 음악을 듣고 있긴 하지만, 어렸을 때 독일의 바켄 오픈 에어(Wacken open air)를 한 번 꼭 가 보고 싶었다는 기억이 문득 떠올랐거든요.


유럽에서 이런 장르의 페스티벌을 경험하고 싶다면 선택지가 굉장히 많습니다.

①프랑스의 헬페스트(Hellfest open air)

②독일의 바켄(Wacken open air)

③영국의 다운로드(Download festival)


이 뿐만 아니라도 찾아보시면 여러가지 페스티벌들이 있는데, 저는 위 선택지 내에서 고민을 했었습니다. 우리나라 락페스티벌 익숙하신 분들은 아실테지만, 공연 전에 라인업이 뜨기 때문에 그걸 보고 결정을 하시면 됩니다. 다만, 라인업이 다 뜨지 않았는데 티케팅이 시작되는 경우가 있어서 그 부분은 주의가 좀 필요합니다.


사실 이 판 밴드들이 거기서 거기라, 대체로는 라인업이 많이 겹칩니다. 그럼에도 조금씩 디테일하게 특징이 나타나는 게 재미있는 부분이에요. 제가 헬페스트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도 역시 라인업인데, 그 중에서도 프록 성향이 있는 Porcupine Tree, Riverside, Katatonia같은 밴드들이 포함되어 있는 게 결정적인 이유였습니다.



오히려 헤드라이너는 크게 고려하지 않았는데, 사실 뭐 Megadeth, Slipknot, Iron Maiden 이런 대형 밴드들은 한국은 패싱해도 일본은 자주 오니까요. 저는 일본에서도 보기 힘든 2시-8시타임 쯤 나오는 중견급 밴드를 주로 보고 결정을 했습니다.


제 기준에서 바켄은 너무 전통적인 유러피언 헤비메탈과 데스메탈 위주라는 느낌이었고(Helloween, Hammerfall, Amorphis.. 이런 느낌), 다운로드는 반대로 너무 영미권 코어나 하드록 위주(BMTH, Evanescence, Seether.. 이런 느낌)여서 상대적으로 구미가 당기지 않더라구요. 10년쯤 전 취향이었으면 바켄을 갔을 텐데;


헬페스트행을 결정하고 나서 나중에 확인을 했는데, 벨기에의 그래스팝 메탈미팅(Graspop metal meeting)이나 아싸리 가까운 일본의 라우드파크(Loudpark)도 괜찮은 선택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스팝 같은 경우 헬페스트랑 성향이 많이 비슷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장르배분이 꽤 고르고, Haken, Synphony X, Delain, Eluveitie 이런 밴드들은 일본에서도 쉽게 보기 어려우니까요. 라우드파크도 Nightwish, Stratovarius, Amaranthe가 들어있는 걸 보면 꽤 훌륭한 라인업이죠.



티케팅

아마 페스티벌 준비의 7할은 티케팅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게 있어야 뭐든 할 수 있으니까요.


한국에서는 비주류의 비주류 장르이지만, 유럽에선 주류만 아닌 정도일 뿐인데다 또 전세계의 사람들이 모이는 페스티벌이다 보니 티케팅 경쟁은 상당히 치열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음 해의 티켓을 전년도부터 팔기 시작하는데, 거의 모든 티켓이 오픈 직후에 다 팔린다고 하더라구요. 2024년 헬페스트의 경우 티켓을 세 번에 나눠 파는데, 전일권을 2023년 6월 말에 한 번(당연히 이미 매진), 4분기에 한 번 판매하고, 1일권을 2024년 초 판매할 예정이라 합니다.


사실 저는 바람직한 방법으로 티켓을 구하진 못했습니다. 헬페스트에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게 1월 쯤이었으니, 애저녁에 티켓이 다 팔려있는 상태였죠. 원가 330유로짜리 티켓을 viagogo를 통해 두 배 가격으로 구입했는데, 이제 와 되돌아보면 정말 권하고 싶지 않은 방법입니다.


e-티켓을 이메일로 전달받을 뿐이다 보니, 가격을 떠나 중고나라 암표를 사는 것 보다도 불안하더라구요. 실제 레딧에서도 피해사례가 많이 알려져 있고, 주최측에서도 공식 리셀러인 Reelax ticket을 이용하도록 강하게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Reelax ticket에 매물이 나오는 걸 하염없이 기다릴 수도 없으니, 결국 최선은 쉽진 않겠지만 미리 준비해서 티케팅에 성공하는 것 뿐이겠죠.



교통편과 숙소

이외에도 예약해야 하는 것들이 제법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교통편과 숙소겠죠? 그런데 일반적인 여행이랑 다르게, 페스티벌에는 특이한 선택지가 하나 있습니다. "캠핑"이죠.



저는 사실 캠핑 말고 숙소를 선택했는데요. 이 나이 먹고 혼자서 캠핑은 쉽지 않다 생각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도 캠핑이 익숙치도 않아서였죠. 생각 해 보니, 저는 한국에서도 락페스티벌을 가 본 적이 없었더군요. 2006년 부산락페가 유일한데, 이것도 사실 전통적인 락페스티벌이랑은 조금 다르니까요. 그래서 아마 아래 캠핑과 관련된 내용은 한국에서의 락페스티벌과 크게 다르진 않을 수 있을 듯 합니다.


숙소에서 왔다갔다 하면서 느낀 것인데, 이런 종류의 페스티벌은 오히려 캠핑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숙소를 잡는 경우가 약간 예외적이지 않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마지막 공연이 새벽 2시에 끝나는 것도 그렇고, 캠퍼들을 위한 프로그램들, 단체 요가라든지 이렇게 시간을 때울 수 있는 것들을 많이 제공을 해 주더라구요.


23년 헬페스트를 기준으로, 티켓에 캠핑권이 포함되어 무료로 캠핑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페스티벌 전날에 캠핑이 먼저 오픈되어 자리맡기 경쟁이 치열해 보였습니다. easy-camp라 하여 일종의 글램핑장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가격대는 인원수와 시설에 따라 265유로에서 1,750유로까지, 만만한 가격은 아니죠.


숙소를 클리송 현지에서 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제가 여행계획을 잡을 때는 이미 예약은 다 차있었습니다. 워낙 클리송이 작은 마을이라, 이용할 수 있는 숙소가 많진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주로 클리송 주변의 대도시인 낭트에 숙소를 잡는 경우가 많은 걸로 알고, 저도 그렇게 했어요.


비행기는 워낙 좋은 조건에 사는 법은 많이 알려져 있으니까 특별히 나눌 말씀은 없고, 23년 헬페스트에서는 낭트 아틀랑티크 국제공항에서 클리송 페스티벌 현장까지 셔틀이 있으니, 파리에 별 일이 없으시다면 파리에선 경유만 하고 낭트를 바로 들어가는 것도 옵션이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물론, 한국에서 나가면 파리 몇 박을 껴서 가는 게 일반적일 테고, 저도 그렇게 했습니다.


파리in/out으로 비행기편 예약을 하셨다면, 파리<->낭트간 고속철도 ouigo는 미리 예약을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미리 예약하는 게 가격도 저렴하고, 페스티벌 전후에는 좌석 여유가 별로 없어서요. 넉달 정도 전에 예약했을 때는 60유로 정도에, 좌석도 선택이 가능했는데 일주일 전에 기차시간을 바꾸려고 보니 가격이 100유로 가까이 되고 남은 좌석도 거의 없었습니다.


낭트<->클리송 사이에는 거의 수시로, 30분에서 1시간쯤 간격으로 기차가 오가는데요. 페스티벌 기간에는 30분 단위로 심야열차도 운행을 합니다. 이 심야열차는 예약을 못 해서 놓친 적은 없고, 대신 입석이었구요. 도착시간에 맞춰 SNCF 어플은 미리 깔아두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다음 편이 언제 올라올 지 시기는 기약하기 어려우나,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걸 싶은 경험들과, 페스티벌 1일차 전날 미리 오픈된 0일차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겠습니다.

Slipknot - Liberate (글에 현장감이 약간 부족해보여서, 영상도 하나 남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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