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heOptimist Oct 14. 2019

<동대문 네팔타운의 희.노.애.락.>을 읽었습니다.

한국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안녕을 빕니다.

이 일을 하다 보니 사람이 사람으로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서류 위에 올라 있는, 근무시간은 어떻고, 급여는 얼마를 받는 박ㅇㅇ, 김ㅇㅇ라는 이름들만 무미건조하게 와닿곤 하죠.


인간에 관심이 있어 전공을 정하고, 직업을 정했는데, 참 역설적인 상황이 되어버린 셈입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관심가는 글은 그냥 평범한 개개인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있는 지를 있는 그대로 담백하게 담아낸 글입니다. 같은 이유로, 최근에 가장 인상깊게 읽은 글은 콘래드 호텔 도어맨 권문현 지배인님의 jobsN 인터뷰였습니다.

(출처 url: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jobarajob&logNo=221580217026&proxyReferer=https%3A%2F%2Fblog.naver.com%2Fjobarajob%2F221580217026&fbclid=IwAR1COEa7MW7dr6A_IqKm8DyolrYHBWCP-tFkOsuMg6sQvnjFhwXv7DzTbxs )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콘래드호텔 도어맨 권문현 지배인님의 jobsN 인터뷰.



그리고, 우연히 중고서점에서 발견한 이 책은 그런 저의 관심에 딱 부합했습니다.


이 책은 '저들은 약자입니다. 도와주세요.'라는 역한 시각으로 네팔인들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동대문을 중심으로 모여 사는 네팔인들이 어떤 삶을 사는 지를 보여줄 뿐입니다. 


그들 중에서도 맨손으로 시작해 중견 사업가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 있고, 고용허가제로 인한 강제노동으로 고통받는 사람도 있습니다. 무책임한 아귀다툼으로 공중분해 직전인 어떤 네팔인 공동체, 젊은 네팔인들이 네팔음식점 대신 더 싼 한국음식점만 찾는다며 혀를 차는 어떤 네팔인의 모습도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한테 꼰대소리 듣기 딱 좋은 시각이죠.


이 책 속에 살아있는 네팔 사람들은 그냥 국적만 다를 뿐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입니다. 특별히 선하거나 위대하지도 않고, 적당히 이기적이고 적당히 근면한 평범한 인간이죠.




최근 한국 사회의 외국인에 대한 시각은 상당히 논쟁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한 쪽에서는 다른 쪽을 제노포비아라 비난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부르주아들 배부른 소리 한다며 손가락질 합니다. 20세기, 아니 아직까지도 '단일민족' 어쩌고 하는 소리가 나오는 사회이니, 갑작스러운 변화에 혼란이 일어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건, 한 가지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제 경험 상 외국인을 고용하는 업체는 내국인을 직원으로 도저히 구할 수 없는 업체라는 점입니다. 위치때문이건, 급여때문이건, 일이 힘들어서이건, 도저히 인건비가 안 나와서건 말입니다. 기본적으로 현행 고용허가제 하에서 비전문취업(E-9) 비자를 얻은 외국인을 고용하려는 사업주는 반드시 워크넷을 통해 내국인 고용 노력을 먼저 하여야 합니다. 


재외동포(F-4), 결혼이민(F-6) 외국인들이 다수 들어와 있는 저임금 서비스업이 과연 내국인들이 '경쟁'을 해야 하는 일자리인가요? 내국인들이 원하는 급여 수준을 맞춰주게 되면 아마 그 업체는 존폐를 고민해봐야 할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소형 식당 운영하는 고객들을 상대해 보면, 같은 값이면 내국인을 쓰고 싶지만 직원을 구하기가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아마 업무강도는 높고 급여를 많이 줄 수는 없어서이겠죠.


그래서 저는 외국인, 불법체류자들이 내국인들의 일자리를 뺏어간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어차피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일자리에 들어가는 건데요. (아, 건설업은 뺍시다. 좀 애매하네요.) 사람 안 구해진다는 그 업체들도 사무직에는 외국인이 거의 없습니다.




단, 외국인에 대한 '공포'가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의 원인이라는 것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공포라는 감정은 주관적인 것이니까요. 취업허가를 득한 노동자와 불법체류자를 구분해야 한다는 견해, 같은 난민이더라도 사유에 따라 구별이 필요하다는 견해 등은 단순한 제노포비아로 취급할 것이 아니기도 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게 바로 이 책과 같은 매체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외국인이란 '불법체류자 A씨', '외국인노동자 B씨', '결혼이주민 C씨' 등으로 "명명"되어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이름에 불과합니다. 


재미 한국인들이 조승희 같은 사람으로 대표되는 것 만큼이나, 보도에 오르내리는 사람들로 인해 주한 외국인들의 이미지가 형성되는 건 무척이나 억울하고 황당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외국인 범죄율이 내국인에 비해 특별히 높은 것이 아니라는 통계들도 나오고 있으니까요.


단, 두려움에 빠진 사람들을 제노포비아라 비난하거나, 책상을 치면서 샘 오취리 씨를 노려보는 식의 태도로 이런 인식을 바꿀 수 있을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리둥절..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을 신문지상의 '불법체류자 A씨', '외국인노동자 B씨', '결혼이주민 C씨'가 아니라, 적당히 선하고 적당히 이기적인 보통의 인간, 우리와 별다를 것 없는 사람으로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아주 좋은 계기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안녕을 빕니다. 최소한 산업재해로부터 안전하고, 혹여 다치더라도 합당한 산재보상을 받고, 강제노동으로 고통받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급여는.. 너무 빨리 오르면 힘드실 고객들이 있으니.. 생산성과 함께 자연스럽게 올랐으면 좋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혁신과 싸워야 하는 노동운동의 미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