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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Optimist Jan 26. 2020

통상임금 계산방법이 바뀐 것일까?

대법원 2020. 1. 22. 선고 2015다73067 전원합의체 판결

※ 해당 포스팅은 저의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한 것에 불과하므로, 법적 판단 및 권리주장의 근거로는 절대 사용될 수 없다는 것 참고 부탁드립니다.


엄청난 파급력을 가질 수도 있는 판결문이 명절연휴 시작 이틀 전에 나왔다.      


보도로 알려지고 있는 부분은 ‘통상임금을 시급으로 환산할 때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시간은 빼고 계산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이렇게 해석하게 되면, 기존에 HR영역에서 난립중인 포괄역산제를 존재부터 부정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이 판결의 의미와 파급효과에 관하여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에서 제시한 계산방법을 기존의 포괄역산제 임금체계에 적용하면,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한 시간으로 약정근로시간을 설정할 수는 있지만, 이를 전제로 월급을 산정할 경우 시급을 계산할 때 분자에 가산된 수당(1.5배)이 들어가지만 분모의 시간은 실제 근무시간(1배)만 들어간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월급의 시급환산 후 재산정 월급여 산출 예시


그러나 이건 좀 이상하다. 시급을 월급으로 환산할 때와 월급을 시급으로 환산할 때의 계산방법이 다르다니. 월급을 시급으로 환산했다가 다시 월급으로 만들면 총액이 올라간다. 재산정한 월급여를 대법원이 제시한 방식으로 다시 시급으로 환산하면 시급이 다시 오른다. 월급여가 계속 오르는 무한동력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판결문을 다시 분석해 보면, 전원합의체가 설시한 계산방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고정수당’이라는 것이 등장한다.              


사안의 개요, 쟁점 나.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보면, 배경이 되는 회사는 근속수당과 같은 특정한 '고정수당'을 매월 또는 매일 정액으로 지급하되, 이것이 통상임금이 아닌 것으로 보고 운영을 해 왔다. 반면 근로자들은 '고정수당'은 통상임금에 포함되고, 이에 따라 다시 계산한 통상임금으로 수당을 소급하여 지급해달라고 소를 낸 것이다. 


법원은 이 '고정수당'이 통상임금의 해당요건에 해당하는 지 심리해 보니 이 수당은 통상임금에 산입하는 것이 맞다는 결론을 냈다. 어떠한 금품의 통상임금 산입여부가 바뀌게 되면, 다시 계산한 통상임금에 따라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연차휴가수당 등을 다시 산정하여 소급 지급해야 한다. 법원은 첫 단계로 '고정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지를 판단한 것이고, 그 다음 단계로서 통상임금을 어떻게 계산할 것이냐를 판단한 것이다.


위에서 인용한 사안의 개요, 쟁점 나. 를 고려하면 '통상임금에서 제외하였으나 통상임금의 성질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을 때' 통상임금을 소급하여 재산정할 때의 계산방법이 쟁점이라고 하였다. 그 외의 통상임금에 산입되지 않는 금품이나 이미 통상임금에 포함되어 운영하고 있는 수당 등의 경우에도 이러한 계산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즉,  가산수당을 뺀 실제시간(1배)을 가지고 계산해야 하는 것은 ‘재산정’을 할 때에 국한된다는 취지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대법원의 판단, (3)


위 대법원의 판단, (3)을 보아도 ‘시간급 산정 방식에 관한 의사가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계산방법을 적용하여야 한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른바 '포괄역산제' 임금을 적용할 때 활용되는 고정OT수당은 시간급 산정 방식이 계약이나 취업규칙 등 자치규범으로 명확하게 형성되어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석한다면 1) ‘고정수당’을 통상임금 아닌 걸로 적용해서 운영 중 2) 소송해보니 통상임금으로 판단이 되므로 ‘고정수당’을 시간급으로 환산해서 계산을 해야 함 3) 근데 ‘고정수당’의 환산방법은 고정OT수당처럼 명확하게 정해진 게 아니니, 실제시간기준(1배)으로 환산해야 라는 구조로 판결 취지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의 판단, 1)


반면, 대법원의 판단, 1)을 보면 마치 이러한 시간급 산정방식이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약정 근로시간에 대한 임금으로서 월급형태로 지급되는 고정수당’, 즉 고정OT수당을 대상으로 하는 것처럼 표현되어 있기도 하다. 이런 부분들이 현장의 오해를 야기하는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는가 싶다.




공교롭게도 지금이 2020년 최저임금 적용을 전후해 중소기업들이 급여테이블을 새로 세팅하는 시기인 지라 사건에 대한 관심도는 높은 반면 판결문이 나오자 마자 명절이 되어서 이에 관한 평가가 나오지 않고 있어 다소간의 혼란스러운 반응들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판결문 자체가 애매(ambiguous)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 점, 대법원 판결이 나온다고 하여 노동부가 감독기준에 이를 바로 반영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아직 이 판결을 가지고 침소봉대하는 것은 시기상조이고,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직 별 평가가 나오지 않은 판결문을 해석하는 것이 무척이나 부담스럽다. 아마도 2월 초가 되면 관련한 교수님, 고수님들의 평석들과 노동부 입장이 나오면서 사안에 대한 정리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동대문 네팔타운의 희.노.애.락.>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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