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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크핑거 Sep 29. 2020

몸도 고쳐 쓰면 된다


예전에 어머니가 입원하셨을 때 가장 위안이 된 말은 사람도 몸이 고장나면 기계처럼 고쳐쓰면 된다는 말이었다.


신뢰성 공학에는 욕조곡선이라는 게 있다. 마치 욕조의 모양처럼 처음과 뒷부분이 위로 올라가고 중간은 매우 낮은 모양의 곡선이다.


고장의 대부분은 초장에 집중되는데 시작부터 고장이 나는데 그리 많지 않은 양이다. 그래서 요즘은 제품을 팔 때 따로 고장 검사를 하지 않고 일단 팔아놓은 후에 고장이 나면 교환을 해 준다. 고장 검사하는 비용보다 반품 택배비용이 더 싸기 때문에 그렇다. 초기에 고장이 안 나면 대부분의 제품은 고장 없이 오래 간다. 그리고 나중에 기한이 다 되면 못 쓰게 된다.


이걸 보면서 사람의 몸도 비슷하지 않나 싶다. 세상에는 매우 건강해서 평생 한번 앓지 않고 장수하는 사람도 있지만 태어나면서부터 고칠 수도 없는 불치병을 가지고 평생 아픈 사람도 있다.


우리는 병 없이 장수하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병약한 사람도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우 건강하거나 매우 병약한 사람의 중간쯤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매우 다행히도 그런 범위의 사람들은 수리가 가능한 사람들이다.


살면서 아플 때가 있다. 물건이 고장이 나는 것처럼 우리의 몸도 아무 때나 고장이 날 수 있다. 다행히도 고장난 물건은 수리하면 된다. 그러면 멀쩡히 다시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우리의 몸 역시 고장이 났을 때 수리를 하면 된다. 그러면 다시 건강한 몸으로 돌아간다.


우리 어머니는 생애 3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셨다. 매번 병원에서 큰 수술을 받으셨는데, 그 병원에 입원했던 기간만 제외하자면 건강한 지금은 평생 병 없이 살아온 사람과 별 다를 바 없다. 그래서 나는 몸이 아프거나 앞으로 아프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 때마다 저 말을 떠올린다.


‘몸도 고쳐 쓰면 된다.’


태어날 때부터 불치병에 걸린 것이 아닌 이상 대부분 사람들은 병이 났을 때 고칠 수 있다. 그러면 우리는 평생 아픈 적 없는 무병 장수하는 사람과 거의 다를 바 없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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