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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병태 Jun 03. 2022

디지털 플랫폼 시대 주목해야 할 두 가지

1990년대부터 새로운 산업 질서의 기초가 된 인터넷 혁명으로 거의 30년간 전 세계는 디지털 혁신에 집중해 왔다. 더욱이 코로나로 인한 Untact사회는 on tact행위를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이에 따라 모든 기업들은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on tact 기기나 플랫폼을 만들었고 이로 인해 수집된 빅데이터는 또 다른 기회 창출의 보고(寶庫)가 되고 있다.

  

앞으로도 빅데이터를 만들어낼 수 있는 플랫폼,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든 플랫폼들은 디지털 플랫폼 시대에 가속도를 더할 것이다. 이와 같은 예측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주목해야 할 것인가? 다양한 고려요소가 있지만 두 가지 핵심 요소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조직과 리더십이다. 왜 조직관리와 리더십이 필요할까? 몇 가지 이유를 살펴보면 우리는 현재 디지털 플랫폼이 정점을 찍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음에도 코로나라는 복병으로 인하여 글로벌 공급망 붕괴를 겪는 시대에도 살고 있다. 이는 단일 국가 공급 업체들이나 고도로 집중된 공급 체계에 의지해 온 경제 전반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빅데이터를 통한 정보 분석은 최저가 공급업체를 찾아내는데 효율성을 발휘한다. 그러나 기업 경영은 효율성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효율성과 효과성의 적절한 균형 없이는 지속성장과 유지가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공급 체계에 변화를 주고 공급망에 탄력성을 구축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며 새로운 부품 거래처를 개발하고 협업을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디지털 플랫폼 시대가 발전할수록 노동자와의 관계에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정보가 사람을 대체하고 플랫폼이 성과를 지배할수록 기계 또는 정보와 노동자와의 관계는 독(毒)이 되는 관계로 변질된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더 나은 형태의 지식 노동 현태가 등장할 것이라고 하지만 기존 노동자들의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신세대에 의존하려고 할 경우에도 재택근무와 N 잡러의 등장 그리고 MZ세대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이해가 없이는 노사 문제를 해묵은 과거 기업 경영의 잔재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앞으로 조직과 리더십이 중요해지는 또 다른 이유는 아직까지 디지털 플랫폼 시대를 상징하는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보다 기존 기업들이 훨씬 더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유니콘[1]이라고 불리는 수십억 달러의 가치를 지닌 벤처 기업을 포함하여 미국 내 모든 유니콘을 합친 가치는 미국 500대 기업 가치의 3%에 불과하다. 중국의 유니콘을 합치면 상하이 증권 거래소에 상장된 회사 가치의 7% 정도가 된다. 유럽의 유니콘은 유럽 350대 기업 가치의 2%에 불과하다. [2] 한국의 경우도 1조 이상의 기업가치 돌파 경험이 있는 기업은 2021년 기준으로 20개가 있지만 유니콘 기업으로 인정받아 CB insight에 등재된 기업은 10개에 불과하다. [3] 이는 아직 기존 기업의 영향력이  93%~99% 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기존 기업들도 디지털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 사내 벤처나 외부 스타트 업을 인수하여 운영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디지털 플랫폼 시대에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얼마나 더 빨리 디지털 플랫폼을 만드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현명한 조직관리와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대한 것이다. 시대가 변했지만 아직도 많은 조직들이 지나치게 많은 단계의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고 관료화된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 창조하고 혁신하고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 구성원들의 두뇌를 깨우치기 위해서는 조직 관리가 필요하다. 리더가 먼저 나서서 구시대적인 생각을 바꾸고 거부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한 조직 운영체계가 아닌 조직과 리더십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재설계할지 질문해야 한다. 효율성이나 속도가 아닌 기업가 정신과 창의성이 필요하다. 그런 바탕 위에 디지털 플랫폼이 얹히지 않는 한 디지털 플랫폼 시대는 또 다른 죽음의 계곡[4]이 될 수 있다.  


둘째는 사람 즉 고객이다.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할 때는 반드시 고객의 입장이 되어 고객을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 스스로 고객이 되어 보는 과정을 거쳐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병원을 운영하는 최고 경영자가 대다수의 환자들이 입원하는 다인실에 한 번도 입원해 본 일이 없다면 어떨까? 한 번도 VIP병실에 입원해 본 적이 없다면 어떨까? 그런 체험 없이 최고경영자가 서비스를 향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장할 경우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구성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기업은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운영전략을 수립할 때 회사의 운영 시스템과 판매 데이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과거와 현재를 분석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미래 지향적인 통찰을 얻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것이 데이터 중심 경영의 한계이기도 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직접 고객의 환경 속으로 들어가 살아있는 사용자 관점의 통찰을 얻게 될 때 왜곡된 시장 정보를 걸러낼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다. 


얀 칩 체이스(Jan Chipchase)는 <관찰에 힘>[5]에서 글로벌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자신이 활용하는 현지인이 되어보기 노하우를 소개하고 있다. 보통 현지 조사는 유명 호텔에 머물면서 제한적인 지역 문화를 경험하는 데 반해 그들은 일반 주택가에 숙소를 마련한다. 자전거를 타고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기, 새벽 4시에 도시와 함께 깨어나 마을 산책하기, 미장원이나 이발소에서 현지인과 소통하고 조사 대상자 소개받기, 현지인과 함께 출퇴근하기 등 새로운 문화 체험에 필요한 유용한 팁을 공유하고 있다. 공과금을 내기도 하고 병원에도 가고 출근에 늦어서 발을 동동 굴러 보기도 해야만 비로소 그 문화 속의 사람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

관찰의 힘>이 시사하는 것은 단순하다. 통계나 데이터가 아닌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 플랫폼을 구현할 때 그 플랫폼은 가치가 있고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 즉 고객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또 다른 사례는 연속혈당측정기이다. 2022년 1월 5일부터 7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IT 가전 전시회 'CES 2022(Consumer Electronics Show2022)’에서 주인공은 헬스케어 분야였다. 1967년 6월에 시작된 CES 역사상 헬스케어 분야가 기조강연(Keynote speaker)을 맡은 것은 이번 행사가 처음이었는데 애보트(Abbott) 사의 CEO 로버트 포드(Robert B. Ford)가 기조강연을 맡은 것이다. 

CES 2022에서 최고 혁신상을 받은 연속혈당측정기

뿐만 아니라 애보트사는 CES 2022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는데 그 제품이 바로 ‘프리스타일 리브레(Freestyle Libre)’라는 1형 당뇨병 환자 대상 연속 혈당측정기다. 이 기기는 동전만 한 측정기기를 팔뚝에 한번 부착하고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여 측정하면 자동으로 혈당 수치가 측정되는 기기다. 이런 제품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당뇨병 환자가 혈당 체크를 위해 하루에 세 번씩 침을 찔러야 하는 고통을 경험하고 이해하고 그 고통을 함께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중심으로, IT기술을 중심으로 발전하던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코로나 19 팬데믹을 겪으면서 가속도를 내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디지털 플랫폼 형태의 비즈니스 기회가 다양하게 창출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코로나 팬데믹과 같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이다. 그런데 그 변화 속에서 지속성을 유지하고 고객과 함께 호흡하는 플랫폼이 되기 위해서는 미리 앞서서 달려가고 있는 벤처 기업가들의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리더십과 조직 운영 형태를 바라볼 뿐만 아니라 기존 기업들의 조직관리와 리더십에 대한 변화가 요구된다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는 사람이고 사람에 대한 피상적인 데이터가 아니라 직접 체험한 통찰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1]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한화로는 약 1조 2천억이지만 통상적으로 1조 이상의 기업을 지칭)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이르는 용어다.


[2] CB Insights - Technology Market Intelligence


[3]“유니콘 기업 현황 파악, 들쭉날쭉”, G밸리 뉴스, 2020. 10. 20일 자


[4]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란 기술개발에 성공한 벤처기업이 사업화 단계에서 겪는 고통의 과정을 일컫는 말이다.


[5] [관찰의 힘] 얀 칩체이스. 사이먼 슈타인하트 저서, 야나 마키에이라 옮김, 위너스 북,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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