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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병태 Nov 03. 2022

한해를 가치 있게 보내는 것은 트렌드를 읽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새로운 변환점을 맞이하고 있는 2022년 한 해를 마감하며 대부분의 기업과 조직에서는 업무 방식에서부터 제품과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질서(New normal)에 적응하고 앞서 나갈 수 있는 변화와 혁신(up normal)을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혁신은 쉽게 이룰 수 없다는 측면에서 로맨틱한 이상에 가깝다. 최근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이나 시장 파괴적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으로 우리 삶에 미치는 변화의 영향은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이기에 그 바람은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도 있다. 


비즈니스맨이라면 이와 같은 환경에서 변화의 트렌드를 정확하게 읽고 미래를 내다보는 역량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변화의 트렌드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최소한 관점, 크기, 속도, 소비자라는 측면은 누구나 공통적으로 살펴봐야 할 분야이기에 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관점


변화무쌍한 오늘날의 비즈니스 환경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어떻게 창의적으로 재정의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시장 질서를 만들어낼 수 있다. 수십 년 동안 쌓아 올린 기득권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TV 화면은 가로보기이다. 가로 세로의 비율이 영화관처럼 가로축을 기준으로 길게 되어 있다. 그런데 늘 우리 곁에 있는 모바일 환경은 세로보기 환경이다. 이와 같은 새로운 관점을 발견한 기업에서는 세로보기 콘텐츠의 제작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기득권을 가진 플레이어들에게는 위협으로 다가오지만 후발 사업자나 스타트업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미래학자 최윤식 박사는 <미래 학자의 통찰의 기술>에서 오늘날과 같이 급속한 변화의 시대에서는 리스크의 큰 파도가 오고 난 후 기회의 파도가 오는 것이 아니라 리스크와 기회가 하나의 파도처럼 같이 밀려온다고 하였다. 이것이 다가올 미래를 보는 관점이 되어야 한다. 


크기


혁신은 더 이상 대기업이나 큰 조직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식스시그마, 비즈니스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 같이 규모가 크고 어려운 혁신만 혁신이 아니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 진행되는 발 빠른 소규모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고 이것이 자이언츠로 성장하는 것이다.


과거 혁신이 전담 조직에서 다루는 특별한 업무였다면 이제는 일반 사원이나 현장의 개인 업무로까지 확대되었다. 창의적인 문제 해결과 새로운 아이디어 발굴이 회사의 미래를 결정할 정도로 큰 범주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개별 조직이나 개인 업무에서의 작은 혁신이 큰 혁신으로 진화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의 방향이 바뀌었다. 


글로벌 기업 구글이나 네이버, 카카오, 한컴과 같은 IT업체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현대그룹 등 제조업체들도 직원들의 아이디어로 개발한 상품을 출시하는 사례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SK플래닛은 2001년 출범한 이래 격월로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플래닛 엑스’를 운영하고 있다. 기업들이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유는 상향식으로 우수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소규모 투자로 작게 시작하여 그 가능성을 빠르게 타진하기 위함이다. 이는 벤처 마인드를 사내에 전파하는 컬처 혁신이라는 측면에서도 그 의미가 매우 큰 트렌드의 변화이다. 


음식 배달에서부터 주차대행, 청소, 세탁, 개인 스타일리스트에 이르기까지 생활 전반에 걸쳐 다양한 온 디맨드(On-demand) 서비스가 성공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코로바는 코스트코의 상품 구매 대응만을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이다. 이렇게 어떤 사업에 한 분야의 탐색에서부터 구매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단계 중에 고객이 불편한 부분을 한 분야를 떼서 그거를 특화시키는 소위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이 분절되고 작아진 버티컬 영역이 미래를 주도할 거대한 울림이 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이들은 제한된 파이를 나눠먹는 게임이 아니라 새로운 파이를 만드는 창조적인 혁신으로 지경을 넓혀가고 있다. 사용자의 편익이 증가하면 지금까지 이용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시장 안으로 들어오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속도


환경 변화의 속도는 우리가 미처 대비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새로운 기능을 탑재한 신제품 및 서비스가 하루에도 수백수천 개씩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패션이나 화장품 같은 영역은 이미 식료품이나 가공식품 같은 일용 소비재 성격을 띠고 있어 끊임없이 신제품을 제출하고 있다. 프로모션 주기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서비스 영역에서도 새로운 기능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하는 상품이 넘쳐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창업기업의 수가 12만 개를 넘었다. ‘황의 법칙’처럼 시장의 변화와 혁신의 속도 또한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창업 법인 기업 수]


과거에는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 나와 혁신의 열매를 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지금은 그 속도가 너무 빨라진 것이다. TV는 1928년 GE에서 처음 생산한 이래 시장에 확산되는 데 30년이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바스카르 차크라보티(Bhaskar Chakravorti)는 <혁신의 느린 걸음>에서 혁신적인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이 시장에서 침투하는 속도가 느린 이유를 네트워크, 즉 시장 참여자들의 이해관계가 긴밀하게 얽혀 있는 상호 연결성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런 패러다임이 옛말이 되었다. 카카오 택시나 티맵 택시는 순식간에 택시를 이용하는 문화를 바꾸었다. 오랫동안 고착화된 영상의 제작, 배급, 유통에 관계한 사람들이 모바일 사용자의 특수성에 대비하여 심각한 혼란에 빠졌다. TV 시청에 최적화된 72분 드라마의 고정관념이 2013년 무렵부터 10분 분량의 드라마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72분을 72 초로 쪼개거나 압축하는 방식의 콘텐츠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10년 정도 걸렸던 혁신이 불과 1년 만에 현실이 되는 것이 오늘날의 패러다임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기술과 비즈니스 환경의 외형적 변화 속에서 사용자 욕구가 빨리 변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사람들의 변화에 대한 인식과 그 변화에 적응하는 탁월한 능력이다. 아이폰의 국내 출시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는 그 영향력을 매우 낮기 예측했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새로운 환경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오히려 더 빠르게 민첩한 인간으로 진화했다. 빠르게 진화하는 소비자는 거꾸로 네트워크의 공급자에게 더 빨리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과거와 같이 연령이나 성별, 직업과 같은 타깃 세분화로는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SNS라는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쥔 소비자는 시간과 장소적 맥락에 따라 수시로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의 템포를 따라가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당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경험하고 있다. 


이제는 과거와 같이 무겁고 신중한 혁신이 아니라 가볍고 민첩한 혁신이 필요한 시대다. 


사용자


최근의 비즈니스 혁신은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사용자들에게 주도권이 넘어왔다. 과거에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커머스 영역으로 이동하는 ‘쇼루밍(Show Rooming) 현상’에 대응하는 것이 화두였다. 그런데 이제는 모바일을 활용해 온라인 소비자를 오프라인으로 불러오거나 오프라인 소비자가 현장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점을 결합하는 O2O(online to offline) 커머스가 주목받고 있다. 소비자가 단지 돈을 주고 상품을 구매하는 수동적인 역할에서 상품기획, 마케팅 유통 등 상품의 전 과정에서 피드백과 공유를 통해 영향력을 발휘하는 적극적인 사용자로 변한 것이다. 


모바일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쥔 스마트한 소비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라는 공간적, 시간적 제약을 극복하고 있다. 이렇게 진화하는 소비자를 붙잡기 위해 나타난 것이 바로 옴니채널(Omni Channel) 전략이다. 소비자가 온라인, 모바일, 오프라인 등 다양한 채널의 경계를 넘나들며 상품을 비교하거나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다. 예를 들면 롯데닷컴의 ‘스마트 픽’은 낮에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주문한 제품을 퇴근하면서 백화점이나 이마트에서 찾아갈 수 있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하는 ‘바로 드림’ 서비스도 유사한 역할을 한다. 

병원은 이용하는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 어느 병원이 더 잘 진료할까? 어느 의사에게 진료를 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일까? 하는 궁금증을 가진 소비자들에게 가장 최적의 의사와 병원을 추천해 주는 ‘베스트 닥터 검색’은 사용자의 이런 불편을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이제는 스마트한 소비자의 모바일 특성과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더 이상 비즈니스를 유지하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시장에서 사랑받는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제품이나 서비스의 중심에는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이 존재한다.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탁월함과 비즈니스 모델의 적합성 그리고 인간의 욕구 충족성 등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특히 사용자의 숨어있는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는 그 어떤 요소보다 중요하다.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기업활동에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지향하는 바는 언제나 그 상품을 구매하고 사용하게 되는 사람이어야 한다. 고객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의 니즈를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니즈를 파악해도 95%는 맞지 않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 깊이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참고 문헌 및 출처]


1.  [미래학자의 통찰의 기술], 최윤식 저, 김영사, 2019.


2.  [스몰자이언츠가 온다], 보 벌링엄저, 김주리 역, 넥스트북스, 2019


3. 디커플링(decoupling)이란 '탈(脫) 동조화'를 의미한다. 어떤 나라나 지역의 경제가 주위에 있는 다른 나라들이나 전반적인 세계 경제의 흐름과 다른 흐름을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4. 황의 법칙(Hwang's Law)은 삼성전자의 기술총괄 사장이었던 홍창규가 제시한 이론이다. 2002년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던 ISSCC(국제 반도체 회로 학술회의)에서 그는 '메모리 신성장론'을 발표하였는데, 무어의 법칙(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24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법칙)과 달리 메모리 반도체의 집적도는 1년에 두 배씩 늘어난다고 주장하였다.


5. 창업 법인기업의 수, 중소기업벤처창업부(2021.4.26)


6. [혁신의 느린 걸음], 바스카르 차크라보티 저, 이상원 옮김, 푸른 숲, 2005


7.  쇼루밍(Show Rooming)은 소비자가 상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살펴본 후 가격이 저렴한 인터넷ㆍ모바일 플랫폼에서 구매하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다


 8. 제럴드 잘트먼(Gerald Zaltman) 하버드대 교수는 인간의 사고는 95%가 무의식 중에 일어나기 때문에 사람이 말로 표현하는 반응은 고작 5%밖에 담아내지 못한다고 주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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