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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병태 Dec 28. 2022

새해를 맞이할 준비, 공감(共感) 능력부터 시작하라

공감은 고객의 마음 속에 있다. 그러나 고객이 실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2023년에는 고객과 공감하는 것의 중요성과 방법을 알고 모든 출발을 공감에서부터 시작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아직 충족되지 않은 잠재 니즈를 발견하는 것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과 경쟁력 향상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많은 조직에서 고객 중심을 외치지만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관찰하고 발견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대부분 직접적인 관찰이나 공감의 과정을 거치기 보다는 ‘책상고객’[1]을 만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물건을 사고 팔 때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했다. 

“사장님 이 물건이 저에게는 조금 큰 것 같으니 이 부분을 작게 고쳐주세요.”라고 요청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굳이 ‘고객만족’이나 ‘맞춤 서비스’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고객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했고,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공감의 끈이 연결되어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의 현실은 어떤가? 생산자와 소비자가 공감의 끈으로 연결된 시대와 달리 물건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사람과 그것을 소비하 는 사람 사이에 비용 절감이나 데이터 마케팅과 같은 효율성이라는 간극(Gap)이 존재한다.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수 없이 많은 조사를 하고 교육도 해야 한다. 그런데도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존재하는 공감의 간극은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데브 팻나이크(Dev Patnaik)는 《와이어드》[2]에서 산업혁명이 기업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소개하고 있다. 대형 스포츠용품 기업 K2는 더브스를 인수한 후 생산공장을 버몬트에서 중국 광저우로 이전 했는데 광저우에 있는 대부분의 공장 직원들은 눈을 한 번도 구경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광저우의 생산직 근로자들은 겨울용 스포츠 용품에 관한 창의적인 제안을 하는 것이 불가능 했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느끼는 공감의 간극이 점점 멀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복잡한 생산과정 및 정보의 계층화 때문이다. 또한 사용자 니즈의 다양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에 통찰이 필요하다. 고객을 제대로 알고 공감을 통하여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그 지향점이 항상 미래를 향해야 한다. 


•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게 될 미래의 소비자는 과연 무엇을 원하는가? 

•      어떻게 하면 우리의 고객들이 열광하는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해 기업에서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그 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휴대폰의 등장으로 필름 카메라의 절대적 권위를 유지하던 코닥이 동시대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심층 좌담회를 열었다면 소비자들로부터 디지털 카메라가 가져올 새로운 사용자 경험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을까?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혁신적인 미래의 경험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한다. 심지어 새로운 기술과 학습 비용에 부정적인 선입관을 갖고 거부감을 나타내는 경우가 더 많을 수도 있다. 


1903년 헨리 포드(Henry Ford)가 자동차를 세상에 내놓기 전에 사람들에게 “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요?”라고 물었다면 대부분의 사 람들은 “빠른 말”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진짜 원했던 것은 ‘빠른 이동’이었다.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생각하고 판단하는 사람들에게는 한계가 존재한다. 창의적 통찰을 하기 위해서는 개념을 달리하고 근본 원인이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공감이란 새로운 통찰을 발견하는 창의적 생각의 도구다. 상품을 디자인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사용자에게 혁신적인 사용 경험을 물어보는 것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이 아무리 자신의 경험에 기초하여 충실하게 대답하더라도 그것을 경험하고 응답하는 시차에서 오는 왜곡된 정보가 생각보다 클 때가 많다. 소비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소비자는 단지 나에게 즐거움과 효용을 주는 상품 또는 서비스가 기꺼이 돈을 주고 살 만한 것이냐 아니냐 만 판단할 뿐이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언어는 수십만 년 전에 탄생했다. 사람의 진짜 속마음은 언어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의 맥락, 제스처, 눈빛 등 비언어적인 단서에 의해 훨씬 진실하게 전달될 수 있다. 이러한 비언어적이고 무의식적인 전달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타나는 동물적인 감각의 영역이다. 하나의 현상을 보고 고객의 니즈를 일차원적으로 판단하면 낭패 보기 쉽다. 인간은 감성적, 문화적, 인지적, 물리적인 요소에 따라 다른 반응을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를 관찰하되 총체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용자 통찰을 얻고자 할 때 사용자가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 하는 짧은 순간의 경험에 집중하기 쉽다. 실제 병원이나 항공사와 같은 서비스 업종에서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이라는 접점 전략을 많이 사용한다. 고객이 머무는 접점에 서비스를 집중함으로써 고객의 만족도를 더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진실의 순간’이라는 접점 전략이 그 접점에서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접점에서 다 잘하고 특히 그 접점에서는 더 꼼꼼히 하자는 전략이지만 고객이 단순히 그 접점에서 만족했다고 단골이 될까? 고객은 처음 방문에서부터 그 서비스를 마칠 때까지 전 과정을 평가한다. 


병원 서비스를 이용하는 환자를 알려면 하나의 접점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예약하고, 방문하고, 주차하고, 접수하고, 대기하고, 진료받고, 약을 받고, 치료비를 지불하고, 퇴원하기까지 전체적인 과정을 생각 해야 한다. 환자들은 병원에 가기 전에 인터넷 또는 지인을 통해 어느 병원이 잘하는지, 어느 의사가 친 절하게 진료하는지를 알아보는 과정에서부터 시작한다. 병원에 다녀온 후에도 그냥 끝나는 게 아니라 지인이나 단체 대화방 등에 다녀온 병원의 어떤 면이 불편했는지, 다음에 이용한다면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하는지 등을 친절하게 이야기한다. 이런 것을 다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것이 사용자 관점이다. 그러므로 사용자 관점의 통찰을 얻고자 한다면 ‘고객 여정 지도’와 같이 고객의 동선을 가시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간의 욕구 충족 인간의 욕구는 가변적이다. 그 욕구를 제대로 이해하고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하여 제대로 이해하고 할 때 공감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심리적 영역에 해당하는 감성적, 문화적, 물리적 요소와 같은 영역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감성적 요소가 하는 역할을 이해해야 한다. 인간은 언제나 특별한 감정 상태에 놓여 있다. 이성과 대비되는 감성은 사람들이 구매를 결정하는 동기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소비할 때의 행동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비합리적이고 감성적인 경향 주체로서 인간의 속성을 연구한 행동경제학의 창시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생각에 관한 생각》[3]에서 경제활동에서 소비자의 판단 기준은 이성뿐만 아니라 감성적 요인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사람들이 맥락에 따라 같은 대상도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은 사람의 감정이 그만큼 변화무쌍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두번째, 인간은 누구나 독특한 문화를 지니고 있고 많은 영향을 받는다. 선천적인 성향뿐만 아니라 관습이나 사회 제도 아래 형성된 그 사람 만의 독특한 특성을 읽어내는 것은 사람의 숨은 니즈를 찾아내는데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하고 있는 커피 브랜드 중 하나가 스타벅스다. 그렇지만 스타벅스도 오늘날의 영광이 계속 되지 않을 것을 생각하므로 변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스타벅스 이브닝’이다.  스타벅스 이브닝은 커피 뿐만 아니라 야간 에는 와인과 맥주까지 파는 새로운 시도다. 미국에는 2010년 시애틀에서 시작되었고, 영국에는 2015년, 일본에는 2016년에 스타벅스 이브닝이 도입되었다. 우리나라에도 스타필드와 같은 일부 매장에서 스타벅스 이브닝을 시범적으로 진행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스타벅스는 2019년에 이 사업을 전면적으로 종료했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음주문화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술을 마실 때 테이 블에 앉아 술과 안주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스타벅스 이브닝의 경우 커피와 같이 술을 주문하고 술과 안주가 준비되면 가서 받아 오는 형태다. 홀서빙을 하려면 술집처럼 종업원이 더 필요하므로 이를 감 당하기에는 많은 인건비가 소요될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스타벅스는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니라 제3의 장소를 제공한다는 모토와 어울리는 것인지 그 정체성이 불분명해진다. 

또 다른 원인은 우리나라 음주문화의 경우 1차에 술을 마시고 2차에서도 술을 먹고, 헤어지기 전에 들르는 곳이 커피숍이다. 그런데 1차에서부터 커피숍에 가서 술을 마시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스타벅스는 이와 같은 문화적 차이에 관한 연구를 바탕으로 또 다른 변화를 추구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요 건은 매우 복잡하고 문화적인 부분까지 반영한다는 점이다. 


셋째, 인간의 욕구 총족에는 인지적 오감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미국의 한 가전회사에서 기술적으로 혁신적인 진공청소기를 시장에 내놓았다. 소음을 현저히 줄인 혁신적인 제품이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청소할 때 나는 시끄러운 소리가 없으니 당연히 좋은 반응을 얻었 을 것 같지만 결과는 예상 밖으로 매출 실적이 저조했다. 미국 가정은 한국과 달리 거실 바닥에 대부분 카펫이 깔려 있다. 진공청소기로 카펫을 청소할 때 소리가 나지 않으니 사용자는 청소가 잘되고 있는지 인식 하기가 쉽지 않다. 위잉~ 하고 청소기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면 이물질이 잘 빨려 들어간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끝으로 인간욕구 충족은 물리적인 환경이 영향을 미친다. 새롭게 집을 짓고자 하는 사람이 설계 회사에 전원주택 디자인을 의뢰했다. 설계회사에서는 사람들의 이동 동선과 집의 전체적인 조합을 고려하여 집과 이동 동선에 따른 도로를 설계했다. 그런데 집이 완공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처음 설계했던 통행 도로와 별개로 한쪽에 보기 싫은 지름길이 생겼다. 사람들은 설계자가 의도한 대로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판단한 대로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하는 길을 선 택했던 셈이다. 이런 현상에 큰 깨달음을 얻은 설계회사는 그 다음부터 집만 짓고 접근로는 허가 받기 위한 용도로만 간단하게 큰돈을 들이지 않고 만들었 다. 집을 완공하고 1년 정도 지난 후 사람들의 통행으로 자연스럽게 생 겨난 길에 제대로 된 접근로를 만듦으로써 지름길이 생겨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사람들의 본성과 행동 및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고객과의 소통을 높이고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감은 쉽지 않은 일이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일이다. 그렇지만 그만큼 중요하고 핵심적인 일이다. 2023년 코로나가 끝난 후의 혼란 속에서 시작하는 새해이므로 그 시작을 공감에서부터 출발하면 흔들림 없는 한해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1] 책상 고객은 진짜 고객이 아니라 보고서나 책에 등장하는 가상의 고객을 의미함


[2]데브 팻나이크, 주철범 옮김, 와이어드, 이상, 2010


[3] 대니얼 카너먼, 이창신 옮김, 생각에 관한 생각,김영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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