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 시대에 필요한 사고법
로지컬 씽킹과 디자인 씽킹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융합적 사고는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우리가 경험하는 변화의 속도는 문화지체(Cultural lag) 수준을 넘어 모든 일상생활에서 혼돈을 가중시키고 있다. 너무 빠른 변화의 속도는 그로 인한 정보 생성의 속도가 인간의 암기 또는 이해 능력을 뛰어넘기 때문에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지식이나 정보에 혼란을 가져온다.
이런 변화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사고해야 할까?
경영 분야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고법은 맥킨지 컨설팅의 로지컬 씽킹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각 산업 분야에서 디자인 씽킹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직감에 의한 경영 방식의 시절은 오래전에 지나갔다. 오늘날의 비즈니스 리더들은 자신들의 조직을 운영하는 데 있어 알고리즘에 근거한 의사결정 기법들을 채택하고 있으며 고도로 섬세한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게 될 것이다. 경영은 예술에서 과학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것은 글로벌 컨설팅 그룹 맥킨지가 『2006년에 주목해야 할 10가지 트렌드』를 통해 전망한 미래 모습이다. 직관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려야 할 케케묵은 것 정도로 생각하는 말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문제들이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방법으로 해결되고 있는가? 한때 유행했던 6 시그마(6σ)는 어떤가? 낭비를 줄여주는 정도의 기여는 하고 있지만 빠르게 변하고 있는 이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비즈니스적인 사고를 촉발하는 기법인가?
최근에는 거구로 직관에 의한 경영 기법으로 ‘디자인 씽킹’이 급부상하고 있다. 요즘같이 불투명하고 급변하는 시대에,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는 맥킨지와 정반대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조직에 순응하고 하라는 대로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청바지에 검은색 티를 입고 느릿느릿 횡설수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순간 한 마디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직설적으로 던질 수 있는 사람, 때로는 비이성적으로 행동하며 감정에 치우치기도 해서 비논리적으로 보이는 사람을 더 원한다. 스티브 잡스(Steven Paul Jobs) 같은 사람, 더 나아가 일론 머스크(Elon Reeve Musk) 같은 사람을 원하는 시대이다.
로지컬 씽킹과 디자인 씽킹의 차이
맥킨지 컨설턴트의 역량은 논리적 사고(Logical Thinking)에 기반한다. 논리적 사고는 맥킨지의 컨설턴트인 바바라 민토(Barbara Minto)가 정립한 이론으로,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하고 논리적으로 분석하여 정리하고 해결하는 사고방식이다. 우리나라 학원가에서 논술고사용으로는 아직도 각광받는 기법이기도 하다. 다짜고짜 답부터 내놓고 기술하는 ‘민토 피라미드(Minto pyramid)’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반면,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은 맨킨지의 논리적 사고와 다르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이 아닌, 감성과 직관과 창의적 접근으로 답을 찾는다. 두 접근법의 차이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대표적인 사고법은 하나는 맞고 다른 하나는 틀린 것일까? 그렇지 않다. 서로의 장점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둘 다 맞는 방법일 수 있다.로지컬 씽킹이 디자인 씽킹으로부터 배워야 할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차이점을 분명히 아는 것이다. 로지컬 씽킹은 말과 수치 및 그래프를 통하여 문제 상황에 대한 해결 방법을 보여준다면, 디자인 씽킹은 행동에 관한 사항을 보여주고 직접적인 해결을 도모한다. 로지컬 씽킹의 결과물은 비전, 미션, 중장기 전략 과제 등 실제 액션과 거리가 먼 고차원적인 수준에 머무는 경향이 높다. 이것은 중요하다. 제대로 된 방향을 잡아줄 수 있다. 하지만 디자인 씽킹은 처음부터 실천을 염두에 두고 결과물을 도출하려고 하니까 로지컬 씽킹과는 다른 지향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적용에 적합한 상황이 다르다. 로지컬 씽킹은 안정되고 예측 가능한 환경에 적합하다면 디자인 씽킹은 불확실한 환경에 적합하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안정되고 예측 가능한 환경이 아니라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에 디자인 씽킹이 더 주목받는 것이다.
셋째, 바라보는 대상에 차이가 있다. 로지컬 씽킹은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주체가 인구통계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세분화된 ‘타겟 시장’을 어떻게 선정할 것인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방법이라면, 디자인 씽킹은 ‘인간’ 자체에 주목하는 접근법이다.
반대로 디자인 씽킹 관점이 로지컬 씽킹으로부터 배울 점도 있다.
디자인 씽킹은 지나친 확신을 버려야 한다. 디자인 씽킹을 통해 도출한 참신한 생각이 반드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기발한 생각이라 하더라도 성장과 변화의 동인으로 작용할 만큼 충분한 잠재적 가치를 내포하고 있어야 가치가 있다. 그 새로움으로 누군가에게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아이디어일 경우에만 ‘참신한’ 생각이 될 수 있다.
둘째, 전략이나 수익과 동떨어진 접근은 그저 ‘재미있는 놀이’로 끝날 수 있다.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은 만들어진 아이디어가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이슈에 관해 고민해야 한다. ‘이익’을 목표로 할지 ‘고객 만족’을 목표로 할지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어떤 전략을 수립하고 프로세스를 최적화할지 고민해야 한다. 이와 같은 영역은 디자인 씽킹에서는 어려운 분야일 수 있다.
셋째, 아이디어의 완성은 포트폴리오이다. 디자인 씽킹을 통해 특이한 키오스크나 환자들을 위해 예쁜 팔찌를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몇 개나 필요한지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얼마의 예산이 필요한지 알아야 한다. 얼마나 많은 자원과 어떤 사람들이 추가로 더 있어야 이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을지 알아야 한다. 정확한 시장 규모 측정(Market sizing)이 필요하고 어느 성별, 연령대, 직업군, 지역의 사람들이 고객이 될 것인지 예측하는 것에는 고도의 분석이 필요하다.
두 가지 사고법을 비교해본 결과, 로지컬 씽킹과 디자인 씽킹 중에서 어떤 방법이 더 바람직하고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하다. 영국 서리 대학교 유진 샌들러 스미스(Eugene Sadler-Smith) 교수는 “디자인 씽킹은 분석과 직관 사이를 적절하게 오가는 정신적 양손잡이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아무리 좋은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로지킬 씽킹 프로세스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어떤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론이라는 측면에서 디자인 씽킹과 로지컬 씽킹은 둘 다 훌륭한 접근 방법이다. 어떠한 성격의 문제가 주어지더라도 디자인 씽킹과 로지컬 씽킹 중 한쪽에만 치우친다면 반쪽짜리 문제 해결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한 가지가 아니라 두 가지 프로세스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사고인 융합형 사고이다.
질문의 시대
로지컬 씽킹과 디자인 씽킹을 합한 융합형 사고를 통해 우리가 처해 있는 문제를 해결할 경우, 환경 변화의 속도가 빠르지 않다면 이 단계에서 만족할 수 있다. 그러나 급변하는 환경은 우리에게 또 다른 것을 요구한다. 바로 질문이다. 생성형 AI들은 모두 사용자의 질문을 통해 원하는 답을 만들어낸다. 누가 얼마나 더 날카로운 질문을 할 수 있느냐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이다.
그러나 한 단계 더 생각해보면 인공지능은 후향적 정보와 지식을 통해 사용자가 요구하는 내용을 생성한다. 지금까지 생성된 빅데이터 속에서 정보가 생성되고 이미 존재하는 지식으로부터 필요한 내용을 만들어낸다. 그러므로 인공지능은 기존의 한정된 지식과 흘러간 지식에 각 개인의 고유한 경험을 더하여 A와 B의 지식을 합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통찰이나 지혜의 영역에는 접근할 수 없다. 그러므로 AI시대에 필요한 진정한 질문은, 지식과 지식을 연결하고 ‘과연 그럴까?’라고 의심하고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서 영감을 찾아낼 수 있는 인간 고유의 질문이 필요한 시대이다.
2017년 5월 우리는 이세돌과 알파고 간에 이뤄진 세기의 바둑 대결에서 인간이 패하는 충격을 경험하였다. 그 후 더욱 업그레이드된 알파고 제로는 인간과의 바둑대결에서 100:0으로 승리하며 더 이상 인간과의 대결에 흥미를 잃을 만큼 높은 바둑 실력을 갖게 되었다.그런데 2023년 2월 미국 아마추어 바둑기사 켈린 펠린(Kellin Pelrine)이 최강 알파고를 14:1로 승리하는 일이 발생했다. 귀퉁이에 바둑을 두는 등 변칙수법으로 AI를 당황하게 하여 이세돌이 겨우 1승을 거둔 이후 7년 만에 대승을 거둔 것이다.
AI시대에 필요한 것은 AI가 더 잘하는 분야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그럭저럭하던 일이나 이미 존재하는 지식을 암기하고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일들을 줄이고, 바꾸고, 다른 지식과 합쳐서 새로운 고부가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질문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