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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병태 Jun 14. 2024

평균 사고와 질문의 시대

“외부의 변화 속도가 조직 내부의 변화 속도보다 빠 르다면 그 조직의 최후가 가까워진 것이다.”  이는 세종상공회의소가 개최한 제6차 세종경제포럼  조찬 세미나에서 콤비마케팅연구원 김광호 원장이 한  말이다.(1)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다면 고민해봐야 할 말이다.  


어떻게 조직 내부의 변화 속도를 높일 것인가?  세계적인 리더십 학자 중 하나인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에이미 에드먼슨(Amy C. Edmondson)은 “구성원 들이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하며, 협업하고 학습하고 혁신하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2) 심리적 안정감이 높으면 변화와 불확실성이 많은 시대에 잘 적응하고 성장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침묵은 조직의 성과를 갉아먹을 뿐만 아니라 조직을 위태롭게 한다고 주장했다.  


렇다면, 어떻게 구성원들이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고 두려움 없이 솔직하게 의견이나 생각을 말할 수 있을까? 교육신경과학분야의 선도적인 사상가인 토드 로즈(Todd Rose)는 미국 공군전투기 조종석의 사례와 미 국 여성의 평균적 신체 지수를 바탕으로 만든 조각상  노르마(Norma)의 사례를 통해 평균적인 사고의 위험성을 예고했다.(3)  


미 공군은 21세기 초반 전투기 조종사들의 신체지수를 측정하여 평균적인 신체를 구하고 그에 적합한 조종석을 만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잦은 추락사고가 발생하여, 다양한 원인 분석에 들어갔지만 문제의 원인을 발견할 수 없었다. 이후 미 공군은 예전과 다름 없이 4,000여 명의 조종사에 대하여 140여 가지 항목으로 신체 지수를 측정하고 평균에 해당하는 조종석을  설계하는 일을 지속하였다. 그런데 1950년 대니얼스 (Gilbert S. Daniels) 중위는 이런 방식에 의혹을 품고,  평균신체지수와 각 개인을 한 명씩 대입하는 비교를 거쳐 조종사 4,063명 중 평균신체지수에 정확히 일치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음을 발견하였다. 이를 통해 미 공 군은 그동안 발생했던 추락사고의 원인이 고정된 평균  신체에 맞춘 조종석임을 파악하고 개인 맞춤형 조종석 을 변경함으로써 추락사고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  


[그림 1] 미국 여성의 평균적인 신체지수를 바탕으로 만든 조각 상 노르마(Norma)


1945년 오하이오주에서는 전형적인 미국 여성상인  노르마(Norma)와 신체 지수가 근접한 여성을 뽑는 대 회가 열렸다.(4)  노르마는 유명한 미국 산부인과 의사 로버트 디킨슨 (Robert L Dickinson)과 조각가 아브람 벨스키(Abram  Belskie)가 합작해 미국의 젊은 성인 여성 1만 5,000 여명의 신체 자료를 바탕으로 만든 조각상이다. (5)  그런데 이 대회에서는 노르마의 9가지 신체 지수 수치 중 5 개 이상의 항목에 일치하는 여성은 참석자 3,864명 중  40명도 되지 않았다. 9개 항목 전부 일치하는 참가자는  물론 한 명도 없었다.  


이 두 가지 사례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평균은 허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평균이라는 허상에 집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사고방식은 평균에  사로잡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균 사고는 우리의 모든 일상에 적용된다. 조직 내에서 공통적으로 지 향하는 인재상도 평균 사고의 결과이고, 지침이나 가이드 라인도 평균의 사고의 결과이다. 교육 현장에서도  평균 점수가 과목별 점수나 개인의 특성보다 우선 적용 된다. 사회 과학에서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후 가장 먼  시도하는 것이 평균을 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평균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그룹핑을 시도한다. 그 결과  밀레니얼 세대가 그룹핑되고 Z세대도 만들어진다. 그들의 평균적인 행태가 자연스럽게 묘사되고 우리는 그 들을 평균적인 행태를 기준으로 평가하고 판단하는 우 를 범한다. 


의학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개개인의 환자 특성이 다르고 유전자가 다르고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연령과 성별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교과서적이고 평균적인 치료법을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외부의 변화 속도가 조직 내부의 변화 속도보다 빠 르다면 그 조직의 최후가 가까워진 것이다.”라는 말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두려움 없는 조직 그리고  평균 사고를 대입해보자. 


외부의 변화 속도에 대응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무엇인가? 평균 사고다. 심리적 안 정감을 가지고 자유로운 의견과 생각을 말할 수 있도록 하는 조직이 불확실성을 대비하는 방법이라 했지만  우리는 평균 사고를 통해 모나지 않고 조직에 순화하고  조용히 침묵하는 구성원을 요구한다. 우리 자신 또한  그렇게 사는 것이 미덕이라고 여기며 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평균이라는 유령에 과학도 의학도 사회도  교육도 끌려가고 있다.  조직을 벗어나 한 발짝만 나가도 급변하는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정보화 시대, 스마트한 시대, 인공지능과  가상환경, 증강현실이 시시각각으로 속도를 높이고 있 다. 그런데 우리는 반대급부적으로 평균 사고에 익숙해  있으니 이와 같은 사고의 틀과 행태를 벗어나는 것이  외부의 속도와 내부의 속도를 맞추는 방법이 될 수 있 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평균 사고에서 벗어날 것인가?  


첫째, 평균 사고에서 빠져나오는 것이다. 이미 디지털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빅데이터(Big Data)는 평균  사고를 넘어 개개인성(個個人性)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의학에서도 정밀(맞춤)의료를 실현할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 그러므로 평균 사고에서 빠져나오 는 것이 속도와 상관없는 나만의 길이 될 수 있다.  


둘째, 질문하는 것이다. 평균 사고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 평균을 정답으로 생각하고 그것에 맞추는 사고이 다. 그러나 평균과 같아지는 것은 개성을 없애는 것이고 똑같아진다는 것은 AI에 노출될 수 있는 지수가 높 아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평균이라는 한정된 사고와 흘러간 지식에 매몰되지 말고 그것에 나만의 경험을 더하 고 질문을 통해 지혜(Wisdom)를 추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것이 질문이다. 질문은 지식과 정보 를 연결하는 실이기 때문이다.   


셋째, 고부가가치 일을 창출하는 것이다. 질문을 통 해 지금까지 그럭저럭 하던 일을 줄이고, 바꾸고, 합쳐서 고부가가치 일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 해서는 익숙하고 편한 규정이나 지침에 의문갖기를 해 야 한다. ‘과연 그런가?’라는 부호를 달고 접근하는 자 세가 필요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지식을 외 울 수 있는 대용량의 뇌가 아니다.(6) 지식을 무턱대고 저 장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것은 인공지능이 더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는 지식을  활용해 새로운 상황에 대비하는 지혜가 더 중요하다. 


 넷째, 질문의 방향과 대상이 고객 중심적이어야 한 다.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는 일찍이  “비즈니스의 목적은 고객을 창출하고 유지하는 것이 다.”라고 하였다. 정보화 시대를 통해 고객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는 더욱 다양하고 많아졌다. 더불어 고객의  보이지 않던 욕구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다.  그렇지만 고객의 숨겨진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단 순한 설문이나 한정된 정보로는 알아낼 수 없다. 고객을 세밀하게 관찰하거나 직접 고객이 되어 체험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진짜 욕구가 중요한 시대이다. 고객의  진정한 욕구 파악을 통해 평균적인 인간이 아니라 한  개인으로서의 인간의 욕구를 중요하게 접근할 수 있다.  

다섯째, 서로 다른 것을 붙여보고 가능성을 질문하 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보화 시대에 전문적인 세부 분 야는 인공지능 영역으로 전환될 수 있다. 디자인 사고 의 전문가인 미국 카네기 멜론 대학교 리챠드 뷰캐넌 (Richard Buchanan)은 “과학이란 시간이 지남에 따 라 점점 더 서로 단절되어 마침내 독자적인 전문분야가  될 때까지 발전한다.”며 이렇게 독립적이고 단절된 분 야부터 인공지능 영역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외부의 변화 속도에 맞추기 위해서는 각각 독립된 분 야 안에서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부터  안으로 가져오는(Outside in) 접근이 필요하다. 

그림2 질문과 부가가치있는 일


그래야  고부가가치 일의 창출 전혀 새로운 것이 들어와 새로운 제3의 대안이 만들어 지고 혁신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관리자 및 경영자의 태도와 사고방식이 바뀌 어야 한다. 구성원들이 심리적인 안정감을 가지고 앞에 서 제시한 5가지 방법들을 두려움 없이 전개하기 위해 서는 리더십에서부터 평균 사고를 벗어난 태도를 유지 해야 한다. 리더십은 변화의 속도를 무시한 체 구성원 에게만 변화 속도에 발맞추라고 요구하는 것은 조직을  더욱 침묵하게 만드는 잘못된 길이기 때문이다.





1. 세종포스트, 2019년 5월 23일자


2. 에이미 에드먼슨 저/최윤영 역, 『두려움 없는 조직』, 다산북스, 2019. 세종포스트, 2019년 5월 23일자


3. 토드 로즈, 『평균의 종말』, 21세기북스, 2015.  


4  Josephine Robertson, “Are you Norma, Typical Woman?  Search to Reward Ohio Winners,”Cleveland Plain Dealer,  Semptember 9, 1945.  


5  Anna G. Creadick Perfectly Average: The Pursuit of Normality  in Postwar America (Amherst: University of Massachusetts  Press. 2010). Note: The sculptures are available at Harvard  Countway Library, *CLINIC: But Am I Normal?" Remedia,  November 5 2012. Harry L. Shapiro, Portrait of the American  People, 66 Natural History 54 (1945): 248, 252.


6. 이시한, 『똑똑한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질문하는가』, 북 플레 저,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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