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밤비 Aug 01. 2022

두 여자를 대하는 법

정태우의 처세술(시어머니 vs 며느리)

연예인중 션과 정혜영, 최수종과 하희라 부부처럼 흔히들 얘기하는 천상계 부부들은 흔한 케이스가 아니기에 부럽긴 하지만 공감이 가지 않는다. 션과 최수종의 아내에 대한 무한한 사랑은 그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거리감이 느껴지는 부부이기도 하다. 부럽기는 하지만 애초에 범접할 수 없는 그들의 리그는 그저 티브이 속의 연예인 부부일 뿐이다. 실제론 어떤지 모르겠지만 시댁과 아내 사이에서 조율보단 아내 편에 더 서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균형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최근 살림남에 정태우, 장인희 부부의 삶을 보게 되었다. 우연히 보게 된 정태우가 내가 바라던 가장 현실적이고 이상적인 남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정태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 준 예능이다.

정태우의 어머님이 며느리가 일하는 날인 줄 알고 집에 방문하게 되면서 나누던 대화들을 보게 됐다.

두 여자 사이에서의 정태우의 쎈스 있는 대처는 저런 걸 어디서 배웠나 싶을 정도로 훌륭해 보였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서 치우치지 않고 조율하는 정태우의 센스란..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매실청 배틀에서 어느 편에도 서지 않는다.

어머니의 매실은 오래된 깊은 맛이 있고 아내의 매실은 신세대 매실이라며 동시에 칭찬하고 나선다.

시어머니가 냉장고를 바라보며 아이들 뭘 해먹이냐고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제철음식을 얘기하자 정태우의 지혜로운 한마디.

"어 엄마가 오늘 좀 해줘~"

직장 다니는 40대 초반의 며느리가 제철음식으로 맛있게 요리를 하긴 쉬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시어머니가 요리를 하시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대화가 끝나자마자 요리를 시작하는 시어머니와 주방의 할 일을 돕는 며느리.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합작으로 요리를 하는 동안 정태우는 아내의 안색을 살핀다. 정태우는 본인 엄마의 잔소리와 쓴소리를 이미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아내에게 쓴소리를 늘어놓는 거 눈치챈 정태우는 그 자리를 떠나질 않는다. 아내의 편만 드나 싶었는데 동시에 시어머니의 요리를 칭찬하며 양쪽을 조율하는 모습이 참 지혜로웠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설거지를 하려고 하는 아내가 피곤함을 호소하자 정태우가 하는 말.

아내의 피곤함을 미리 알고 치는 멘트.

 "내가 자기 전에 마사지해줄게."

지금  설거지를 정태우가 하면 엄마도 마음 아플 수 있고 아내도 곤란할 수 있으니

"엄마 가면 내가 설거지해줄게."라고 말하는 그 지혜로움.

교과서에서도 나오지 않는 센스 있는 말들을 정말 정태우가  생각해낸 걸까?


마지막 어머님이 돌아간 후의 대화는 더욱더 정태우를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어 주었다.

어머님이 일방적으로 가져온 화초들을 며느리가 부담스러워한다. 며느리 입장에서 크게 주장할 수 없으니 곤란한 모습만 보인다.

현관문을 나가기 전 시어머님의 멘트.

"죽이지 말고 잘 키워라."

며느리는 깔끔한 집을 좋아하는 편이고 식물을 키워 본 적도 없기에  부담스럽기만 하다.

시어머니가  집에 돌아가신 후  정태우가 아내를 보며 한 멘트들.

"근데 솔직히 너무 많지? 너 부담스럽지? 내가 잘 얘기해서 엄마 다시 갖다 드려야겠다. 우리 집에는 두 개만 남기고 나머지는 엄마가 잘 키워주시면 좋겠다고. 엄마 집에 가서 이쁜 거 보겠다고. 그렇게 얘기할게"

정태우의 멘트들은 시어머니와 아내가 최대한 서로 기분 상하지 않고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센스 있는 대처다. 


만약 며느리가 식물 키우기 부담스럽다고 얘기했더라면 시어머니는 기분 상했을 수도 있다. 또한 정태우가 본인 엄마가 가져온 식물이 뭐가 그리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러냐며 타박한다면 시어머니, 며느리, 남편의 트러블은 이미 시작인 것이다. 

꽉 막힌 남편들은 우리 엄마는 그런 걸로 소심하게 그러는 사람 아니라고 얘기할 테지만 고부 관계는 다르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현존하는 남편들이 정태우의 지혜로움을 배운다면 고부 갈등이 극으로 치닫지 않을 텐데..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에선 남편의 역할이 엄청 중요하다. 

묵인하며 한 발 빼고 있는 것도 일방적으로 한쪽 편만 드는 것도 너무 위험하다. 악의가 없어도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오해가 쌓일 수 있다. 그런 관계에서 남편의 무능함은 서로 불편함을 일으킬 뿐이다. 


내 딸의 미래 사위와 아들에게 정태우, 장인희, 시어머니의 삼각구도를 보여준 이 방송을 꼭 보여주고 싶다. 남편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정태우의 센스와 지혜로움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이해시켜주고 싶다. 아들로서 엄마를 챙길 수 있는 방법, 남편으로서 아내를 위할 수 있는 방법을 정태우는 참 잘 알고 실천하고 있다. 두 여자 중 한 명을 선택할 수 없으니 둘 다 사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정태우 같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잘 지내길 바란다면 그건 남편들의 착각이고 이기심이다. 


살림남의 정태 우편을 보면서 내가 생각했던 고부갈등 속 이상적인 남편의 상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 감동했다. 살림남의 정태우, 장인희, 시어머니 편을 많은 남편들이 봤으면 좋겠다. 백 마디 말보다 이 하나의 영상이 더 많은 울림을 줄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우영우가 불편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