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맛 같았던 여름 방학이 끝나고 어느새 새 학기가 시작된 지 보름이 지났다. 일반적인 학생들이라면 '수업 듣기 힘들다.. 학교 가기 힘들다..' 등등 여러 하소연들이 슬슬 나올 시기이지만 나는 오히려 그 반대다. 지난 학기들보다 몸이 너무나도 편해졌다. 도대체 왜? 그 이유는 바로 내가 이번 학기부터 차를 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폭풍간지 삼각떼
나는 학부에 입학했을 때부터 인천에 있는 집에서 서울에 있는 학교까지 통학을 했다. 매일 오전 집 근처 정거장
에서 버스를 타 지하철 역에 내린 뒤 1호선과 2호선을 타고 학교 근처 역에 도착해 다시 버스를 타고 학교 안으로 들어왔다. 약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리는 이 대장정을 무려 6년 동안이나 해왔다.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해왔는지 모르겠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버스와 지하철에서 서서 오는 경우가 많다 보니 학교에 도착하기만 했는데도 진이 다 빠져서 수업에 잘 집중하지 못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달부터 차를 몰고 다니면서 천국을 맛보고 있다. 아직 초보운전이라 긴장 빡한상태로 운전하고는 있지만, 집에서 학교까지 30분밖에 걸리지 않고 운전도 앉아서 하니 삶의 질이 한 단계 올라간 느낌이다.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낑낑대며 주차해놓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다. 통학을 하는 데는 1시간 반이 걸리고 지금은 30분이 걸리니 왕복으로 따지면 하루에 2시간 정도의 여유 시간이 생기게 된 것이다. (참으로 이과적인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이 2시간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보너스로 받은 시간 같은 느낌이라 업무 시간에 더 투자하기보다는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고 싶었다.
긴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의 우선순위를 높이자
자기 계발계의 거장 스티븐 코비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긴급성'과 '중요성'을 기준으로 4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위 시간관리 매트릭스처럼 말이다. 4가지 활동 중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활동 2, 즉 '긴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들이다. 이 카테고리에는 독서, 영어 공부 같은 자기 계발류 활동들이 속하는데 중요한 일들이지만 급하지 않기 때문에 소홀히 하기가 쉽다. 독서하고 영어 공부하면 미래에 분명 좋기는 하겠지만 지금 당장 독서 안 한다고, 영어 공부 안 한다고 누가 뭐라 하지 않기 때문에 나중으로 미뤄둔다. 그러다 정작 필요한 순간이 되면 예전에 열심히 공부할걸.. 하며 후회하게 된다. 나는 보너스처럼 얻은 2시간을 긴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들에 투자하기로 했다.
내가 이 시간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일은 바로 자기 계발계의 쌍두마차 독서&글쓰기와 영어 공부이다. 뭔가 특별한 것을 기대하셨을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계획을 하는 데에는 역시 이유가 있지 않나 싶다.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독서와 영어 공부를 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여러 번 시도를 했었지만 며칠 하다가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때마다 나는 왜 이렇게 의지가 부족할까라며 나 자신을 자책했었다. 하지만 문제는 내 의지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만들고자 하는 습관을 효과적으로 잘 세우는 것 역시 매우 중요했다.
습관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할 확률이 높아진다
책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는 효과적인 습관을 만들기 위한 여러 방법들을 제안한다. 그중에 한 방법이 만들고자 하는 습관을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나타내는 것이다. 어떤 일을 하겠다는 것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서] 이 일을 하겠다는 것을 같이 명시해주어야 일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2001년 영국에서 운동 습관을 들이는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언제], [어디서] 운동을 할지 전주에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운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2배 이상 더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보자. 단순히 '영어 공부를 한다'라고 계획을 세우는 것은 마음가짐은 훌륭하지만 언제 어떻게 행동할지가 나타나 있지 않기 때문에 공부를 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바람직한 계획은 '저녁 7시에(언제) 내 방에서(어디서) 20분간 영어 공부를 한다'라고 세우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제안하는 또 다른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습관 쌓기'이다. 이는 만들고자 하는 습관을 현재 나의 습관과 연결 짓는 것으로 [현재의 습관]을 한 후에 [새로운 습관]을 한다라는 방식으로 습관을 계획하는 것이다. '집에 도착해서 양치를 한 후에 내 방 책상에서 영어 공부를 한다'가 올바른 습관 쌓기의 예시이다.
나는 이 '습관 쌓기' 방법을 이용하여 독서&글쓰기와 영어 공부 습관을 들이고자 한다!
1. 독서&글쓰기
통학을 할 때 나는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었다. 하지만 지하철은 운행하느라 조금씩 흔들리고 주변에 사람들도 많이 있어서 책 읽기에 온전히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이제는 지하철을 탈 일이 줄었으니 집중이 잘 되는 카페에서 책을 읽으려고 한다. 평일에 매일 약 50쪽 정도를 읽게 되면 5일이면 250쪽 정도를 읽게 되고, 주말에 추가로 남은 부분을 더 읽게 되면 일주일에 한 권은 읽을 수 있다. 읽은 내용을 장기기억으로 넘기기 위하여 매일 읽은 부분을 간단하게 요약정리하고 책을 다 읽으면 브런치에 서평을 작성하자!
<독서&글쓰기 습관 세우기>
평일에는 퇴근하고 차를 주차한 후 집 주변 카페에서 50쪽 책을 읽고 간단하게 요약정리한다.
주말에는 집 주변 카페에서 못 다 읽은 부분을 읽은 후 브런치에 서평을 쓴다.
2. 영어
예전 글에서도 포스팅했지만 나는 영단어장을 빡세게 외우고 나서 이제 영어 읽기는 어느 정도 잘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말하기와 쓰기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느낀다. 1년 전쯤에 외국에서 오신 교수님들을 모시고 학교 투어를 진행할 일이 있었는데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영어로 나오지가 않아 굉장히 답답했었다. 이를 위해 평소에 영어로 잘 쓰인 문장을 암기해보고자 한다.
영문장은 [네이티브 영어 표현력 사전]에 있는 문장들을 암기할 것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할 때 할 수 있는 실수들을 지적해주고 어떻게 영어적으로 잘 표현할 수 있는지 자세한 설명과 함께 알려주고 있다. 여기 나오는 네이티브 문장에 예제 문장까지 합하면 소 챕터 하나당 2~3개의 문장이 있고 10개 소챕터 분량 정도를 외우게 되면 내 기준으로 30분 정도 걸린다. 습관 쌓기를 위해 점심을 먹은 후 자리에 앉아 바로 영문장 암기를 진행하도록 한다.
<영어 공부 습관 세우기>
점심을 먹은 후 책상 앞에 앉아 영문장 10개 소챕터 분량을 암기한다.
위에 세운 목표 습관들은 얼핏 보면 사소해 보일 수 있다. 일주일, 한 달 정도 위 습관을 지속한다고 글쓰기, 영어 실력이 획기적으로 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1년, 5년 점점 쌓이면 어떻게 될까?
복리의 마법 우리가 매일 1%씩 성장한다고 가정하면 1년 뒤에는 우리는 37.78배 성장하게 된다. 매일 조금씩 성장하는 것이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매우 큰 결과를 이뤄낸다. 앞에서 말한 독서&글쓰기와 영어 습관을 들여 매일 조금씩 공부해 나가다 보면 언젠가 영어로 유창하게 말하고 내 생각도 글로 술술 써내는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 진짜 능력이 필요할 때 허둥지둥하지 않도록 미리미리 조금씩 준비해놓자!
<참고 서적>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제임스 클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