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에 대해서 무얼 알지?”
5년 전 처음으로 나라는 인물에게 질문했습니다. 그때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어요. 몸뚱이만 이 세상에 덩그러니 있었지요. 나의 두 발은 공중에 떠있었어요. 누구와도 손을 잡고 있지 않았고, 이 우주의 그 무엇과도 관계하지 않았어요. 텅 빈 형체의 존재였을 뿐이었죠. 나는 온기 없이 차갑고 냉랭한 나의 모습이 싫었습니다. 당시 꽃을 가르쳐 주시던 선생님이 제 사진을 찍어 주었죠. 꽃과 함께 소통하는 모습이 사랑스럽다나요. 나는 숙였던 고개를 들고는 눈을 둥그렇게 뜨고는 물었죠.
“선생님, 사랑스럽다고요? 그럴 리가요? 제 모습이 이상해 보이지 않나요?”
이번에는 선생님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는 놀라며 물었죠.
“아니, 무슨 말씀이세요? 이것 보세요 여기. 이렇게 사랑스러운데 무슨 말씀이세요!?”
선생님은 사진 속 내 모습을 보여 주시면 말했어요.
저는 사진 속 인물이 저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었습니다. 희미하게 웃고 있는 생기 없는 물체가 저라니요. 내가 보는 것을 그분은 못 보고 있더라고요. 내면을 보지 못하는 선생님께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요. 왜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걸 그때서야 이해하게 되었죠.
처음으로 다시 돌아갈까요? 네, 나는 나를 모르겠더라구요. 아니, 어쩌면 너무도 잘 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죠. 쓸모없는 인간이 살아서 뭐 하나 하는 생각을 매일 하면서 나라는 생명체를 부정했죠. 뭘 하든 실패하는 존재. 그게 나라는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도대체 할 줄 아는 게 뭐지? 그렇다고 성격이라도 좋으면 또 몰라.’
자책의 시간은 꽤 길었어요..
나를 알고자, 태어나서 처음으로 심리 테스트를 했습니다. 몇 백개의 질문에 답하라더라구요. 결과가 참 궁금했어요. 나는 평범한 사람이면 좋겠다는 기대도 있었어요. 상담을 받는 날, 그때서야 심리선생님은 테스트 결과를 보여 주었죠.
그래프가 보였어요. 왼쪽 끝과 오른쪽 끝으로 이어진 포물선이었어요. <어린왕자>에서 등장하는 뱀의 형상을 아시면 조금은 이해가 갈 겁니다. 모자 모양은 아니고, 코끼리가 들어있지도 않아요. 그 포물선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들어 있었어요. 포물선의 중앙을 군중들이 차지하고 있었죠. 그럼 나는 바라는 대로 그 군중에 속해 있었을까요? 아니요. 아쉽게도 아니었습니다. 나는 저기 저 끝, 오른쪽 끄트머리에 점으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충격적인 결과였습니다. 나는 보통 사람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존재일까. 대부분의 사람들과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가. 기억이 나지 않으나 나는 매우 특별한 점을 찍고 있었지요. 순간 눈물이 펑펑 쏟아졌습니다.
“선생님, 제가 왜 저기에 있죠? 저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은데요,”
울면서 선생님께 물었죠. 선생님의 해설이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예술가 기질에 어쩌구 저쩌구, 뭐라 하셨는데 귀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나는 그저 평범하지 않은 내가 싫고 저주스럽기까지 했으니까요.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다시 다른 검사를 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어요. 나는 정말 이상한 사람인가 봐요. 극과 극을 달리는 사람처럼 너무도 평범하지 않은 곳에 존재하고 있더라구요. 스스로 답이 없다를 반복하며 어찌나 답답해했던지요. 그때부터 나는 인터넷과 책으로 자료를 찾고 보고 듣고 읽고 쓰고 공부했어요. 좌절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어요. 질문을 시작했어요. 나는 어떤 사람인가가 가장 먼저 한 질문이에요. 그리고 그렇다면 나는 정말 이상한 사람인가를 질문했죠. 평범하다는 건 무엇일까하구요. 그때, 알게 된 것이 있어요. 깨달았다고 해야 할까요? 나는 너가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이상했던 것이죠. 나는 내가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평범한 사람인 것이었죠. 무슨 말이냐구요.
세계적으로 성공하거나 잘난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어요. “저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실패도 여러 번 했어요. 그런데 지금 이 자리에 있습니다. 이유는 제가 특별해서가 아닙니다.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주 지극히 평범한 사람도 특별해지고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 특별한 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그때 알았죠. 평범하고 그렇지 않고는 사실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걸요. 우리는 평범할 때도 특별할 때도 있을 뿐. 고정된 실체는 없다는 것이에요. 그러니까 나는 그저 나일 뿐이라는 것이죠. 사회 속 제도에서 특별해 보여도 그건 그저 한낮 필요에 의한 테스트에 불과합니다. 테스트 당시에 참고할 사항에 지나지 않는 것이죠. 고정된 것은 없고,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말이 있죠. 그것이야 말로 변하지 않는 진리죠. 하지만 나를 객관적으로 아는 것은 중요해요. 그래야 이 세상에서 나를 좀 더 잘 데리고 살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나는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을 하고, 관찰하고, 나를 좀 더 알 수 있고 싶어 여러 가지 테스트를 했습니다. 그리고 갤럽에서 실시하는 강정테스트도 했죠. 이 이야기는 뒤에서 다시 하겠습니다. 요점은 나는 나를 알기 위해 질문을 했다는 것이에요. 질문은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 드는 감정에 정의를 내리고 ‘왜?’라고 질문을 하거나, 지금 겪고 있는 상황을 발전 시 키위해 ‘어떻게?’라고 해도 됩니다. ‘무엇을?’, ‘언제?’와 같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육하원칙에 입각하여 하나씩 천천히 해보면 좋습니다. 천천히가 중요합니다. 하나의 질문을 계속하다 보면 저 밑 심해 깊은 곳에 내가 찾고자 하는 보물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나의 이런 노력이 쓸모없지는 않던데요. 너는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너무 특별해서.
2024. 11.08. 금. 다이아 벨플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