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허당입니다. 완벽한 T 같은 외모와 달리 실수 투성이죠. 뭔가 잃어버리거나 빼먹죠. 중요한 걸 빼먹고 잃어버리니 허당이라 하겠죠?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관광지에서 맛있게 식사를 하고, 의자에 매달아 놓은 가방을 놓고 오는 것. 공항 화장실에 들어가 얌전히 걸이에 걸어놓은 가방을 놓고 나오는 것. 이 모든 과정에서 나는 매우 기분이 좋아요. 룰루랄라 노래도 부른답니다. 그런데 아뿔싸! 돌아보니 있어야 할 가방이 없네요. 등에도 어깨에도요.
가방 안에는 현금과 카드, 운전면허증이 들어있는 지갑과 여권이 들어있죠. 생각만 해도 아찔한데, 그런 중요한 물건이 있는데 놓고 가져오는 걸 잊어버리다니요.
정말 한두 번이 아니라, 옆에 있는 사람이 오히려 나보다 더 깜짝 놀라곤 했어요. 그런데 참 이상하죠. 딱 한 번을 제외하고는 늘 찾았습니다. 다시 식당으로 달려가니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요. 다시 화장실로 달려가니 걸이에 그대로 걸려 있습니다. 캐나다 퀘벡의 한 유명 관광지에 있는 식당이었고, 악명 높은 프랑스 샬드골 공항이었습니다. 세상은 생각보다 각박하지 않더라고요.
우리는 모든 걸 너무 과장되게 표현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언어가 무서운 이유죠. 어떤 분이 ‘사기’라는 단어를 어느 단톡방에서 했는데 나는 좀 의문이었어요. 사기를 옹호하는 건 아니지만, 확실치 않은 일에 그런 표현을 쓰면 본인도 힘들지 않을까 했어요.
사실 나도 ‘사기’ 비슷한 것(지금 생각하니 그렇네요)을 경험해 본 적이 있어요. 그때는 정말 온 정신이 그 사건에 쏠려서 머리가 지끈거렸죠. 다른 생각이 들어올 틈이 없었어요. 돈 때문이었어요. 돈을 떼일까 걱정이 되었기는 했어요. 그러나 그 보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느낌이 매우 강렬히 뇌리를 강타했어요.
약속했던 것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과 허망한 말만 돌고 도는 것이었죠. 경험은 우리의 스승이 맞나 봅니다. 나는 이후로 돈과 관련된 일에 더 신중하게 되었어요. 돈이 사람을 완전히 바꿀 수 있음을 알았죠. 상대를 포함해서 저도요.
갑을관계가 바뀌는 건 순간이었어요. 그때 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소중히 생각해야 할 돈을 내가 별 관심 없이 대했구나 하는 것이죠.
코칭을 하다 보면, 돈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이 많아요. 갑자기 지갑을 도난당했다거나, 돈이 없어하고 싶은 바를 이루지 못했다거나 하는 것이죠. 부자고 넉넉했다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더라고요. 저도 그랬습니다. 풍족한 집에서 자라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렇다면 정말 돈이 소중해야 하는데 나는 돈이 든 가방을 왜 잊어버리고 나오는 걸까요. 참 모를 일이에요. 돈과 물건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매번 허당이 되면 안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