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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레일스앤 Sep 27. 2019

[육아 에세이, 958일]19년 9월 27일. 맑음

운동 그리고 건강, 하늘 아빠의 편지

아빠 나이도 벌써 40의 중반을 넘었구나. 나이를 얻은 만큼 아빠는 살도 얻었다. 옷을 입어도 태가 안 나고 그나마 겨울에는 옷으로 가릴 수 있지만, 여름에는 옷으로 살들을 가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단다. 건강도 안 좋아지고 혈압에 당뇨까지 더불어 노안도 왔단다. 언제나 젊음은 내 곁에 있을 줄 알았지만, 가는 세월에 장가 없다고 아빠의 몸은 점점 나이에 맞게 늙고 병들고 있었단다.


정확하게 언제부터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작년 말부터 아빠는 회사에서 젊심을 굶어서라도 체중을 줄이기로 마음을 먹었단다. 회사에 다니다 보면 점심시간에 회사 동료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게 된단다. 우리 회사에는 직원 식당이 없어 같이 어울려 먹게 되면 내가 먹기 싫은 것도 먹기도 하고, 과식도 하게 된다. 그래서 아빠는 점심시간에 식사를 안 하고, 퇴근 후 집에 와서 저녁만 먹었단다. 몇 개월 그렇게 보내면서 체중이 줄지 않아 아빠는 정말 좋아하던 밀가루와 밥과 같은 탄수화물을 안 먹기 시작했단다. 그 대신에 마트에서 토마토와 양배추, 양상추, 오이, 당근 등으로 저녁에 샐러드를 만들어서 먹고 올해 1월부터는 집 앞 헬스클럽을 등록해서 운동을 병행했다. 그렇게 하기를 5개월 후에 아빠의 몸은 약 10kg 줄일 수 있었다. 몸이 가벼워지고 그동안 맞지 않았던 셔츠와 바지들이 넉넉하게 잘 맞기 시작했다.


아빠가 다니던 내과에서 매월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는데 당뇨도 정상수치로 돌아오고 혈압도 정상 범위로 낮아졌다. 모든 것이 살 때문이었다고 할 순 없지만, 체중을 줄이고 아빠의 몸을 정상으로 돌아왔다. 작은방 문틀에 매달아놓은 철봉에 매달려 턱걸이를 하기 시작한 지 반년만에 매달려 있기도 힘들던 내가 지금은 8개 정도 턱걸이를 할 수 있게 되었단다. 정말 습관의 힘의 무섭고 정직하다.


아빠는 오늘 오래간만에 운동을 하고 왔단다. 오늘은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단팥빵과 야채빵을 하나씩 먹은 죄책감에 빠져서 어쩔 수 없었다. 군산 이성당에서 택배로 온 빵을 허겁지겁 정말 맛있게 먹었다. 야채빵의 아삭아삭한 심감과 단팥빵의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콜한 향기에 푹 빠져 버렸다. 군산에 가서도 이성당 빵을 먹기 힘들어 택배 주문을 했단다. 세상의 정말 편해지고 있단다. 뭐든지 온라인으로 주문한 하면 되는 세상이다.


야채빵과 단팥빵! 악마의 유혹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마치고 혈압을 측정해보니 정상이다. 운동 후 편의점에 들려 녹차 음료를 사서 벌컥벌컥 마셨다. 정말 개운한 하루를 마감했다. 금요일 저녁이니 몸도 마음도 평안하단다. 내일은 전철을 타고 얼마 전 일반인에게 개방된 노들섬에 가볼 예정이란다. 내일은 아빠와 엄마를 결혼하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모 도 만나러 간단다. 내일도 재미있고 행복한 하루가 될 것 같구나.


내일 보자 하늘아. 아참! 내일은 아침에 일어나서 이삭토스트와 이디아 커피를 사러 가는 토요일 아침이다.

하늘이가 내일 기억하는지 내일 아침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굿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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