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에서 교직원이 되기까지
엉겁결에 써 본 글에 브런치 작가가 되고 처음 쓴 글이 아마 내가 독일에서 유학을 하고 있었던 때다.
모르긴 몰라도 어느새 5년 가까이 지났을 테다.
그 사이, '작가'가 되었든 혹은 무언가로부터 '인정받은' 블로거로서든 글을 자주 써 보겠다는 다짐을 했으나..
그 다짐은 내 글 목록을 보듯 처참히 무너졌다. 뭐 많은 다짐들이 그렇듯 말이다.
2016년이 되자마자 독일로의 유학행을 택했고,
운 좋게도 그 해 10월, 석사과정에 입학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남들보다 앞서겠다는 지금은 털어내 버린 지방대 콤플렉스가 내 속을 누른 탓일까,
아니면 해외생활이 맞다고 생각했던, 혹은 맞아야 한다고 생각해 오던 그 마음이 일순간 무너져버린 탓일까.
2020년 9월, 코로나를 핑계로 귀국티켓을 끊는다.
4년 8개월, 56개월, 대략 1,700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나의 유학생활동안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스쳐가며 하나같이 하던 말들이 있었다.
귀국했다가 다시 온다는 사람치고 다시 온 사람 못 봤다.
"짬에서 나온 바이브" 든 '경험론'이든 나에게도 그 말은 정확했다.
2020년 9월 귀국으로부터 이 글을 쓰고 있는 2024년 1월까지,
대략 3년 3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조금 있으면 내가 유학했던 기간을 넘어서겠지. 당연스럽게도.
20대의 패기 넘치던 유학생은 20대의 끄트머리에서 귀국을 택했고,
그 끄트머리에서 얻은 직장에서 어쩌다 2년 차를 맞이한, 다시 독일로 돌아가고 싶으나,
첫 독일행만큼 발걸음이 막 가볍지만은 않은. 대충 그런 입장 내지는 상황인 것이다.
귀국 후 여러 개인적인 일들을 지나,
지금은 서울의 한 대학교 부설연구기관에서 연구직 교직원으로 근무를 하고 있다.
사실 지금 이 자리도, 내가 원했던 자리는 아니었다.
나의 전공과 맞는 파트도 아니었고, 유학을 떠나며 다시 고국의 대학으로 돌아온다고 했을 때,
교원이 아닌 직원으로서 일하기를 바라고 가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다만, 그래도 해 보자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우연히 찾아온 기회, 가능한 많은 것들을 해 볼 수 있는 재량권과 환경.
이곳에서 정년을 채우지도, 채울 수도 없겠지만,
언제까지가 되었든 어쩌면 돌고 돌아 첫 사회생활에서 난 무엇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그나저나, 내일부터 연말정산이 시작된다는데,
이거 뭐 직장인을 해봤어야지.
이게 뭔가 싶다가도, 이런 것들에 신경이 쓰이는 내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뭐가 됐든, 돌고 돌아 나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기여를 하고 있구나.
다시 무너질 다짐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교직원 생활과 그 사이에서 자리 잡아가는 나의 이야기를 써 보려고 한다.
생각이 났을 때 써야지, 미루고 미루다 보면 이거 끝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