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난민이 된 유학생의 일기
올 2020년은 다른 어떤 해 보다도 빠르게 지나간 듯한 느낌이 든다.
꽃이 피고, 새로운 기대로 가득했던 봄,
유난히 무덥고 힘들었던 여름,
정신없이 지나간 가을을 지나
어느새 찬바람 부는 겨울의 문턱 앞에 서 있는 것이다.
부제에 적었듯, 나는 독일에서 유학하고 있는 5년 차 유학생이다.
코로나로 인해 지난 8월, 상황이 나아지리라는 생각으로 잠시 귀국을 택했지만,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코로나 탓에 본의 아니게 코로나 난민이 되어버린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한국에 있으면서, 지나 온 시간에 대해서 진지한 생각을 하고, 한국에서 또 다른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있으니 지금 한국에 있는 것이 그리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으리라.
지금 이 시간들을 모두 코로나바이러스 탓으로 돌리기엔, 누군가 대신 살아주지도, 그럴 수도 없는 내 한 번밖에 없는 인생이, 20대가 너무 아까우니.
본디, 시간이라는 것이 코로나가 아니라 코로나 할아버지가 와서 창궐한다고 한들 똑같이 흘러가는 것이니.
그래서 더 야속할 때도 있지만 말이다.
"거의 반년만에 돌아온 브런치에 게재하는 첫 글이 신세한탄이라니"
이런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어쩌면 다른 사람들보다 늦었을 생각을 고쳐먹어 보기로 했다.
나는 20대고, 성공보다는 실패를 더 많이 맛보기 좋을 때이며, 안주하기보다는 나아가는 과정 속에 있는 사람이라고.
한동안 쓰지 못했던, 이 곳에 나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가 볼까 한다.
설령 누구 하나 관심 없는 이야기라 할 지라도 어떤가.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이 순간을 돌아볼 수 있다면, 사실 그것 만으로도 충분한 것 아니겠는가.
시간이 지나면, 지금 이 순간도 그리운 것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