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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익재 May 23. 2024

한 해의 (대략) 절반을 지나며

뭐 했다고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가지? 서른둘의 한탄록

여러모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오래간만에 브런치 앱을 열었다.

지난번 글을 쓸 때가 그리 오래지 않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갈 무렵,

마지막 글 오른쪽에 적힌 게시일. 2024년 2월 24일. 대략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려 아직은 긴팔에 코트를 입던 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출퇴근하는 내 차에는 히터 대신 에어컨이,

코트와 니트로 가득했던 옷장은 긴팔에서 완벽히 반팔로 계절을 갈아탄 뒤였다.


시간이 참 안 간다고 생각하던 때가 누구에게나 한 번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면, 남자들은 군대에 있을 때라던가.


돌이켜 생각해 보면 (사실 돌이켜 생각할 만큼 심오한 것도 아니지만),

내가 “참 시간 더럽게 안 간다”라고 느끼던 그때도,

“뭐 했다고 벌써 시간이 이만큼이나 흘렀지?”라며 알 수 없을 여러 생각을 하고 있는 지금도 시간은 똑같은 속도와 밀도와 질량으로 흘렀고, 흐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주는 시간이 여러모로 더 빠르게 흐르는 느낌이었던 것이,

내가 근무 중인 연구소가 주최하는 행사와 포럼이 이번 주에만 3개가 겹쳤고, 내가 그 행사와 포럼의 기획자여서 그랬던 것 같다.


적당히 페이퍼 대충 쓰고 하는 것도 아닌, 학부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과과정을 홍보하고, 또 다른 하나는 정부, 대학, 시민사회, 기업의 분야별 전문가를 모시고서 하는 포럼이다 보니,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거기에 운이 좋게도 오롯이 주변 영향 없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연구소에서 개인 방을 배정해 준 덕에,

야근을 하거나 무언가 집중을 할 때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늦은 저녁 바라본 시계에 이른바 ‘현타’가 온 적이 몇 번이었던가.


이런 나를 두고서, 대학에 연구교수로 근무하는 또 다른 친한 친구는 “너는 그냥 일에 미쳐있는 애”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니.

(문제는 나 스스로가 딱히 일에 미쳐있는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


대략 이번주에 몰린 3개의 행사/포럼 가운데 2개가 끝났고, 토요일이면 상반기까지 계획된 주요 행사의 대부분이 끝난다.

그 덕에 다음 주는 다소 편안히 보내다가 주말부터 나흘동안 중국으로 컨퍼런스 참석, 발표차 다녀오게 되면 상반기 일정은 끝.


내가 가진 내 일에 대한 자부심과,

일에 묻혀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워커홀릭스러움과,

“집에 가봐야 뭐 해 심심하기만 하지”라며 적당히 유야무야하는 내 모습 그 사이 어딘가마다 적당한 경계가 있으면 좋겠다는,

추상적이지만 가능하다면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나저나, 어쩌다 보니 유학시절 시작했던 나름의 희망찬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 내 브런치가

직장인의 한탄일기가 되어가는 그런 느낌이다.


그래도 지나온 내 시간의 굵직굵직한 기억들이 남아있는 곳이라 때 되면 잊지 않고 찾아오게 되는 듯하다.


아마 다음 글은 중국에서 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때까지, Ad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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