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농업인의 이커머스는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가
청년 농업인의 이커머스 : 와디즈를 추천하지 않는 이유 #1와 이어집니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기업의 공세가 아주 거셉니다. 이 공세가 얼마나 갈지, 국내에 어떻게 자리를 잡을지는 모릅니다. 어쨌든 여기저기 광고는 많이 보이죠. 그러나 파급력이 수도권 밖에서도 유효한지는.. 글쎄요! 지방에서 체감되는 셀러 유치 파워는 여전히 스마트스토어, 쿠팡, 와디즈가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공통점이 있다면 다들 판매 방법(상품 등록, 입점 방법 등)에 대해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중에서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로 첫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시는 분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저라도 그랬을 겁니다. 하지만 시장의 진입자가 늘면 이탈자도 늘어나는 법. 스마트스토어에서 실패를 경험하신 분도 많았습니다. 실패라고 단정하기에는 진도 자체가 너무 나가지 않았던 아쉬운 사례도 있었고요. 나름대로 궁리하고 시간도 꽤 쓰셨지만, 괜찮은 성과를 올리지 못하신 사례도 있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스마트스토어 자체는 잘못이 없다는 것입니다. 최근 C커머스가 치고 올라오고는 있지만, 여전히 국내에서 큰 영향력을 보이는 이커머스 플랫폼은 쿠팡, 네이버쇼핑입니다. 더불어 이 플랫폼들만큼 판매자 친화적인 곳도 찾아보기 드뭅니다. SCM에 굳이 돈을 쓰지 않아도 장사가 잘 되는 곳(?)들은 대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낡은 시스템을 통해 셀러와 상품을 관리하는 곳이 많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커머스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위대한 사람도 위대해지는 법을 전수하기는 어렵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위대하다는 뜻이 절대 아닙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상품의 성공, 마케팅의 성공에 관해 물어봐주실 때 저는 이런 비유로 설명하곤 합니다.
갑자기 형광등 불이 꺼졌습니다. 어떻게 해야 불을 다시 켤 수 있을까요?
형광등이 켜지지 않을 때 우리는 여러 질문을 던져봅니다. 형광등이 나갔나? 안정기가 나갔나? 스위치가 나갔나? 정전이 된 건가? 여러 가지 요인을 추측해 보지만 결론은 이렇습니다. “뭐 하나만 동작하지 않더라도 형광등은 켜지지 않는다.”라는 것입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맥락도 동일합니다. 상품 문제일까? 유통 경로의 문제일까? 광고의 문제일까? 등 여러 요인 중 단 한 가지의 문제만 있어도 커머스 활동이 정상적으로 동작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커머스 전반에 대한 개론 학습이 필요합니다. “이것만 하면 된다”는 식의 일차원적인 접근은 예비 판매자의 시행착오만 늘릴 뿐입니다. 물론 그런 과정에서 배우는 것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다만 교육의 효율 측면에서 생각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좋은 교육에는 좋은 커리큘럼이 있습니다. 어떤 새로운 분야를 배울 때 우리는 보통 그 분야의 기초적인 개론과 배경에 대한 지식을 먼저 쌓아왔습니다. 왜일까요? 전체적인 맥락을 읽기 위해서는 기초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뛰어난 교수님들께서 어떤 지식을 전수하실 때는 늘 기본적인 내용부터 출발하시는 모습을 자주 보셨을텐데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이것만 하면 성공합니다.”라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성공적인 교육(혹은 성과를 내는 일)을 위해서는 예비 판매자(수강생)의 컨디션을 정확하게 진단해 내고, 필요한 배경지식을 우선순위에 맞춰 공급해야 합니다. 그다음 실무 교육을 진행해야 합니다. 그래야 의사결정이 더 현명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사례도 있습니다.
상세페이지 작성 강의 → 디자인에 대한 강조 → 디자인 아웃소싱 영업 → 강사 연관 업체로 연결
저는 초기 단계에 아웃소싱이 필요한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입니다. 경험이라면 경험, 시장 반응 관찰이라면 관찰. 명확한 목적을 설정하고 그 목적에 대한 달성을 우선 목표로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플랫폼에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딱 한 가지 기준을 고르라면 어떤 플랫폼이든 DAU/MAU가 높은 게 일단 장땡입니다. 그런 측면으로 보자면 와디즈는 분명히 좋은 플랫폼은 맞습니다. 꼭 활성 사용자만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측면에서 보았을 때도 커머스 플랫폼으로써 좋은 점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는 경험에는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찌저찌해서 프로젝트 오픈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일반적인 방식의 상품 등록도 해보고, 며칠간에 걸쳐 반응도 보고, 반응이 없다면 왜 없는지 가설을 세우고, 그에 기반해서 대안도 내보고, 그 대안을 적용해 보고, 검증해 보고, 결과가 어떤지에 따라 전략을 바꾸는 등 장기간에 걸친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와디즈에서 초심자가 그러한 장기 경험을 쌓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와디즈를 무조건 추천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저 또한 블랙마카같은 아이템은 와디즈를 통해 선 런칭을 해본 적도 있지만, 이후에는 쿠팡과 네이버에서 50배 이상으로 훨씬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프로젝트 한 번 만에 몇천, 억 단위 매출을 발생시킨 소수의 사례만으로 모두에게 최우선으로 권장할 수 있는 플랫폼은 아닌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광고 시스템에서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도 분명히 존재하는데요. 와디즈에서 공급하는 광고 상품 특성상 초심자에게는 리스크가 굉장히 큽니다.
성공적인 이커머스 운영을 위해서는 장기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예비 판매자분들께서 이커머스를 단타 적 시도로 끝내지 않으시도록 '여러 방법이 있음'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와디즈에서의 흥과 망이 모든 플랫폼에서의 성공과 실패로 이어지진 않습니다. 많은 공수를 들여서 프로젝트를 준비한다고 꼭 대박을 내는 것도 아니며, 노력이 적다고 어차피 성공했을 프로덕트까지 고꾸라지는 건 아닙니다. 이커머스를 준비하고 계신가요? 조금 힘 빼고 가볍게, 빠르게,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시면 어떨까요.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컨텐츠는 여기에서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임동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