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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hee lee Apr 27. 2020

나이트 근무 간호사가 출근을 거부했다.

간호사에겐 책임감이란? 18시간 연장근무해야 했던 이야기

이브닝 근무였다.

꽉 찬 호스피스에 마지막 입원 환자까지 오면서 바쁜 근무를 하고 있었다.

호스피스 규정상 코로나로 인해 모든 환자가 입원 후 2주 동안 격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PPE를 입고 벗는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함께 일하는 분들은 간호조무사(PSW)로써, 오더를 받고 실행하는 일도 모두 내가 해야 하기 때문에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어느새 유니폼엔 땀이 찼다. 근무 시작한 지 6시간이 지나도록 차팅을 시작하지 못할 정도였으니 간호사인 분들은 대충 어떤 상황이었는지 이해를 할 것 같다.


이날까지는 우리 호스피스에 아직까지 코로나 확진자는 발생하지 않은 상태였다.

다른 병원들이나 널싱홈들은 코로나 환자뿐만 아니라 의료진들 중에도 확진자들이 계속 늘고 있어서 비상이었지만,

우린 다행히도 PPE도 충분히 공급받았고 호스피스로 입원하기 전 까다로운 admission criteria를 걸쳐서 오신 환자분들만 케어를 하고 있었기에 그나마 안전하다고 생각하며 일을 했다.


하지만 그날 밤 10시쯤 공중보건소 (Public Health Ontario)에서 연락이 왔다.

우리 호스피스 환자 중 확진자가 생긴 것.

놀랍지만 놀라지 않은 소식이었고,

난 재빨리 호스피스 코디네이터와 의사에게 노티를 하였다.


앞으로 PPE가 더 필요하지 않은지, 확진자 입원실에 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머지 환자분들도 검사를 다시 해야 하는지 등등 여러 가지 이슈들을 함께 풀어 가느라 2시간가량 널싱 스테이션 컴퓨터로 코디네이터와 의사 두 분과 함께 화상회의를 가졌다. 그리고 코디네이터는 나이트 시프트 근무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분들에게 소식을 미리 알렸다.


자정이 되자 퇴근시간이 되었는데,

차팅을 하지 못했으니 집에 가려면 멀었으나 일단 인계라도 하고 시작하자 싶었다.

하지만 웬걸, 다음 간호사가 출근을 안 했다.

바쁜 와중에 울려대는 전화통화 중 하나가 나이트 간호사였는데,

코로나 확진자 때문에 자기 가족이 걱정된다면서 나오지 않겠다고 했다.


........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왔다.

그냥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곰곰 생각해보니 난 이브닝 근무를 이어 나이트 근무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걸 깨달았다.

밀치고 올라오는 화는 눈물로 고였고,

어쩔 수 없이 난 호스피스에서 연장근무를 하며 밤을 새워야 했고

그 간호사는 자기와 자신의 가족의 안전을 위해 그날 밤 집에서 보냈다.

출근을 하지 않겠다는 간호사의 권리는 있어도, 나의 뒤를 이어줄 간호사 없는 난, 집에 갈 권리는 없다는것인가?


너무 이기적이다 생각했다.

그래, 코로나가 무서운 건 알겠는데, 필요한 PPE를 다 갖춰줘도 일을 하기 싫으면 제발 간호사 하지 말아라.

평상시에도 임상 간호사로써는 여러 가지의 risk를 예상하고 일을 해야 한다.

이제 7년 차를 접어든 간호사로써 간호 경험이 적은 것도 아닌 내가, 다음 시프트 간호사가 막판에 펑크 낸 건 처음이라 너무 어이없고 아직도 생각해도 화가 난다.


난 이번 일로 인해 직업에 관한 '책임감' 대해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

간호사는 자신의 가족을 위한 책임감처럼, 서로를 위한, 무엇보다도 환자들을 위한 책임감이 필수다.


난 오후 4시에 출근해서 다음날 아침 10시에 퇴근을 하였다.

그러니 몸살이 났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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