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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hee lee Nov 02. 2020

보건 석사를 마무리하며..

11월 근황.... 취업 고민과 새로운 도전

어느덧 11월이 되었다.

그렇게나 덥던 여름도 지나가고, 이제는 창문을 열면 차디 찬 가을 공기가 들어온다.


여름에 4개월 동안 했던 연구 인턴쉽도 무사히 끝내고,

9월에는 마지막 학기를 시작하였다.

인턴쉽을 하면서 교양과목을 들어놔서 이번 학기는 과목이 3개밖에 안돼서, 전 학기보다 많은 시간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어지는 코로나 때문에 그 여유의 시간들을 집에서 보내고 있다. 하지만 집안에서 지내는 답답한 일상도 어찌어찌 익숙해지다 보니 얼추 루틴이 생기고 하루하루가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는 걸 느낀다.


매일 일상은 비슷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해야 할 과제나 강의를 듣고 (모든 강의는 비대면), 운동을 하고, 일주일에 한 번은 호스피스로 출근을 한다. 대부분 나이트 근무를 하는데, 몸은 힘들지만 마주치는 사람들이 훨씬 적기에 코로나가 끝날 때까지는 나이트를 더 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그렇게 하는 중이다.





사실 석사를 해오면서 점점, '난 도대체 졸업하고 이 석사를 어떻게 써먹을까'라는 고민도 많았고, 그에 대한 불안함도 느꼈다. 내가 통계적인 일을 잘하거나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연구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연구원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고 (적어도 아직까지는), 데이터를 뚜드리는 statistician이나 epidmiologist가 되고 싶지도 않다.


그럼 난 public health nurse가 될 방법밖에 없는가? 그 역할은 석사가 필요 없는데 말이지... 석사를 함으로써 괜한 시간과 돈 낭비를 했는 건 아닌지, 우울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난 석사를 하는 동안 많은 걸 배웠고, 임상 간호에서 벗어나 내가 그토록 필요했던 마음의 휴식도 찾았다. 그래서 가을 학기사 시작할 무렵에는 취업에 대한 큰 스트레스는 받지 않고, 그저 공부를 잘 마치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이제 졸업이 한 달 반 밖에 안 남아서 슬슬 job application을 넣기 시작했는데, 임상 간호사로써는 갈 곳이 정말 많지만, 보건 (public health) 쪽은 코로나 전에도 그랬듯이 자리는 많지가 않다. 예전에 교수님이 하신 말씀 중에, 보건 쪽은 계약직으로 시작을 해서 나중에 정규직으로 바뀌는 게 대부분이라고 하셨다. 해마다 정부에서 나오는 펀딩($$)에 따라 보건 프로그램의 규모가 크고 작아지기 때문이다.


현재 온타리오는 코로나의 2차 유행이 한창이다. 특히 인구가 많은 토론토-요크-미시사가 지역은 매일 빵빵 터지고 있다 (온타리오는 매일 800-1000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그래서인지, City of Toronto, York Region, Region of Peel 등 보건 간호사나 역학조사관을 많이 뽑고 있다. 예를 들어 York Region은 public health nurse만 한 번에 50명을 뽑는다고 포스팅이 올라왔다.


앞으로 난 health promotion, disease prevention 쪽으로 일을 하고 싶으니, 일단 원하는 지역의 health unit으로 입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려면 지금 코로나의 틈을 타서 간호사로써라도 입사해서 나중에 다른 역할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보건 간호사와 코로나 대응에 필요한 역할들을 찾아보며 원서를 넣기 시작했다. 최근에 토론토 근처 지역의 public health specialist로 원서를 넣었는데, 뜻 밖에도 빠른 시간 내에 답이 오고 면접을 보게 되었다. 모든 게 잘 풀리면 졸업 후 바로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스페셜리스트는 licensed health professional이 되어야 하고 (의사나 간호사, RD, SW 등등) 대중에게 health advice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역학조사 밑 확진자들에게 연락을 해서 증상 체크를 하고, medical directive를 이용해 조언을 주고, 코로나가 터진 비즈니스나 학교 등등 어떻게 대응을 할지 조언을 주는 일을 한다. 그리고 동선 추적을 도와주시는 분들을 서포트를 하는 역할이다.


업무는 현재 코로나 때문에 재택근무로 진행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업무는 전화나 이메일, 여러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가능하다. 데이 근무이고 rotating schedule로써, 하루에 11시간 근무하는 일이다 (8:30-7:30까지). 로테이션은 D/D/off/off/D/D/D/off/off/D/D/off/off/off다. 이건 나중에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Mon-Fri 스케줄로 복귀한다고 한다. 페이도 괜찮다.


공교롭게도 같은 석사를 마친 지인이 현재 그 역할을 하고 있어서 전화 통화로 업무가 어떤지 물어볼 기회가 있었다. 대화의 끝에 좋은 기회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하기로 하였다. 이제는 정말 교대근무를 벗어나는 것인가.. 싶어서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하지만 앞으로 호스피스에서는 계속 캐주얼로 일을 할 것이다. 워낙 함께 일하는 분들이 좋은 분들이고, 지금까지 내가 쌓아온 임상 경험과 스킬을 쉽게 이어 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너무나 힘들어서 싫었던 간호사라는 직업이, 지금은 돌아보니 나에게 더 많은 길을 열어준 고마운 직업이다. 그리고 보건 석사 공부를 시작한지 6개월만에 팬데믹이 일어날거라고 상상도 못했지만, 이 또한 나에게 큰 공부가 되었다. 팬데믹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많은 사람들과 달리, 의료진으로써, 그리고 보건 공부를 한 사람으로써는 다행히 길이 좁아지지 않아서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지내려 노력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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