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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수진 Feb 03. 2021

프레임이 씌워진 대정부질문이란 프레임

야당의 좋은 질문을 기대하며



국회가 현안에 대해 정부에 묻는 대정부질문을 앞두고 국민의힘에서 작성해 발언할 의원들에게 배포한 내부 전략 문건의 일부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문건에는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의 비위에 초점을 맞춰서 성폭행 프레임을 씌워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프레임:
개인의 인식이자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
객관적 사실과는 무관함


2월 2일 국민의힘 원내 행정국이 작성한 것으로 쓰인 문건에는 성폭행 프레임 말고도 다른 프레임도 구체적으로 열거돼 있고 행동 전략도 나와 있습니다.

    

시작부터 결론까지 일관된 프레임 씌우기 전략을 구사하라

‘반(反)기업, 반 시장경제, 반 법치주의, 성폭행’ 프레임 씌우기 집중

지속적인 용어 반복과 이슈 재생산이 필요

‘경제무능, 도덕 이중성, 북한 퍼주기’ 이미지 각인

 정부 측 변명시간 허용 금지      

관련 기사 읽고 오기

  

야당의 이런 ‘전략’을 우리는 어떻게 야 할까요?     

 

우선, 문건을 작성한 국민의힘의 주호영 원내대표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입니다.  



사실이 아닌 것도 아니고
이 선거(4.7 재보선) 자체가 그래서 된 것을
국민에게 환기하고 하는 것이
뭐가 잘못됐나

세상 모든 것은 정치, 정치인의 모든 것도 정치, 대정부질문 역시 정치...

따라서 야당을 부각시키기 위해 정부가 가장 대처하기 곤란한 이슈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야당’이니 이런 태도와 욕심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렇지만 전략이라고 하기에는 좀 허술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국민의힘 역시 성추행 의혹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김병욱 의원은 여성 비서진을 성폭행한 의혹이 제기돼 탈당했고, 또 정진경 과거사 위원은 교수 재직 시절에 여학생 3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사퇴를 한 게 불과 한 달 전의 일입니다.  김종인 당 대표가 나서 사과까지 했습니다.  


대정부질문에서 만약 국민의힘 어떤 의원이 '성추행 프레임'을 들고 나와 정세균 총리 등에게 질의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정 총리는 그 자리에서 대놓고 “그러는 국민의힘은 당당합니까?”라고 말을 할 수는 없을 겁니다.

두 전 시장의 성 비위 때문에 이번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그 질문을 보거나 듣는 국민은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그러는 국민의힘은 당당한가?’

‘유체이탈 화법인가?’




원래 대정부질문은...     



국회법 122조의 2를 보면 대정부질문을 하는 이유가 나와 있습니다.      


[정부에 대한 질문]  본회의는 회기 중 기간을 정하여
국정 전반 또는 국정의 특정 분야를 대상으로
 정부에 대하여 질문을 할 수 있다.


사전에는 이렇게 나옵니다.


국정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과 대안을 제시해
국정에 대한 국민들의 궁금점을 해소함으로써
정부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하는 데 있다.
-두산백과-  


원래 대정부질문은 외교·행정·경제·사회·통일·문화 등 국정 전반에 대해 국민이 궁금해 할 수 있는 내용을 여야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표해서 물어보는 자리입니다.


따라서 초점은 네거티브적인 것이기 보다 어떻게 하면 생산적인 견제를 할 수 있을까? 그렇게 하기 위해 무엇을 물어봐야 할까에 맞춰져야 합니다. 그래야, 대정부질문을 보는 국민들도 그 시간이 의미가 있습니다.

  

다시 떠올렸을 때 단지 정부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만 남는 게 아닌, 치열한 정책 공방이 오가는 품위있는 정치 토론의 장...그런 것을 국민들은 원할 겁니다. 네거티브만 가득한 정치 언어는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만 재생산해 낼 뿐 그 어떤 생산적 결과들로도 이어지지 않습니다.


다행히(?) 이번 국민의힘 전략 문건에는 각종 ‘공격 프레임'과 함께 각 의원별, 분야별 정책 질문 내용과 질문의 포인트를 정리해둔 부분도 나옵니다.


대정부질문이 원래 취지에 맞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이 정책 질문들이 적절한지, 각 의원들 소속 상임위원회에 맞게 짜임새 있게 구성됐는지도 함께 따져봐야 할 텐데 아쉽게도 대부분의 언론이 '성추행 프레임' 같은 전략에만 집중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내용 일부를 공개해봅니다.  


2월 4일로 예정된 정치 외교 통일 안보 분야 대정부질문 포인트가 정리된 부분입니다.



우리가 궁금해하는

그 답을 들을 수 있을까...


여러분이 궁금해하는 그 내용이 포함돼 있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한미 연합훈련 실시 관련/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 여부'에 대한 김석기 의원의 질의가 기대됩니다. 정부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 기다려집니다.     


권성동 의원의 질의 내용은 좀 의문스럽습니다. 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줄여서, 농해수위)

소속이면서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 분야에 대한 질문은 전혀 없는지가 궁금합니다.


더 궁금한 것, 더 의문스러운 부분도 좀 있지만 내일부터 시작되는 대정부질문을 통해 확인하려고 합니다. 정부가 떤 답을 할지를 정하는 것은 좋은 질문이고, 그 질문의 주도권은 야당이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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