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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수진 Mar 02. 2021

상속세 미술품 물납법 근황


2월 13일에 브런치에서 발행된 글 <삼성이 상속세를 아낄 수 있는 신박한 방법-그리고 민주당 이광재 의원>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특히 2월 26일과 3월 1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비슷한 내용이 나오면서 글 발행 보름 만에 조회 수가 이례적으로 급상승하기도 했습니다. 글에 분노 + 공감해주시는 분들도 많았고 “아직 패키지 법안 네 개가 통과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 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새삼스럽지만...제 브런치 글을 읽어주시고 공유해주시고 댓글 달아주신 많은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꾸벅.


본격적으로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우선, 지난 글을 요약해보자면 이렇습니다.


민주당 이광재 의원이 지난해 11월에 발의한 법안 네 개가 '진짜 법'이 된다면 삼성과 같은 재벌 기업은 그룹 내 문화재단에 미술품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세제 혜택은 받으면서 해당 미술품을 계속 소유할 수 있게 됨. 관리가 힘든 미술품은 상속세로 대신 낼 수도 있어 상속세 부담도 확 줄일 수도 있음.

그런데 가치 평가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는 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내게 하는 것, 그런 미술품의 기부를 마치 적십자 회비 같은 법정기부금으로 여겨 100%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


법안들은 "통과가 안 될 것"이란 전망도 많았지만 "삼성 같은 대기업이 이해 당사자가 된다면 또, 모르는 일"이라는 우려도 많았습니다. 서울의 한 미술관에서 일하는 지인은 이런 의견을 보내왔습니다.


"삼성 같은 대기업들을 생각하면 상속세를 현금으로 납부하는 게 맞는데 소소하게 작품 기증하려는 유족들을 생각하면 작품으로 상속세를 내는 것도 가능했으면 좋겠다. 전반적으로 여론이 안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내용들을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제 지인의 톡에서도 잘 드러나듯 이번에 발의된 법안 네 개는 납세의 형평성, 상속 등을 둘러싼 대기업의 납세 문제, 삼성에 대한 국민 감정 등이 얽히고설킨 복잡한 이슈입니다. 이번 기회에 국회나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재정부 등도 이런 사실을 알아야 할 텐데요. 이들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법안들을 처리해 나갈까요? 그래서, 결국, 이 법은 통과될까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신 듯해 <법안으로 세상 읽기>에서는 기회가 되는대로 이 법안들의 근황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특정 법안이 결국 진짜 법이 되느냐, 마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과정’을 거쳐 진짜 법이 되는지, 혹은 안 되는지도 중요하고  과정 아래에 놓인 정치적 맥락을 한 번 읽어보자는 것이 <법안으로 세상 읽기>라는 글을 쓰기 시작한 첫 번째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패키지 법안의 최근 소식을 같이 보실까요?

   


 

근황 1. ④번 법안 논의 시작

 

삼성 이건희 회장이 세상을 등진 지 한 달이 지난 지난해 11월 25일. 이광재 의원(강원 원주갑)이 발의한 법안은 모두 네 개입니다.      


상속세를 예술적이고 역사적 가치가 큰 미술품으로 대신 낼 수 있게 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과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법인이나 개인이 미술품을 기증할 경우 이를 법정 기부액으로 인정해 개인의 경우 전액 세액 공제, 법인의 경우 50% 공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 법인세법 개정안,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개정안입니다.          


이 가운데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개정안이 지난 2월 24일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정식 안건으로 채택됐습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문위원의 검토 보고서도 최근 작성이 완료돼 홈페이지에 게시되기 시작했습니다.

검토 보고서 보고 오기         


       

이 보고서는 아래 내용처럼 미술품이 법정기부금 처리가 된다면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기부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지금도 세제 혜택이 부여되고 있고 법인세 감면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현재의 지정기부금 감면(법인세 10%, 소득세 30%)으로는 기부 기증의 활성화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바,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부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됨.”     


이번 ④번 법안은 원래 계획대로라면 2월 25일 문화체육관광위 제1소위원회에서부터 논의가 시작됐어야 했지만 아직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언론개혁 관련 법안 논의에 밀렸기 때문입니다. 3월 2일~5일에도 제1소위원회는 열릴 예정이지만 당분간 언론개혁 관련 법안이 우선 논의될 것 같습니다. 제1소위원회 위원장은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대구 북구을)이고 각 당별 의원 구성은 아래에 있는 표와 같습니다.      

 



반면 상속세를 미술품으로 대신 낼 수 있게 하는 ①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과 미술품을 미술관에 기부할 경우 개인의 경우 100%, 법인의 경우 50% 세제 혜택을 주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 법인세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논의 일정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국회법에 따라(제59조 2항) 법률 개정안의 경우는 보통 45일 정도가 지나면 위원회에 자동 상정된 것으로 보는데, 이 법안 세 개는 지난해 11월 25일에 발의된 뒤 100일이 지나가는데도 논의가 시작됐다는 말이 없습니다. 국회 소관위원회 전문위원들이 작성하는 검토 보고서도 아직 의안정보시스템에 등록되지 않고 있습니다.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과 야당 간사가 합의하면 법안 처리 일정이 미뤄질 수도 있는데요. 그렇다면 두 간사 사이에 모종의 합의가 있었던 걸까요? 있었다면 무슨 이유로? 이 부분은 더 알아보겠습니다.

  


근황2. 문체부, 상속세 물납 적극 찬성         


법안이 ‘진짜 법’이 되기 위해서는 국민 여론 못지않게 담당 부처의 입장이 중요합니다. 법에 다 담지 못하는 구체적인 세부사항을 직접 만들어 집행, 관리 감독하는 곳이 담당 부처이기 때문입니다. 미술품, 미술관 관련 업무를 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상속세 물납 제도를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토론회를 직접 열기도 했고, 앞서 낸 보도자료를 통해 토론회를 계속 열어 국민적 관심을 환기시켜 나갈 것라고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2월 25일에 정상적으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1소위원회가 진행됐다면 그 날 회의에 있었던 문화체육관광부 오영우 1차관으로부터 법안에 대한 입장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볼 수 있었을 테지만 앞서 말씀드렸듯 언론개혁 법안 논의에 밀려 관련된 얘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문체부 토론회 보고 오기 




근황3. 기재부, 15년 전에는 반대... 지금은?         


상속세 같은 국세 업무를 담당하는 국세청을 관리, 감독하는 기획재정부는 이들 패키지 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공식적으로 나온 건 없습니다.           


그러나 15년 전 기재부는 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확하게 밝혔습니다. 이번 법안을 발의한 이광재 의원은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 2006년 10월에도 동료 의원 16명과 함께 ‘미술품을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기부하면 법정 기부금으로 처리하자’는 법안을 발의한 적이 있습니다(상속세를 미술품으로 대신 내자는 법안은 2020년 11월 25일에 처음 발의됐습니다). 위의 법안 ②, ③, ④번과 거의 비슷한 내용이었는데 현재 기획재정위원회에 해당하는 당시 재정경제위원회와, 기획재정부에 해당하는 재정경제부는 이 법안에 반대했습니다. 당시 작성된 검토 보고서 내용을 인용하면 이렇습니다.     


“민간의 공익 기부에 대한 정책 지원을 강구할 필요는 있지만 법정 기부금 적용 단체를 법안처럼 확대하는 것은 과세 기반 확충과 과세자 비율 인상을 지향하는 국회 조세정책의 기본 방향과 상충되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기부금 전액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는 법정 기부금은 가장 공익성이 강한 단체에 적용돼야 하는데 그 단체에 미술관이 들어가는지에 대해서는 근거가 미흡하다. 이미 지금도 세제 혜택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조세특례제한법(제3조)은 세법이 아닌 다른 법률에서 조세 특례를 정할 수 없음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소득세법이나 박물관법 등 다른 법에서 조세 특례를 규정하는 것은 국민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 법안은 당시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이 법안에 대한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와 재정경제부의 반대 근거들은 15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할까요? 아니면, 시대 변화에 뒤쳐진 낡은 것들이 돼버렸을까요? 이광재 의원은 어떤, '변화'를 읽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15년 전 주무부처의 반대로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법안을 또 발의했을 겁니다. 거기에 상속세를 미술품으로 대신 낼 수 있는 법안까지 얹어서 말입니다. 15년 전 반대 입장을 나타냈던 기재부의 입장이 궁금해집니다. 역대급 상속세 부과 및 납부 기록을 세울 ‘삼성’이 등장했단 것도 주요 변수인 것 같습니다.


** <법안으로 세상읽기>는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통해 정치와 사회를, 그리고 우리를 들여다보는 연재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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