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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si Sep 15. 2020

코로나에도 가을은 온다.

당연한 것에 감사하는 특별한 가을맞이

아침저녁으로 코 끝이 시큰하게 찬바람이 부는 걸 보니 가을이 오긴 왔나 보다.
코로나로 잔뜩 움츠러들어 외출도 자유롭지 못한 탓에 올해는 가을이 더 불쑥 찾아온 기분이다.

추석이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예전처럼 들뜬 분위기도 전혀 못 느끼겠다. 재래시장이며 떡집이며 이맘때면 사람들로 북적여야 하는데 너무도 한산하다. 추석은 '민족 대이동'이라지만 이번만큼은 모두가 자제하는 분위기다.

나는 북한산 근처에 산다. 주말이면 버스정류장 앞에서, 김밥집 앞에서 삼삼오오 모여있는 등산객들을 많이 보았다. 그런데 요즘은 그 수가 크게 줄었다.

하천 산책로의 벤치와 평상에 항상 모여 계시던 어르신들도 어느샌가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던져준 먹이를 받아먹던 하천의 오리와 물고기들도 심심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절은 바뀌어 가을이 왔다.
나는 주말 동안 나름의 가을맞이를 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이불 교체하기다.
여름 내내 깔았던 시원한 인견이불을 걷어내고 도톰한 광목이불을 깔았다.
가을볕이 좋아 이불 빨래를 할 맛이 났다.
이불을 널며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을 감상했다.

두 번째로 한 일은 열무 물김치 담그기다.
이참에 엄마의 레시피를 제대로 전수받기로 했다.
열무 한 박스를 사서 다듬고 양파, 배, 마늘, 생강을 갈아서 시원한 양념장을 만들었다.
김치통으로 한 통 만들어 놓으니 든든했다.

마지막으로 도토리를 주웠다.
산책길에 주운 도토리를 집으로 가져와 아들에게 보여줬다.
아들은 그림책에서 봤던 도토리를 보며 신기해했다.
다람쥐가 도토리를 먹는 모습을 흉내내기도 하고 손에 꼭 쥐고 놀았다.

매년 찾아오는 가을이지만 올해는 유독 특별한 가을이다.
추석도 단풍놀이도 우리를 들뜨게 했던 많은 것들을 마음 놓고 만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당연하게 느껴지던 것들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는다.

도토리가 신기한 아들
도토리가 신기한 아들
가을맞이 이불교체
여름 이불은 빨아서 장롱 속으로
열무 물김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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