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인상 Mar 08. 2019

라라랜드는 해피엔딩이다

세바스찬이랑 미아가 결국 다시 만나 결혼했다고 치자. 과연 행복했을까?

한국에서 온 J양에게 LA 구경을 시켜주다 보니 결국 <라라랜드> 촬영지를 돌게 됐다. 이 동네도 참 가만 보면 로컬에게는 갈 곳이 많아도, 방문자들에게는 딱히 보여줄 곳이 마땅치 않다. 그나마 영화 <라라랜드>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그런데 난 처음부터 <라라랜드>는 엄청난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부분 만나는 이들은 <라라랜드>이 결말이 참 슬프다고 한다. J양에게 슬쩍 물었다. "라라랜드는 해피엔딩이냐?" J양의 대답은 의외였다. "해피엔딩이죠". 오래간만에 뜻이 통하는 사람과 <라라랜드>를 돌게 됐다. 

 




그런데 어쩌다 이런 이야기가 나왔나. 영화도 이제 3년이나 흘러버려서 사람들의 머릿속에 그렇게 주요 장면도 남아있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생각보다 의외로 <라라랜드>를 안 본 사람도 많다. 세바스찬과 미아가 재즈 때문에 첫 만남을 가진 허모사 비치 라이트 하우스 카페에 앉았을 때 같이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 때 아닌 이를 주제로 한 논란이 시작됐다. 잠깐 다른 이야기지만 아래 동영상으로 직접 찾아간 라이트하우스 카페를 소개해본다. 



"둘이 행복하게 살았어야죠. 배신하면 어떡해요"


아주 어렸을 때 로맨틱 영화 속 주인공은 대체로 두 종류였다. 주인공이 고난을 겪고 헤어짐을 반복하다 결국엔 다시 만나 사랑으로 끝나거나, 오랫동안 남자를 보필한 여자가 있고 성공한 남자는 돌아와 그녀는 배신하여 비련의 주인공으로 남는다. 사실 너무나 뻔한 이야기지만 그로 인해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많았다. 그런데 <라라랜드>도 이렇게 끝났다면..., 개인적으로는 너무나 끔찍할 것 같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드리머(Dreamer)'에 대한 이야기다. 로스앤젤레스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꿈을 가진 청춘들의 이야기. 마치 60년 이후 루트 66을 타고 시카고에서 로스앤젤레스로 맨 주먹 불끈 쥐고 향했던 이들이 바랬던 그런 '꿈'에 관한 이야기가 바로 <라라랜드>다. 영화 시작과 함께 경쾌한 음악의 가사를 되새겨봐도 그렇다. 웨스트 산타페 터미널에서 꿈을 찾아 떠난 여자가 성공하면, 누구나 그를 동경하게 될 것이란 의미로 풀어볼 수 있다.  


<라라랜드>의 데이트 장소로 유명한 패서디나 콜로라도 스트리트 브릿지. 사진=캘리홀릭


꿈꾸는 청춘들에게 있어서 로맨스는 찐빵에 넣어야 할 앙꼬다. 그래서 사랑이 있고 다툼이 있고, 너무나 현실에서 쉽게 일어나는 주제로 인해 싸우고 헤어진 그들에게 '다시 만남'이란 그렇게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어쨌든 영화 내용은 이제 너무나 많은 이들이 알고 있으니 넘어가도록 하겠다. 


결과는 세바스찬은 그의 소원대로 클럽을 차렸고 그 안에 '미아'를 그리는 마음을 담았다. '미아' 역시 파리에서 그녀의 꿈을 펼치고 아주 멋진 남자의 아내로 남부럽지 않은 인생을 만든 듯하다. 꿈을 찾아 거리를 떠돌며 'City of Star'가 되고 싶은 이들이 아주 멋지게 각자의 위치에서 만들어 낸 현실. 그리고 그들의 만남은 애증이나 배신이 아닌,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며 끝을 맺는 아주 멋진 엔딩이 우리를 기다렸다. 


씨티 오브 스타의 꿈을 이룬 두 주인공. 이만큼 해피엔딩이 또 있을까. 사진=캘리홀릭


그래도 뭔가 아쉬움이 남는 관객들을 위해 감독은, '만약'을 통해 잠시나마 신파극에 어울리는 정형적인 해피엔딩을 그렸다. "그렇게 잘 살 수도 있었을 거야"라고 약간의 위로는 던져주었지만 난 그것이 현실이었다면 영화는 정말 황당했을 것으로 본다. 미아가 다른 남자의 아내로 등장했을 때, 관객들은 놀라는 탄성을 질렀다. '어머나 저 나쁜' 이런 식으로 해석해 볼 수 있는 뉘앙스였다. 하지만 마지막에 극적인 만남 속에서 서로에게 전한 미소는 관객들로 하여금 모두를 용서할 수 있는 반전의 감동을 줬다. 서로가 서로의 꿈을 이룬 것을 보고 미소를 짓는 모습. 그것만큼 행복한 엔딩이 또 있을까. 


혹자는 만약 세바스찬과 미아가 진짜 서로 만나서 결혼까지 했다면 아마 불행했을 것이란 이야기도 한다. '현실'이라는 환경 속에서 배우가 된 미아를 재즈바를 하는 세바스찬이 서포트하기 힘들었을 것이고, 가정을 꾸린 미아도 재즈 클럽에서 밤마다 연주하는 세바스찬이 점점 맘에 들지 않았을 수 도 있다. 그렇게 싸우고 또 헤어지게 된다면 그 얼마나 비극적일까. 어쩌면 <라라랜드>는 현실은 현실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준 영화일지도 모른다. 에효...나나 잘하자. 


나성주민의 일상다반사 구독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라스베가스행 심야버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