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나보다, 보내는 나가 더 많아진 그곳
LA에서 만난 친구 C군이 한국으로 떠났다. 어려운 이민 생활에서 나름대로 힘내서 꿈을 이루려는 그에게 현실은 너무나 힘겨웠다. 애써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그를 보내고 마음이 편치 않다. 몇달전에도 비슷한 이유로 J군이 한국으로 떠났다. 공항은 점점 나에게 설레임보다 누군가가 떠나가는 것을 배웅하는 매우 슬픈 무대가 되었다.
이민 생활은 참 힘들다. 기댈 곳 없이 맨손하나 쥐고 온 이들에게 이곳은 그야말로 광야다. 이곳에서 낳고 자란 이들도 나름대로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들은 돌아갈 집과 부모가 미국에 있다. 그리고 미국인이다. 반면에 정말 꿈 하나 가지고 태평양을 건너온 이들은 힘든 현실 앞에 좌절하고 그것을 이기지 못하면 한국으로 돌아간다. 물론 '아메리칸 드림'을 만든 이들도 많다. 그런 친구들은 굳이 배웅하지 않아도 알아서 고급 리무진을 타고 공항으로 향한다.
C는 공부하러 미국에 왔다가 취업을 이루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다 이곳저곳 참 많은 경험을 했다. 그러나 미국 생활에서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는 신분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자, 그는 결국 한국행을 결정했다. 한국에서 나름 잘나가는 회사에 다니기도 한 C군. 그렇지만 미국에서는 한국에서 그가 무엇을 했거나, 혹은 어떤 학력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지 않다. 여기서는 무조건 제로부터 시작이다.
비슷한 케이스 K는 한국에서 전문직에 종사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그의 전문성을 인정 받기란 불가능했다. 다행스럽게도 K가 자신의 무력함을 깨닫고 다 버려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는 기술을 배웠고 한 봉제공장에서 스폰을 통해 들어가 일을 배웠다. 지금은 작지만 자기 사업을 하는 사장님이 되었다. 힘든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에게 신분 문제는 정말 행운처럼 풀렸다.
C를 배웅하면서 자꾸만 K의 생각이 났다. C가 K처럼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결국 그것은 나만의 생각이니 표현하진 않았다. 출국 심사를 위해 게이트로 들어간 C의 뒷모습은 어쩌면 이 힘든 이민 광야를 걷는 우리들의 모습 중 드러내고 싶지 않은 그림자가 아닐까도 싶다. 그가 한국에서는 부디 큰 꿈을 이루기를...
그렇게 C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공항으로 누군가를 마중 나온 사람들의 무리를 본다. 껴안고, 키스를 나누며 누군가를 환영하는 사람들. C도 분명 처음 이 공항으로 올 때에 그런 환영의 마음을 가졌으리라.
LAX 라고 불리는 이 거대한 시설은 나에게 늘 설레임이었다. '떠나는 나'는 언제나 기쁘고 설레임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자꾸만 사랑하는 이들을 '보내는 나'의 입장이 되다보니, LAX의 이 거대함이 나를 짖누르는 무거운 공기와도 같이 느껴진다.
105번 프리웨이를 따라 차를 몰면서, 마침 한국 국적기가 LAX에 착륙하는 것을 본다. 또 얼마나 많은 한국인들이 이곳을 찾아 기쁨과 좌절, 반가움과 이별을 맛볼까. 어두운 프리웨이가 오늘 따라 더 짙게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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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Paul Hw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