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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 Nov 06. 2018

온라인 청소년 성매매의 지옥

'자발적 성매매'는 없다. 

언유주얼 서스펙트 페스비벌 서울의 한 세션인 '여성개발자들은 온라인 청소년 성매매 해결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링크)'에 참석했다. 


작년 말, 온라인상에서 닷페이스X십대여성인권센터의 영상이 바이럴됐다. 십대 여성 청소년이 채팅앱에 접속했을 때 쏟아지는 성매매 쪽지때문에 알람이 쉴 새 없이 울리는 장면은 정말 충격적었다. 연령대는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했고, 인터뷰를 요청하자 자동차 문이 열린 채 도망가는 사람부터 십대인줄 몰랐다며 오리발 내미는 사람도 있었다. (연령과 관계없이 떠나서 성매매는 불법이다.)



[H.I.M. #1 즐거운 채팅] "교복 챙겨왔어?"라고 묻는 성매수자들을 만났다 

https://youtu.be/KZTEhC-HfEg


[H.I.M. #2 어떤 질문] 성매매에 유입된 청소년이 듣는 말

https://youtu.be/fR7_VFVwh7g


[H.I.M. #3 당신이 남긴 질문] "자기가 성매매해놓고 왜 피해자라는 거야?" 

https://youtu.be/7H49WjmfWQA






워크샵에 참석한 사람들의 간단한 자기소개를 마치고,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센터장님께서 온라인 청소년 성매매의 구조와 심각성에 대해 이야기해주셨다. 가출한 아이들이 돈이 필요해서 자발적 성매매를 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현실은 충격적이었다. 실명인증이 필요 없는 채팅앱이 등장하면서 그 채팅앱을 기반으로 조직적인 성착취가 이루어졌다. 여성 청소년을 유인해 성착취하는 '조직'에는 아래와 같은 역할분담이 있었다. 


A : 채팅앱을 통해 여성 청소년에게 접근, 숙식을 해결해주겠다고 제안. 

B : 여성 청소년이 감정적으로 의지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 

C : 성매수자에게 여성 청소년 운반


어른들의 수법은 잔인했다. "너는 십대라 괜찮지만 '우리들'은 감옥에 가야 한다."고 협박하거나, 애인인 척 다정하게 여성 청소년을 대하면서 한편으로는 성매매를 강요한다.(*그루밍성범죄) 성인 범죄자들에 둘러싸인 환경에서, 막다른 곳에 몰린 어린 여성청소년들은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다.   




모두가 놀란 가슴을 채 진정시키지 못한 채 워크샵은 다음 세션으로 넘어갔다. 테이블을 두 개로 나눠 아래의 주제로 토의했다. 


 테이블 1 : "여성개발자로서 나에게 ‘IT 기술'이란 무엇인가요?”

 테이블 2 : “10대 청소녀들에게 여성개발자가 서로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요?”


나는 테이블 2에 앉았다. 소장님의 설명에 너무 화가 나서 어떻게든 '방법'을 찾고 싶었다. 막막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왜 청소년들이 가출을 했는지, 아이들을 어떻게 가정폭력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지, 성매수자들을 어떻게 검거하고 처벌할 것인지, 성착취당한 아이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이 나라의 '일부' 남성들에게 여성은 돈으로 주고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어떻게 교육시켜야 할 지 등, 하나라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한가득이었다.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기나 할까?' 

이 사회의 부조리함에 너무나도 큰 무력감과 패배감을 느꼈다. 최근 큰 유행을 한 드라마에도 미성년자 성매수가 굵직한 사건으로 나온다. 드라마에서도 '공급책'이 있었다. '공급책'은 십대 여성 청소년을 고위 경찰 등에 '공급'해 이익을 취했다. 위의 영상에서도 볼 수 있지만 한국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그렇듯, '어려서' 더 잘 '팔렸'을 것이다.  


화를 가라앉히고 다시, 머리는 차갑게, 마음은 뜨겁게. 더 많은 여성청소년들이 십대여성인권센터의 존재를 알 수 있도록 효과적인 홍보수단을 고민하고, 성착취의 수단이 되는 어플이 마켓에 등록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고발해야 한다. 아이들이 절망에 빠지기 전에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 이미 지옥속에 있다면 손을 뻗어줘야 한다. 


한국의 성매매 실태를 다룬 Save my Seoul이라는 다큐에 나온 성매수 피해자들의 앳된 모습이 떠올랐다. 지금의 나는 이 실태를 조금 알 뿐이며, 당장 대책을 내놓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사실을 잊지 않고, 내 능력이 닿을 수 있을 때가 되면 어떻게든 돕고 싶다. 



https://youtu.be/GF9ZoVWhBxY

[Save My Seoul] Official Trai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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