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DTalks by Mandy Len Carton
문득, 팟캐스트에서 볼 만한 TED 강의가 뭐가 있나 살펴보다가 마음에 드는 강의 제목을 발견했다.
[ 사랑에 빠지는 건 쉽습니다 / Mandy Len Carton ]
예전과 달라진 나를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데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될 때.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나는 사랑에 있어 무척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무척이나 생각이 많고, 너무나 힘든 최근 1-2년을 보낸 만큼 그 생각이 대부분 우울한 것임은 부정할 수 없다.
게다가 나는 최근 (아마도) 또 사랑에 빠졌고, 고민이 시작되었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는데 무슨 소용이냐 싶겠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나는 언제나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며, 내가 사랑하는 당신이야말로 행운아라는 긍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두어번의 배신을 겪은 뒤로 자존감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누군가 나에게 호감을 보여도
이 사람이 정말 날 좋아하는게 맞을까?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있는 건 아닐까?
의심에 의심이 든다. 겉으로는 티 내지 않지만 늘 불안하고 속만 시커멓게 문드러져간다. 이렇게 타인을 쉽게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랑에 금방 빠지는 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참 힘겨울 뿐이다.
최근 친구와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스물 일곱, 각자 여러번의 사랑을 겪은 우리는 이제 '안정감 있는' 사랑을 원했다. 물질적인 안정감이 아니라 상대방도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확신'에서 나오는 정신적인 안정감.
이 TEDTalks는 지난 1월 New York Times에 [To Fall in Love With Anyone, Do this.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려면 이렇게 하세요)]라는 기사를 낸 Mandy의 이야기다.
(기사보기 >> http://www.nytimes.com/2015/01/11/universal/ko/modern-love-to-fall-in-love-with-anyone-do-this-korean.html?_r=0)
그녀는 오랜 연애가 끝난 뒤 호기심을 갖고, 한 연구소에서 어떻게 하면 낭만적인 사랑을 할 지 연구한 결과를 직접 실험했다.
실험은 낯선 사람 두 명이 서로에게 36개의 개인적인 질문을 하는 형식이다. 질문이 끝난 뒤, 서로의 눈을 바라본다. 4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른 여섯 개의 질문은 점점 갈수록 개인적인 것을 묻는 형식이다.
12번 ) 당신이 내일 일어났을 때 자질 또는 능력이 한 개 생긴다면
그것은 무엇일까요?
28번 ) 다른 사람 앞에서 혹은 혼자 마지막으로 운 것이 언제인가요?
30번 ) 상대방의 어떤 점이 좋은지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그렇게 Mandy는 실험을 마쳤고, 상대방과 사랑에 빠졌다. 그 긍정적인 결과를 위에서 언급한대로 New York Times에 [To Fall in Love With Anyone, Do this.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려면 이렇게 하세요)]라는 제목으로 기고한다.
유명세를 탄 그녀의 기사는 많은 사람들이 읽게 되고 그녀의 성공적인(?) 연애사는 더이상 개인적인 것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독자들은 끊임없이 그녀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모두가 똑같은.
"둘이 아직 사귀나요?"
Mandy는 사람들의 이 질문이 틀렸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그녀가 남자친구와 계속 사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 항상 사랑받을 것이라는 확신이 가능한지가 진짜 묻고 싶은 것이라고.
사랑에 빠지는 것은 쉽습니다.
어려운 것은, 이렇게 시작된 사랑을 어떻게 잘 유지시켜 나가느냐이다. 그러나 인간 관계에 정답이란 없고 결국 부딪혀 보는 수 밖에 없다.
그녀가 한 실험은 낯선 사람과 빨리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고 이 방법은 사랑을 원할 때 쓸 수 있다. 그러나 지속적인 사랑을 확인하기에 이 방법은 너무나도 단순하다. 그래서 Mandy는 이 질문보다는 좀 더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이 사람을 사랑할 지 아닐지 어떻게 결정할까요?
상대를 의심하면서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나요?
이러한 질문이야말로 심도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그녀는 다시 한 번 상황을 전한다.
1년 전 지인과 실험에 참여했고,
사랑에 빠졌고,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대로) 아직 사귀고 있다고.
그래서 매우 기쁘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Love didn't happen to us.
We're in love
because we each made the choice to be.
그녀가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원했고, 상대방 역시 그녀를 선택하길 바랐다. 두 사람이 같은 선택을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겁나는 일이지만 Mandy는 사랑은 그럴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그녀의 강연은 너무나도 맞는 말들로 되어있다. 그러나 역시 지금의 나에겐조금 버겁다.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이, 끊임없이 스스로를 낮아지게 하고, 진짜 나는 사라져가고, 상대방을 믿지 못하게 한다.
제가 사랑에 대해 원한 건 바로 확신이었습니다.
오늘 사랑받지 않아도 내일은 사랑받을 것이며,
제가 항상 사랑하는 사람에게 여전히 사랑받을 것이라고요.
나 자신을 사랑한 다음에야 비로소 건강한 만남을 가질 수 있다. 괜찮아졌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사랑이 싹틀수록 지난 힘든 기억에 얽매여 고통스럽다. 하루 빨리 자존감을 높이고 정신적으로도 건강한 상태에서 소통하고 싶은 요즈음이다.
*Mandy가 실험에 사용한 서른 여섯개의 질문 기사 보기 >> http://www.nytimes.com/2015/01/11/universal/ko/no-37-big-wedding-or-small.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