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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 Jul 15. 2015

모두의 마음속에, [ 카모메 식당 ]

かもめ食堂 ruokara lokki

[카모메 식당]의 첫 손님인 토미는 일본 문화에 심취한 듯 한 핀란드 청년이다. 주인 사치에에게 '갓챠맨' 노래를 묻는다.


후렴구는 자연스레 입에서 나오지만, 전부는 머릿속에 맴돌기만 할 뿐 노래가 되어 입밖으로 흘러나오지 않는다. 그러다 우연히 서점에서 무민 책을 읽고 있는 일본인 미도리를 만난다.


'갓챠맨'이 뭐지? 하고 찾아보니 '독수리오형제'였다.


우와, 하고 영화속 장면들이 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사치에와 미도리, 어린 시절 갓챠맨을 보고 자란 것이 틀림없다.


"갓챠맨 노래를 완벽히 아는 사람이 나쁜 사람일 리가 없어요. 아마도요."-さちえ






핀란드 헬싱키에 위치한 [ 카모메 식당 ]에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일본인 (여자) 여행객이 끌려들어온다.


‘갓챠맨’ 가사는 술술 써내려갔지만, 세계지도에서 눈을 감고 고른 곳-핀란드-에 여행을 와버렸다는, 어딘가 조금 불안정해 보이는 미도리. 손님을 맞이하는 소리는 누구보다 씩씩하고, 귀여운 그림도 곧잘 그리지만 사람과의 관계에서 그녀는 조금 서투르다.



미도리가 나타나기 전 사치에는 고양이가 필요해 보였다. 영화 [ 고양이를 빌려 드립니다. ] 의 사요코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렌타~~~~네코! 사비시이 히토니....
(고양이를 빌려 드립니다!! 외로운 사람에게....)
영화, [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

(영화 포스팅 링크 : http://silo89.egloos.com/1024353)


하지만 그녀에겐 고양이를 빌려주는 사요코 대신 커다란 미도리가 나타났다. 여전히 식당은 손님이 없지만 얼굴은 한결 밝아졌다.





마사코는 공항에서 수하물이 분실됐다. 괜히 갈매기에게 성질을 부린다. 그녀도 우연히 카모메 식당에 찾아들고, 머나 먼 북쪽나라에서 만난 동쪽나라 사람들은 서로가 반갑기만 하다. 20여년 부모님의 병수발에서 해방되어 ‘족쇄에서 벗어난 것 같다.’던 마사코는 한편으로는 어딘가 허전해 보인다.






핀란드인 손님들이 하나 둘 늘어가고, 정체불명의 아저씨(?)에게 커피를 맛있게 내리는 마법의 주문도 배우고. [ 카모메 식당 ]은 점점 주인 사치에를 닮아간다.






어느 날 문득 떠올라 만들기 시작한 시나몬 롤은 할머니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인기 메뉴가 되고,


(빵 반죽을 돌돌 예쁘게 마는 그녀의 손길이 어찌나 야무진던지, 영화를 보고 나서 시나몬 롤을 먹으러 가야지, 하고 생각했다. )


처음엔 수상해 보였던 여자와도 친구가 된다.

하나씩 차근차근 사치에의 [ 카모메 식당 ] 은 헬싱키의 동네 식당이 되어간다. 그녀가 바라는대로.







하지만 아직 사치에의 소울 푸드soul food  ‘오니기리’ 는 아무도 주문하지 않는다.


사치에는 핀란드 사람들도 연어를 좋아하고, 일본 사람들도 연어를 좋아하니까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해서 핀란드에서 식당을 열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내 농담이라고 말해버린다.


정말이지 요즘 일본 젊은이들도 시큼한 우메보시가 콕 박힌 오니기리를 좋아하지 않는데, 헬싱키까지 와서 핀란드 사람들에게 오니기리를 파는 사치에는 무슨 생각인걸까?


그러던 어느 날 마사코는 북적이는 식당에서 ‘오니기리’를 주문하고, 그녀가 주문한 오니기리를 핀란드 사람들은 숨죽여 지켜본다.




적절하게 간을 한 따끈따끈한 밥에 우메보시를 넣고 꼭꼭 뭉쳐 잘 구워진 김으로 감싼 오니기리.


‘파사삭’


김이 이에 바스라지는 소리와 함께 절로 ‘음~’하는 탄성이 새어나오고 눈을 감으면 추억이 펼쳐진다.





이 영화에도 일본 영화 특유의 판타지가 현실과 애매하게 뒤섞여 있지만 핀란드 헬싱키의 일본 가정식 식당, [ 카모메 식당 ] 자체가 판타지이기 때문에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






평소엔 잊고 살지만 누구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음식이 하나쯤은 있다.


[ 카모메 식당 ] 의 사치에에게는 ‘오니기리’인 것처럼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 음식이 가래떡 구이 일 수도, 달달하게 설탕을 푼 계란말이 일 수도 있다.


다른 일본 요리, 라멘이라거나 오야코 덮밥이어도 상관은 없다.


하지만 가장 소박하면서도 주식이 ‘밥’인 나라에서 99% 쌀로 만드는 음식, 그리고 만드는 사람의 ‘맛있어져라.’하는 마음이 가장 잘 표현된 음식이 바로 이  ‘오니기리’가 아닐까 싶다.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맛있는 '오니기리'를 먹고 행복해 지는 것은 바로 사치에의 마법이다.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곁에 있으면 봄날의 햇살처럼 마음까지 따끈따끈해 지는 사람.

" 이랏샤이~ "


그녀의 [ 카모메 식당 ] 에 가고싶다.  









< 영화 정보 > 출처 : Google


かもめ食堂: Kamome Diner, 2006

감독 : 오기가미 나오코

배우 : 고바야시 사토미 (사치에) / 마사코 모타이 (마사코) / 카타기리 하이리 (미도리) / Jarkko Niemi (토미)

원작 : 요코 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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