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정 Jan 29. 2016

10월 끝자락, 비에이를 달리다

패치워크의 길 자전거 투어

2015. 10. 26. 월요일


겨울왕국에서 돌아와 비에이 역 앞에서 전동자전거를 빌렸다.



(오전의 겨울왕국 : https://brunch.co.kr/@tranderland/5 )




주인할아버지께서 자전거 타기 괜찮겠냐 물으셨지만 가장 따뜻한 시간에 두시간 정도는 괜찮겠지, 싶었다.

비에이역에서 산 러스크 ! 너무 맛있어서 두박스나 구입했다 ㅋㅋ


내가 선택한 패치워크의 길 코스에 언덕이 있다는 말에 여행 계획을 짤때부터 전기자전거를 빌리기로 마음먹었다. 집에있는 엄마의 전기자전거를 몇 번 타봤는데, 우와! 과천에서 양재천까지 왕복하는 것도 정말 가뿐했다. 이렇듯 전기자전거를 타 본 경험도 있어서 언덕 쯤이야 쉽게 올라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자전거 대여점 할아버지가 친절하게 표지해주신 경로 :)


언덕은 생각보다 길었고, 전원을 ON하고서도 헉헉대며 페달을밟았다.

허벅지는 금방 터질 듯 했고 어느샌가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래,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을거야, 빨리 벗어나자


첫 목적지는 켄과 메리의 나무였다.

이 나무는 1972년 닛산자동차 광고에 등장한 포플러 나무로 무척 아름다웠다.


그러고보니 홋카이도에는 포플러 나무가 많았다.

홋카이도 대학에도 포플러 가로수 길이 있고.

우리나라의 플라타너스 같은 느낌인걸까?


켄과 메리의 나무에서 다음 목적지까지 지도를 대충 봐두고 다시 출발했다.

시원한 바람이 스칠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온통 밭이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저 멀리 자동차들이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순간, 이 공간과는 다른 레이어에 속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 비에이에서 페닯을 밟고 있는 나만이 완벽한 이방인처럼느껴졌다.



아무래도 좋았다.



분명 그냥 밭인데 왜이렇게 아름다울까?




햇살이 따스했던 10월 끝자락.


내 귓가에는 쉭쉭 하는 바람소리만이 들렸고, 나는 오롯이 혼자였다.

내 시선이 닿는 공간 전부가 내 것이었다.

넓은 하늘,눈 쌓인 밭, 쉬고 있는 농기구들까지 모두.




저 끝에 왠지 곰이 입벌리고 있을 것만 같아...


그렇게 홀로인 기분에 취해 있는데 점점 기분이 이상했다.

이렇게 계속 가다가 깊은 산으로 들어가버릴 것 같은?

다음 목적지가 나와야하는데, 그런 비슷한 것도 보이질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멈춰서서 구글 맵을 켜보니, 자전거 대여점 할아버지께서 빨간 선으로 표시해주신 원래 노선에서 벗어나삐딱하게 아사히카와로 향하고 있었다.


결국 정식적인 패치워크 로드의 유명 포인트는 전부 모지 못했지만 만족스러웠다. 제대로 된 길로 들어서니 나 말고 다른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나 어딜 갔다 온거야 ㅋㅋㅋ


아마도 저것이 세븐스타의 나무...? ㅋㅋ


한시간 반 쯤 자전거를 타고 나니 정말 힘들었다. 다시 비에이 역까지 어떻게 돌아가나 싶었다. 도저히 이대로는 못가겠다, 싶을 무렵 다시 켄과 메리의 나무가 보였다. 그 옆에는 작은 카페가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그곳으로 빨려들어갔다.




내부는 아기자기했고 무엇보다 따뜻했다.

500엔, 커피를 한 잔 주문했다.

커피가 나올 동안 차가운 볼과 손도 녹이고 다리도 주물렀다.


커피가 나왔다.


사실 삿포로의 유명 카페인 모리히코도 정말 좋았지만, 이 순간 마신 커피가 홋카이도 여행 중 으뜸이었다.

무슨 커피인지, 어떤 방식으로 내렸는지 전혀 몰랐지만 찬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탄 데다가,

심지어 길까지 잃어버릴 뻔 하고 들어온 까페에서 먹는 커피의 맛은 지금도 떠올리면 목덜미가 찌르르 한다.







다행히 처음에 예상했던 2시간 딱 맞춰 살아돌아왔다.


이제 고대하고 고대하던, 쿰푸샤의 픽업을 기다리면 된다.







*삿포로의 에어비앤비 Yuka's Cozy House

https://brunch.co.kr/@yeoji18/3


https://brunch.co.kr/@yeoji18/4


매거진의 이전글 가을에 만난 겨울왕국 靑い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