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종병기 May 21. 2019

<경주> - 삶과 죽음, 동전의 양면

죽음은 누구나 두렵지만...

죽음은 누구나 두렵지만,

그것은 삶이 시작되는 그 순간부터 함께하는 동반자 같은 것입니다. 어떤 분들에게는 난해하고 어떤 분에게는 지루할지도 모를 영화 박해일,신민아 주연의 <경주>입니다. 

씨네21 기자가 뽑은 2014년 최고의 한국 영화 5편 중 한 편인 바로 <경주>입니다. 다른 영화들은 <한공주>,<끝까지 간다>, <도희야> 등의 영화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2014년 올해의 감독으로는 본 <경주>의 감독인 장률이었다고 합니다. 



와!!! 


...재미 더럽게 없겠다. 


씨네21은 지루한 순서대로 순위를 매기는지 아니면 '영화보다가 몇 명을, 몇 분만에 자게 만드는가' 가 평가 기준에 있는지. 응? 

씨네21에서 뽑은 영화 치고 엉덩이에 껌 달라 붙듯 최종병기의 취향에 쫙 쫙 붙는 영화는 지금까지 한 편도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씨네21 기자분들/평론가들 영화도 많이 보시고 관련 공부도 많이 하시고 영화가 주는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 그리고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 등을 곱씹으며 에스프레소 한 잔 호로록~ 고상~하게 말이죠. 


최종병기는 우뢰매에 열광하며 슈퍼맨처럼 망또 두르면 날 수 있을 거라는 망상에 젖어 살았으며 심형래 아저씨 바보짓 흉내내고, 제도권 교육 받고, 하라는 공부하며, 평범하게 가라는 학교 가고, 받으라는 졸업장 받았다는 말씀입니다! 남들이 좋아하는 것을 나도 좋아할 수 밖에 없어요. 취향도 대중적이고 일반적인 상업 영화에 열광할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상식 선에서 사고하고 여러분들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적절히 사회화된 성인 호모 사피엔스가 되었습니다. 고마워. 엄마!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그런데~ 말입니다.


 

By the way 말입니다...

박정현은 박정현대로 윤도현은 윤도현대로의 매력이 있고 짜장면과 짬뽕은 각자 서로를 침범할 수 없는 다른 매력이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각기 다른 그 맛의 매력을 안다면 영화를 보는 눈이 좀 더 넓어지고 우리의 삶이 좀 더 풍요로워 질 수 있을 겁니다. <아이언맨>의 화끈한 액션도 즐겁고, <경주>를 보면서도 훈훈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요. 


그래서 <경주>를 소개합니다. 대중적인 상업 영화는 아니고(박해일, 신민아 등 배우들은 탑인데) 조금 난해하지만 저랑 같이 천천히 한 번 가보시죠. 전국 관객 6만명 든 영화지만 이 영화와 함께 자신의 취향을 찾을 수도 있는 것 아니겠어요? 어쩌면 조금 지루할 수 있습니다. <경주>는 느리지만 착한 아이거든요. 영화에 대한 해석도 각자가 하는 것입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은 각자의 삶을 살고 있지요. 그렇다면 삶의 끝, 즉 죽음을 생각한 적이 있나요? 세상에 나와 눈부신 첫 빛을 느꼈을 때부터 한 명의 예외 없이 모두 죽음을 향해 한 발자국씩 다가가고 있는 중입니다. 삶과 죽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항상 함께 동전의 양면처럼 곁에 도사리고 있는 것입니다. 삶은 평온하게 계속 이어지고 이어지고 이어지고... 그 안에서 죽음을 인지하기가 힘들 뿐, 죽음은 삶의 반대편 그림자처럼 바로 곁에서 항상 그곳에 있었던 것입니다. 보통의 경우 타인의 죽음을 보고 그것을 절실히 느끼게 되지요. 고등학교 때 베스트 프렌드가 재작년 교통사고로 허망하게 하늘나라로 가고 최종병기는 큰 충격에 삶의 허무함을 느꼈던 것처럼. 


<경주>는 삶과 죽음의 경계와 썸타는 영화입니다. 최현(박해일 분)은 경주에서 영화 내내 죽음과 맞닥뜨립니다. 친구의 죽음으로 한국에 왔고, 한국에 오자 마주쳤던 여자 아이와 엄마는 나중에 동반 자살을 했다고 합니다. 그가 7년 만에 경주에서 만난 여자 후배는 7년 전 그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고백하며 채태어나지 못한 생명의 죽음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박해일과 현기증 나는 로맨스(얼굴이 가까워졌으면 그냥 덮치란 말이야! 현기증 나게 하지 말고. 무슨 알퐁스 도데의 <별>도 아니고)를 보여주는 공윤희(신민아 분) 또한 현기증 나던 그 날 밤(?)에 그녀의 남편이 자살했다는 사실을 고백합니다. 게다가 전날 보았던 점치는 할아버지가 실은 몇 년 전에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게 되고, 눈 앞에서 오토바이 사고가 나서 (아마도) 사망사고를 목격하기도 합니다. 


신민아 : 집 앞에 릉이 있으니까... 이상하지 않아요? 

박해일 : ...좋은데요. 


봉곳 솟아 오른.... 아 음란마귀가 씌었... 난 썩었어...

본 영화의 제목이 <경주>인 것도, 배경이 경주인 것도 경주라는 장소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수학 여행 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경주는 수많은 릉이 있지요. 공윤희(신민아)는 이야기합니다. 


"경주에서는 릉을 보지 않고 살기 힘들어요." 


최종병기는 이렇게 이야기하겠습니다. 


"삶은 항상 죽음과 마주하고 있어요." 


박해일은 살아 있는 것도 죽은 것도 아닌 그 경계에서 부유하는 존재입니다. 그의 움직임은 느리고 삶의 애착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즐거움도, 웃음도, 생기도 없이 그저 떠돕니다. 교수로서 자신이 하고 있는 학문을 "똥"이라고 할 정도로(학문이 아니고 항문이었나) 삶의 혼란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 박해일이 7년 전에 찻집에서 보았던 춘화(남녀의 성관계를 그린 풍속화)를 찾아 경주에 가면서 영화가 시작되는데 3년 전에 찻집을 인수한 신민아는 그 춘화를 벽지로 덮어 버렸다고 합니다. 여기서 그가 찾는 춘화의 의미가 무엇일까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그 무엇? 그 무엇을 찾으러 온 것이 아닐까요? 그것은 무엇일까요? 



그래도 뽀뽀 한 번 해주지. 넘 하는 거 아냐? 홍상수 영화도 지루하지만 그 맛에 보는 거 아닌가? 앙? 



로맨틱 시간 여행은 <이프 온리>를 보세요.


포스터를 보면 마치 박해일과 신민아가 뜨거운 로맨스를 보여줄 것 같지만(심지어 카피를 "7년을 기다린 로맨틱 시간 여행"이라고...) 베드신은 커녕 키스신도 안 나오니 스킵하면서 탐색하는 것도 시간 낭비임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여러분의 시간은 소중하니까요. 

어쨌든! 둘의 현기증 나는 그날 밤(?)에 신민아의 유혹을 뿌리치고(말도 안 돼! 영화라서 가능한!) 일어난 아침, 박해일은 중국에 있는 그의 아내로부터 화해와 사랑의 메세지를 듣습니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삶의 의미는 바로 이것이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요? 


아무런 의미 없이 육체적으로만 살아 있는 그는 경주에서 자신의 주변을 끊임 없이 맴도는 죽음을 경험하고 나서야 역설적으로 삶의 의미를 깨닫습니다. 영화 말미 그가 찾던 돌다리의 강물은 완전히 다 말라 버렸지만 그 물 한 방울 없이 마른 흙 뿐인 강에서 우렁찬 강물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리고 무엇인가에 홀린 듯 어디론가를 향해 달립니다. 신민아는 그가 떠난 후 벽지를 뜯어 춘화를 발견합니다. 


이렇게 날이 밝아오는 구나...(소득도 없이...)

어찌보면 상당히 불친절하고, 영화를 보며 "이 장면은 왜 있는 거지?" 이해하기 힘든 장면도 군데 군데 존재합니다.(그래서 이 영화에 대한 해석도 많고 분분합니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 장면을 비롯해 몇 장면은 상상 속 판타지의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누가 산 사람인지 혹은 아닌지도 불분명하고 영화 자체가 약간 모호한 느낌을 주는데,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알 수 없다."는 장자처럼 삶과 죽음의 경계도 모호하다는 의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용히 관조하며 롱~테이크로 마치 일상 생활 물 흘러가듯 진행되고 과장된 음향효과와 음악이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일상의 소리로 가득차 있는 조미료 없는 영화랄까요? 

누구나 죽음을 기피하고 두려워하지만 삶 안의 죽음을 발견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삶의 의미와 활력을 찾을 수 있으며 위에 말 한 그 무엇이 삶의 의미라는 것을 알려주는 영화인 듯 합니다. 우리의 '생명'과 더불어 '죽음' 또한 주변에서 항상 또아리를 틀고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평소엔 잊고 살다가 주변 지인의 죽음이나 유명인(예를 들어 신해철 같은)의 죽음을 보며 죽음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지요.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을 것이고, 그것을 인지하고 있어야 건강의 소중함과 필요성도, 내 삶의 이유와 감사도, 이 시간의 달콤함과 축복도 느낄 수 있을테죠. 그리고 월요일에도 활기차게 출근할 수 있을테고. 


그렇게 새생명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푸르른 봄에 걸맞는 영화 <경주>를 보며 조용히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뭘 느끼냐구요? 그냥... 영화를. 재미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영화를 느껴보는 것이죠. 저처럼 생각할 필요도 없고 그냥 신민아가 이쁘다고 느끼는 것도 좋고, 고즈넉한 경주 풍경에 반할 수도 있을 것이고, 영화에 나오는 차를 마셔볼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저와 달리 영화에 대해 자신만의 해석을 할 수도 있을테죠. 


그래서 결국 춘화, 아내의 메세지. 우리의 삶의 의미는 바로? 


사랑? 


<경주 - 누구나 죽음은 두렵지만...> written by 최종병기, ⓒ 최종병기

병맛나는 삼류 쌈마이 글, 자유롭게 퍼가셔도 좋지만 출처는 표기해주시기 바랍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암살> - 그들이 꿈꾸었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