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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새댁 Apr 20. 2019

관계와 소통에 대한 탐닉

아이러니한 심경의 변화


임신을 하면 하루에도 수십 번씩 기분이 롤러코스터를 탄다. 


이전에는 친했던 지인들이 연락을 해서 당장이라도 날 보러 와준다고 하면 아니라고 중간에서 만나자고, 나도 날 보러 와준다고 하는 그 마음이 고마워서 몸이 피곤하거나 버거운 상태여도 어떻게든 만나려고 했던 것 같은데 이제 임신 36주를 맞이해 아가 건강 상태로보나 무게로 보나 크기로 보나 당장 낳아도 손색이 없다는 병원의 말에 나도 모르게 ‘무언의 여유’ 같은 것이 생겼나 보다. 좀 더 혼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들 중에는 아직 임신하지 않은 처녀인 친구들도 있고, 이미 이 과정을 훌쩍 넘어서 ‘완성형 엄마’가 된 친구들도 있기 때문이다.


아직 임신 전인 친구들에게는 뭔가 너무 힘들고 버거운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기에 미안하면서도 그들이 자칫 잘 못 해서 나로 인해 결혼과 임신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게 될 까 봐 조심스러움이 생기는 것 같고, 이미 ‘완성형 엄마’가 되어버린  친구에게는 내가 그 어떤 하소연을 해도 공감보다는 이럴 때일수록 더 강해져야 한다는 질책이나 아직 멀었다는 식의 조언을 들을 것 같은 겁 때문이리라.


그런 게 나만의 착각이거나 성급한 판단이 될지는 몰라도 그냥 지금은 왠지 고독하고 외로워도 혼자서 오롯이, 아니 신랑과 둘이 시간을 보내는 게 맞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며 나의 삶의 한 페이지를 빼곡히 채워가는 것도 물론 풍요로운 일이지만, 나도 아이를 갖고 내 몸의 격한 변화를 겪으며 그 변화에 대한 기억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 평생 살아가면서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아니면 둘째 임신으로 인해 다시 반복될 일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혹여나 훗날 둘째를 가지게 된다면 그때는 첫째의 지금 이 기억들을 기반으로 조금 더 수월하고 편안하게 출산을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바람으로.


하지만 외로운 건 외로운 거야. 친구도 없이, 인생에 큰 파도 같은 이 격한 변화에 공감해주는 또래 한 명 없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말이야.


혼자 있으면서 나 자신에 대한 탐닉으로 지금의 이 모든 변화들을 기억해둬야 한다는 마음 하나와, 그래도 관계와 소통에 대한 소중함은 잃지 않아야 한다는 또 다른 마음 하나. 중요한 것 하나는 그래, 언젠가 전지현이 모 드라마에서 나와 이야기했던 유명한 대사처럼 언젠가는 나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그런 말들로 나 자신을 안심시키고 다독이겠지.


어차피 나와 인연이 될 사람이라면 시간이 흐르고 나서도 내 곁에 인연이자 지인으로 남아 나와의 소통을 이어갈 것이고, 어차피 내 인연이 아닐 사람이라면 내가 간절하게 붙잡으며 호소를 해도 날 떠나갈 테니.



힘들겠지만 지금 내게 닥친 고독의 기회를
달게 받아들이고
굳건히 이겨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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