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은 아웃사이더
이방인이라는 작품은 읽기 전부터 후까지, 모든 순간, 한층 더 깊게 날 끌어들였다. 무던하게 흘러가는 주인공의 행동과 감정적 서사를 살펴보자면 가장 나와 닮아있는 인물이었다. 세계에 온전히 섞이지 못하는 존재로서 그려지는 그의 시각은 매혹적이었으며, 그 어떤 작품보다도 감정적 이질감이 덜하고 쉬이 읽을 수 있었다.
글을 읽을수록 그는 나와 닮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완전히 같지 않은 ‘뫼르소’라는 인물을 ‘같지만 다른 나’로 받아들임으로써 나 자신과 비교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따라서, 이방인은 나에 대한 물음을 던질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리하여 작품을 읽으며 느꼈던 점을 주인공 ‘뫼르소’와 ‘나’라는 인물을 연관 지어 살펴보려고 한다.
첫 문장은 뫼르소가 엄마가 돌아가신 날짜를 헷갈려 하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그는 지인과 자신과 연관된 사건들을 타인화하며 관망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인생의 무의미함, 덧없음으로 가득 찬 듯 일상을 보내는 뫼르소.
통상적이지 않은 감정의 흐름은 시작부터 주인공의 범상치 않음을 알리며 강한 이입감을 준다. 그 후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그가 보인 행동은 가장 극적인 감정에서의 회피적 성향을 보여주는 듯하다. 내가 느꼈던 바에 의하면 말이다.
이러한 양상은 사실 충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감정적 서사이다. 자신과 타인, 세계 모두를 관망하듯 보는 그의 시선은 자신의 감정 또한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여과시키지 못한다. 일련의 과정이 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아랍인 총살한 사건에는 많은 의문점이 있다고들 한다, ‘햇빛이 강해서.’라는 것이 살인의 이유가 될 수 있는지, 그렇다면 그 후에 추가로 행한 4발의 이유는 무엇인지에 관한 것이다.
표면적인 이유만 살펴보자면, ‘그냥, 죽이고 싶어서, 자극적인 햇빛’ 등을 들 수 있겠지만, 수면 아래 그의 감정적 서사를 면밀히 살펴보자면, 아랍인의 칼날에 의해 반사된 햇빛이 그를 회피하고 싶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애써 감춰왔던 감정의 이면을 자극해 감정적 폭발로 이어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가 자각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말이다. 이러한 시각적·감정적 자극은 그가 망각했던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하면서, 그가 애써 외면했던 수면 아래 모종의 죄의식을 자극한 것이다.
또한, 다시금 4발을 쏜 그의 행동은 감정적 처리를 위해 한 행동이라 생각한다. 극한 상황 속 생성된 감정은 수면 아래 깊숙이, 그리고 무겁게 자리하고 있지만, 그는 스스로 채 마주하지 못한 상태로 감정적 처리를 해소하고 싶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즉, 타인의 고통과 끝을 시각화함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처리하고 해소하기 위해 행한 파괴적 행동으로 보인다. 한 번 더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나에게 그의 총살은 감정적 처리를 하지 못하는 인간의 방어기제로 판단된다.
‘이방인’이라는 제목처럼 대개 일정한 기준 속에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를 가지는데, 이에 대한 회의감을 한 번 더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특히, 자신을 타인화하여 초월하듯, 관망하듯 바라보는 뫼르소의 시선은 처음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러한 거리감이 독자들에게 일상화되었던 감정이나 관계에 대한 물음을 던질 수 있게 한다.
그는 얼핏 정상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눈다면 말이다, 하지만 모든 감정과 행동을 흑백으로 양분하기에 세상엔 많은 이념과 사건들이 있다. 타인을 판단하는 잣대는 생각보다 너무나 허술하고, 타인은 생각보다 참 첨예하다.
타인의 감정과 행동의 상관관계가 얼핏 모순적으로 보일지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 그러한 서사는 필연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하는 쉬이 판단하는 습관이 누군가를 참 가련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