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나 마주하기
사람을 싫어하는 데 이유가 없다는 말을 믿지 않는 편이다. 단지 그 이유를 생각하는 것조차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알지 못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걸 생각할 시간도 부족한데 싫어하는 걸 생각할 필요는 없으니 맞는 말인 듯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문득 깨달을 때가 있다. 정말 싫어하는 점들은 대개 본인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말이 많은 사람, 자기 할 말만 하는 사람을 필요 이상으로 싫어하는 사람은 본인 또한 말하고 싶은 욕망이 클 확률이 높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빼앗긴다는 마음이 누구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무엇을 싫어하는지는 무엇을 좋아하는지보다 자신을 강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마음에 들지 않은 점들이 나에게도 있음을 자주 깨닫는다. 어쩌면 그 감정은 사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나의 민낯을 보는데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든 뒤론 누군가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 점들을 발견할 때마다 나를 돌아보려 한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점을 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점까지 객관화할 수 있다면 나를 더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항상 '내'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