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책을 쓸 수 있을까?’ 많은 사람이 책을 쓰고 싶어 하지만 어떤 주제의 책을 쓸지 막막해한다. 많은 책 쓰기 지도자는 자기가 잘 알고 있는 분야를 써야 한다고 말한다. 이 말이 틀린 말은 아니나 반만 맞는 말이다. 내가 잘 알고 있는 분야지만 사람들이 그것에 관심이 없다면 어떨까? 자신이 성간운의 유기 분자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아마 그 주제를 관심 있게 읽을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읽고 싶은 책을 쓰고 싶다면 사람들이 궁금해할 주제를 쓰는 것이 맞다.
이런 말을 하면 예비 저자는 이런 고민에 빠진다. ‘나는 사람들이 궁금해할 주제에 대한 지식이 없는데 어떻게 책을 쓰지?’ 맞다. 우리는 이런 딜레마에 쉽게 빠진다. 내가 잘 알고 있는 분야는 사람들이 관심이 없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는 내가 잘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책 주제에 다가가는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내가 잘 아는 것을 통해서 사람들의 관심 주제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나는 광고회사에서 일하면서 많은 광고주를 만난다. 브랜드의 분야는 다양하다. 건강기능식품, 자동차, 뷰티, 식품, 관광, 숙박, 교육, 통신 등이 바로 그렇다. 나는 이 광고주들을 위해서 이렇게 저렇게 해야 당신들의 문제가 해결된다는 제안서를 쓴다. 그럼, 나는 앞에서 열거한 이 다양한 분야를 모두 잘 알고 있어서 컨설팅하는 것일까? 물론 아니다. 그 분야와 시장에 대한 지식은 나보다 광고주가 더 잘 안다. 하지만, 광고 마케팅 분야는 내가 더 잘 안다. 나는 내가 잘 아는 광고 마케팅이라는 지식을 통해서 각 브랜드의 문제를 진단하고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것이 바로 책을 쓰는 데 필요한 접근법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주제를 찾는 방법은 내가 잘 아는 지식과 경험이 어떻게 독자의 관심사와 맞아떨어지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독자의 관심사로 더욱 확장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나는 [카피의 기술]이라는 책을 직접 기획하고 글을 썼다. [카피라이팅] 이라는 주제는 꽤 많은 사람에게 생소한 분야다. 주식, 여행, 재테크 등과 같이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하는 일반적인 주제와 동떨어져 있다. 내가 카피 관련한 글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면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복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냐고 묻기도 하고 카피가 뭐냐고 묻는 사람들도 많았다. 즉, 카피는 누구나 아는 대중적인 주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이 주제를 대중의 관심사와 연결해야 했다. 그 고민을 하다가 나온 연결 접점은 1인 크리에이터였다. 요즘 사람들은 부업으로 유튜브나 블로그,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수익을 창출한다.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부업에 대한 관심사는 높아진 상태다. 소셜 콘텐츠를 만들 때 포인트가 바로 제목 짓기다. 사람들이 제목만 보고도 호기심을 가지고 클릭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여기서 필요한 기술이 바로 카피라이팅이다. 따라서, 책의 주제와 목적은 이렇게 정했다. 광고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처음 카피를 쓰거나 소셜 콘텐츠를 만들 면서 제목을 써야 하는 사람들이 봤을 때 도움 되는 책을 쓰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책이 《카피의 기술》이다.
내가 잘 아는 지식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 그 지식은 다른 사람보다 정밀하게 세상을 볼 수 있는 관점이 될 수 있다. 즉, 지식은 관점이다. 물리학자 정재승은《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라는 책에서 물리학의 관점에서 영화를 설명했다. 유원준 미디어학 교수는 《뉴미디어 아트와 게임 예술》이라는 책에서 미디어아트라는 관점에서 게임을 새롭게 해석했다. 하세가와 다카시는 《생물의 건축학》이라는 책에서 건축의 관점에서 생물들이 만드는 집을 해석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의 빗장을 단단하게 잠글수록 그 지식은 썩은 고인물이 된다. 지식의 빗장을 열어 놓고 다른 분야와 확장적인 결합의 가능성을 타진 할 때 그 지식은 관점이 되고 살아 있는 지식이 된다.
혹시, 나는 그 어떤 지식도 없어서 독자의 관심사와 연결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한탄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잘 생각해보자. 글을 쓰기 전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는 무엇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인지, 어떤 대상에 대해서 쓰기 전에 나에 대한 탐구를 선행해야 한다. 그 준비가 있어야 책을 쓸 수 있다. 나는 일자무식이지만 누구보다 물건 정리는 잘한다고 하면 물건 정리법을 응용하여 컴퓨터 폴더 정리법 책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혹은 부산에서 택시 기사를 하면서 누구보다 사람들이 자주 가고 좋아하는 명소를 안다면 부산 택시 기사가 추천하는 부산 여행법이라는 주제로 책을 쓸 수 있다. 학문적인 것뿐만 아니라, 자기 삶 속에서 체득한 노하우와 경험도 지식이다.
자신을 잘 들여다보자. 자기 안에 책의 주제는 다양하다. 단지 그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는 접점을 찾지 못했을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쌓으면서 주제를 이끌 수 있는 접점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