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쓰민 Apr 02. 2024

단박에 끝낼 수 없는 것

끝없는 스무고개

 글쓰기의 첫 단계는 자신의 인생에 대해 써 보는 것, 다시 말해 우리가 무엇이 되었고, 또 무엇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쓰는 것이라는 점이다.

《날마다 글쓰기》p14


 “왜 글쓰기를 하면 꼭 과거, 현재, 미래를 쓰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 수업도 또 자기 돌아보기 그런 글쓰기인가요? 난 그런 거 그만 쓰고 싶은데!”

어느 땐가 새로운 글쓰기 수업에 대한 참여의사를 나누던 톡방에 있던 누군가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반대로 ‘셀프 탐구 글쓰기’ 덕을 진하게 본 나는 그 반응이 반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나머지 반은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자신을 돌아보는 글쓰기에 자주 만나는 행운이 있었구나!’

 한 번도 자신에게 그토록 넓고 깊은 질문을 해본 기억이 없다. 이 말을 쓰고도 그 사실이 정말 부끄럽다. 자신을 돌아보는 방식이 후회나 나르시시즘이었을 테니. 

46년 묵은 마음의 부채를 23년 한 해 상환하려는 의욕이 앞서 허리가 휠만큼 힘들어 울기도 했고 갚은 만큼 시원한 구석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짧고 굵은 상환기간엔 무리가 있었다. 찬찬히 세월에 흐름에 더해 무리 없었다면 더없이 좋았겠지만 그래도 나쁘진 않다. 글로써 다시 회복하고 있는 중이니까.


 그러다 나의 글을 벼리고 싶은 마음으로 읽은 책에서 질문을 던졌다.

인생에 대한 스무 개의 질문을 읽어 내려가는데 딱히 멈춰서 내 생각을 적어 내릴 마땅한 쉼표를 찾지 못했다. 역시나 인생은 몰아 한꺼번에 살아갈 수 없는 것이구나! 시간이 쌓이고 기억과 기록이 누적되어 만들어지는 것. 몰아한 23년 한 해의 질문은 그저 못다 한 숙제였을 뿐 아직도 답해야 할 질문이 남아있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사람은 배움을 멈출 수 없구나! 생의 끝문턱에서도 질문에 답해야 하는 운명인가 보다.

오늘밤도 그런 숙명과도 같은 배움과 쓰기의 필요를 깨우쳐 내일도 또 쓰는 자리에 있어야 함을 다짐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편집자 자아버리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