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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쓰민 Jun 10. 2024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TTC노트에 실려 온 첫 번째 질문


'하필이면 오늘 이런 심오한 질문인 거야.'


직장인들만 월요병이 있는 건 아니다. 외출이라도 하거나 딱히 외출은 아니라도 신랑과 틈 없이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주말을 지나면 해방감을 느끼기보다 먼저 주말 내 쌓인 피로감에 노곤 한 하루를 시작하곤 한다. 특히나 24시간 밀착여행후유증을 맘껏 풀어내야 했던 지난주는 목요일이 현중일이었으니 합병증으로 월요병이 제대로 발동돼 오전 내 침대와 질척이며 어려운 이별을 했다. 


 4월부터 이어오던 66일 챌린지를 끝마치며 만점짜리 결과에 고취되었던 지난 기수와는 상반된 결과에 대한 해석 그리고 지난 여행기를 완성해보고 싶은 마음, 또 한 달 회고를 하기 위해 매일을 기억하고 싶은 욕구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알고리즘이 내 마음을 훔쳐보기라도 했는지 매일을 기록하기 적당한 노트 하나를 구입했다. 이미 PDS다이어리를 쓰고 있긴 하지만 하는 일과 시간에 중점을 둔 그것에 비해 이번 노트는 사색과 감정에 정렬된 느낌이 좋아 구매욕을 불러일으켰다. 우리나라 정말 작은 거니 빠른 거니? 다음날 도착한 노트는 나에게 어장관리를 당했고 내 것이 된 이상 흥미 잃은 그것은 그렇게 주말 내 속지를 뜯지도 않은 채 책상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었을 뿐이다. 

‘배신감을 느꼈다면 미안, 쉽게 곁을 주지 않는 여자라고’


그러다 침대와 이별하고 후련 섭섭한 마음을 달래려 청소기를 밀고 주변을 정돈하고야 들여다본다. 노트와 동봉된 카드에는 사진이 한 장 실렸는데 카메라 노출을 적게 해 검다시피 한 배경에 스며든 노을빛 사이로 빨갛게 익은 체리가 보였다. 아련함이 전해지는 사진에 묻어온 여운을 느끼며 펼친 카드에 적힌 글을 보며 생각에 빠졌다. 자신의 브랜드를 표현한 글에서 아름다움을 느꼈다. 한 번의 접촉도 없던 이 사람의 생각에 공감하며 그가 제안하는 여정에 함께하고 싶었다. 이것이 바로 진정성 있는 스토리의 힘이라 생각이 들며 신랑의 추억에 공감하기 어려웠던 이유가 바로 이 ‘스토리’의 부재였음을 알아챘다. 내가 그의 장소에서 유독 ASHFIELD의 공원 밴치가 남아있었던 이유도 그 시절 그의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가 나에게 닿았던 것이다. 이런 경험에서 우러난 누군가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로 자연스레 이식되는 것. 나의 글이나 내가 하는 일에 필요한 것이 그것 아닐까? 의욕이 차오른다. 이 기운을 발판 삼아 노트를 펼쳐보았다.


‘Q.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나는 사랑한다는 말보다 필요하다는 말이 더 좋더라” 

영화의 이미숙의 대사가 떠올랐다. 힘이 되고 싶은 사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 힘과 필요를 다해도 괜찮은 사람. 버려졌다 생각하지 않고 잘 쓰였다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으로 힘이 되고 어떤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지 오늘 느낀 스토리의 힘을 염두에 두고 잘 생각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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