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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양파 Mar 04. 2016

기욤 뮈소의 지금 이 순간

뻔한 시간여행 + 뻔뻔한 결말!!


어릴때 봤던 시간탐험대라는 만화가 있었다. 제목대로 시간여행을 하는 만화로, 돈데크만이라는 주전자가 타임머신으로 나온다. "돈데기리기리 돈데크만~"이라는 주문과 함께 시간여행을 떠난다. 타임머신인 주전자 돈데크만과 샤랄라 공주 그리고 악당인 압둘라 그리고 아기 공룡과 어리버리 오마르왕자가 기억나는 만화다. 시간탐험대를 통해 타임 머신을 처음 알게 됐다면, 타임머신을 제대로 정확하게 알게 된 작품은 백 투더 퓨처(Back to the Future)다. 영화 속 미래였던 2015년이 어느새 과거가 됐지만, Back to the Future를 처음 봤을땐 엄청난 감동이자 충격이었다.



시간탐험대는 주전자가 백투더 퓨처는 자동차라는 타임머신이 있어야 시간여행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영화 시간여행자의 아내와 어바웃 타임 속 시간여행은 예전과 많이 다르다. 장비의 도움없이 불가능했던 시간여행이 이제는 유전으로, 원래 갖고 있던 능력으로 가능해졌다.



그래서일까? 시간여행은 지루하고 너무 뻔한 소재로 전략해버렸다. 시간여행이 주제가 아닌 소재로 변하면서, 특이하고 특별한 사랑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소재가 되어버린 거 같다.



로맨틱도 잘 쓰고, 스릴러도 잘 쓰고, 판타지도 잘 쓰는 기욤 뮈소는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작가다. 뮤지컬 노래로 유명한 지금 이 순간이 그의 최신 소설 제목이다. 



좋아하는 작가이니깐, 책 소개도 없이, 간략한 줄거리도 읽지 않고 바로 읽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기욤 뮈소를 좋아하는 이유는 기발한 소재와 글자임에도 영상으로 그려지는 디테일한 상황이나 행동 묘사 그리고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손에서 책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엄청난 긴장감이다. 이야기의 끝은 늘 사랑으로 끝나는 게 문제지만, 앞에서 말한 3가지 장점만으로도 기욤 뮈소의 작품은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최신작 "지금 이 순간", 시작은 참 좋았다. 디테일한 묘사가 살아있으며, 단점이었던 사랑이야기가 나오지 않아 참 좋았다. 사랑 대신 가문의 소유로 되어 있는 등대, 그곳에 얽힌 수수께끼가 이야기의 중심이다. 혹시 구니스, 인디아나 존스인가? 엄청난 고대 비밀을 숨기고 있고 그것을 파헤치는 이야기인가 했다.



그동안 아버지가 관리하던 등대를 아들에게 유산으로 준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지난 30년 동안 저 등대에 얽힌 수수께끼가 한시도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제 너에게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 과제가 주어진 거야." 아들은 이렇게 물어본다. "지하실 문을 열지 않고 어떻게 등대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 수 있다는 거죠?" 그러자 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이제 등대는 네 소유니깐 마음대로 하렴."



당신은 못했으니, 나는 하라는 아버지의 말씀. 이거 안 할 인간이 있을까? 공포와 두려움이 따라오겠지만, 호기심 때문에 나라도 했을 것이다. 아서(주인공)는 당근 비밀을 알고자 등대 지하실로 향한다. 24방위 바람의 등대 지하실 비밀의 문에 라틴어로 경고의 문구가 새겨져 있다. "24방위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으리라." 경고를 무시하고 아서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고, 차가운 바람과 함께 오렌지 향기가 나면서 그는 두 다리의 힘이 모두 빠져 달아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여기까지 1부였고, 2부 불확실한 장소에 서라는 소제목으로 이야기는 1992년이 되었다. 아서가 아버지에게 등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비밀을 문을 열고 들어간 연도는 1991년이었다. 작가는 지금 이 상황이 시간여행임을 알려주고 있지는 않지만, 그동안 너무 많은 시간여행 영화를 봤기에, 안 알려줘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길이 없었다.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마지막 기억은 1991년 6월 초에 머물러 있었다. 내 눈 앞에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이 펼쳐져 있었고, 내 심장은 제멋대로 두 방망이질 치기 시작했다. 나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거듭 심호흡을 하며 머리를 굴렀다. 내가 심각한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뇌 손상 때문일까? 아니면 트라우마? 아니면 약물 복용? (본문중에서)

"아~ 답답해, 이 바보야 넌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 거야"라고 말하고 싶어 혼났다. 



그래도 아니길 바랬다. 하지만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고, 정확히 너무 뻔한 소재인 시간여행이 맞았다. 그래도 기욤 뮈소에 대한 좋은 감정이 있으니, 그가 그리는 시간여행은 좀 다르겠지 했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읽어 나갔다.



혼자서는 지금 이 상황을 판단할 수 없기에, 자신보다 먼저 등대의 비밀을 알고 있던 할아버지를 찾고, 그로부터 등대의 저주인 시간여행이 왜 일어나게 되었고, 어떻게 끝나는지 듣게 된다. 그건 바로, 24년 동안 하루를 일 년처럼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서에게 하루는 다른 이에게 1년이 된다는 말이다. 한번 시작하면, 24년 동안 계속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



그리고 24년이 되면, 경고의 문구처럼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아서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할아버지는 마지막 시간여행 때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됐지만, 자신은 그렇지 않을 거라고 꼭 그 비밀을 밝히겠다고 다짐한다. 할아버지로부터 모든 걸 안 아서는 시간 여행자답게 능숙하게 일 년을 하루처럼 살아간다.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던 무언가가 있다. 기욤 뮈소라면 당연히 나와야 하는 그것이 아직 없다. 지금까지 나온 인물을 통해 연결고리가 생기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기욤 뮈소다. 스쳐 지나가는 인물이라고 느꼈던 리자, 그녀가 바로 여주인공이자 아서와 사랑을 하게 되는 인물이다. 두 번째 시간여행에서 그녀는 만났고, 그녀의 도움도 받았지만, 급 헤어짐을 하게 된다. 사랑꾼 기욤 뮈소답게 아서는 리자가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나타나게 되고, 그는 항상 리자를 찾게 된다. 그로 인해 그들은 역시나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 된다.



나는 사라지는 남자이다. 미래가 없는 남자, 점선으로 그려지는 남자, 삶에 굶주렸지만 아무런 기약도 할 수 없는 남자이다. 초고속으로 살아야 하는 남자, 하루를 살 때마다 롤러코스터처럼 강렬하게 살아야 하는 남자, 떠나고 난 자리를 채워줄 추억 다발을 여러 개 만들기 위해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잡아 늘려야 하는 남자이다.(본문중에서)

그는 24년 동안 총 24번의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아서도 나도 가장 궁금한 건, 이 시간여행의 끝은 무엇일까? 할아버지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죽고, 24년의 추억은 바람처럼 사라지는 것일까? 할아버지가 경험했던 일이 아서에게 그대로 이어지는 것일까? 기욤 뮈소는 어떤 결말을 보여줄지 궁금증이 쌓여만 갔다. 뻔한 스토리라고 뭐라고 했지만, 기욤 뮈소이기에 믿었다. 뻔한 소재이지만, 뻔한지 않은 결말을 보여줄 거라고 말이다.



그런데 너무나 어이없는 결말이 나왔다. 차라리 등대의 저주는 풀 수 없는 거라면서 비극적으로 끝이 났다면 더 좋았을 뻔했다. 이건 슬프지도 않고, 기쁘지도 않은 결말이다. 



어릴 적에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한다는 내용의 브이라는 미드가 있었다. 엄청난 인기로 인해 그 당시 브이에 대한 엄청난 스포일러가 있었다. 도너반과 다이애나가 부부인데, 둘이 부부싸움을 한 후 도너반이 잠이  들었는데, 그 꿈이 바로 브이 스토리다. 어처구니없는 스포일러가 됐지만, 이 말을 듣고 제발 아니길 바랬던 적이 있었다.



기욤 뮈소의 지금 이 순간의 결말이 차라리 꿈이라고 했으면 그나마 괜찮다고 하고 싶다. 등대 비밀을 풀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없었나? 종이인형, 천사의 부름, 7년 후 그리고 센트럴 파크까지 기욤 뮈소의 작품을 적지 않게 봤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이 순간은 정말 뻔한 소재에, 뻔한 결말이다. 너무 실망스러워서 다 까발리고 싶지만, 그래도 신작이니 참기로 했다. 아무래도 기욤 뮈소를 좋아하는 작가 명단에서 삭제해야 할 듯 싶다. 판타지 로맨틱 소설 기욤뮈소의 지금 이 순간, 넌 나에게 실망감을 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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