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매일 아침에 수건을 세장씩 쓴다. 손 닦는 용, 몸 닦는 용, 소지품을 가지런히 올려 둘 세면대용까지 세 장이다. 단출한 세 식구의 빨래 감이 많지 않아 매일 세탁기를 돌리지는 않는다. 여름엔 더욱 그렇지만, 젖은 수건 여러 장은 골칫거리다. 그러다 생각한 게 내가 젖은 수건을 쓰면서 수건 장 수를 줄이는 것이다.
그 이상한 집착은 결혼 후 몇 번 경험했다. 바뀌지 않는 것은 빨리 포기하는 것이 낫다는 게 내 생각이다. 더욱이 나도 아닌 타인을 변화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의식을 치르듯, 반듯하게 깔아놓은 융단 위로 핸드폰 두대를 나란히 올려놓고 충전하는 것도 그의 오래된 습관 중 하나이다. 결코 물건을 아무 곳에 두는 법이 없다. 자기 것을 아낀다. 티셔츠 한 장을 사도 좋은 것을 산다. 물건도 가진 돈으로 살 수 있는 제일 좋은 것을 산다. 그것은 물건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닌데, 나와 딸 서아가 그의 애정을 받을 수 있는 바운더리에 포함이 된다.
그런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유리는 때때로 그를 떠올린다. 그는 십만 원이 있다면, 그 십만 원으로 양말을 사는 사람이었다. 좋은 것을 알아보는 눈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좋은 것을 사기 위해 돈을 모으고,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 서울 끝이라도 찾아가는 사람이었다. 1박 2일 줄 서는 것도 기꺼이 참아 원하는 운동화를 사는 사람. 한정판이라는 말을 유리에게 알려준 사람이다.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 그의 생각을 떨쳐낸다. 오늘도 신랑이 쓴 세 장의 수건을 재사용하며, 수십 장 되는 수건이 있는데, 이렇게 재사용할 필요가 있는지를 자문한다. 이제 젖은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고, 세면대를 닦고, 몸을 닦는 게 습관이 되었다. 이렇게 스며들고 있는 삶에 피식 웃음이 난다. 친정 집에서 나는 가장 예민하고, 까칠했는데, 이 낯선 남자와 살면서 둥근 곳은 뾰족하게, 각이 진 곳은 둥글게, 맞춰지고 있다. <내 남자 사용 설명서>를 분명 신혼 초에 읽었는데, 내가 이 남자를 잘 사용하는 것인지, 내가 길들여지는 것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