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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써니 Nov 06. 2024

네비게이션에 갇힌 남자

멀미가 나요

그는 종종 악몽을 꾼다. 자는 모습도 고운 그 사람답지 않게 악몽을 꿀 때는 목소리도 다른 사람이다.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대게는 쫓기는 중 내는 소리인 것 같다.


동굴을 뚫고 나오는 듯한 굵은 저음의 소리는 옆에 자고 있는 그녀를 깨우기에 충분하고,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의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해 주는 일이다. 머리를 쓰다듬고, 가슴을 쓸어주다 보면, 그의 숨소리가 잠잠해지고, 다시 평화로운 듯 잠이 든다.


그녀는 다시 잠들기가 힘들다. '또 무슨 일이 있구나, 벽이 높아 힘든가 보구나.' 생각이 든다. 그는 네모 반듯하고, 누구를 만나도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모두가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으면, 혼자 방에서 책을 보는 사람이다. 예민하고,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고 채찍질하는 사람이다. 만족을 모르는 듯 언제나 앞으로 달려가는 사람이다.


주변의 눈을 의식하지도 않는다. 그는 모두가 그의 눈치를 보게 만드는 놀라운 재주도 가졌다. 그런 그도 어쩔 수 없는 일이 꿈을 꾸는 일이다. 악몽 말이다. 그가 안쓰럽다.


그는 어제의 그와 비교하고 있을까, 아니면 그가 매일 만나는, 그가 갖지 못한 것들을 가진 타인들과 비교를 하고 있을까? 그가 지금 이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을까? 만족이 없는 그가, 늘 부족하다 스스로를 다그치는 그가... 어쩌면 옳은 방향이 아님을 알고도 질주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와 함께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아플 때도, 건강할 때도 함께해 주겠다 다짐했으니, 그녀는 그를 잠시 멈춰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달려가기만 할 일이 아니라고, 지금 갓길에 잠시 멈춰 세우고 다시 내비게이션 설정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는 이미 어제보다 훌륭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는 매일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쉬지 않고 달려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만 모르는 그 사실을 말해주고 싶다.

조금 천천히 가자고, 멀미가 난다고... 다시 네비의 목적지를 확인하고 새로운 경로를 탐색해 보자고... 그리고 제발 함께 가자고...


당신의 그녀는 생각보다 강하다고, 그러니 잠시 기대어 쉴 어깨가 되어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를 쫓는 악몽이 오늘로 그만 찾아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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