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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m Jung Mar 20. 2023

당연함을 위한 희생

부산현대미술관 《포스트모던 어린이-1부》

전시 기간: 2022.12.17~2023.04.23

관람일: 2023.03.01






모던이라는 단어는 사전적으로는 '현대'라는 뜻이지만, 미술사에서 모던은 20세기 초의 미술 경향을 뜻한다. 과거로부터 벗어나 기계와 도시 문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던 경향. 그리고 포스트모던은 대략 1970년대 이후 모더니즘에 대항해 나온 경향으로, 획일적인 모더니즘으로부터 벗어나 개인의 개성과 고유성을 인정하자는 이다. 두 이 나온 지 몇십년이 지난 지금 이 시기적으로는 맞지 않지만, 의미만을 보았을 때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전시 제목인 '포스트모던 어린이'는 모 다음의 어린이를 고민한다. 포스트모던이 등장한지도 반세기가 넘었는데 이제 겨우 포스트모던 어린이가 등장한 이유는 그만큼 사회가 어린이를 소외시키고 성인 중심으로 움직여왔기 때문이다. 이들이 포스트모더니즘을 논하는 동안 어린이의 포스트모더니즘은 소외되었다.

     전시장 벽에는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그림과 글로 이루어진 전시 서문이 있는데, 여기서는 나이가 많은 사람을 어른이라고 부른다. 러나 나는 어른보다는 성인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다. 나이가 많다고 두가 어른인 것은 아니므로, 수치로만 구분할 수 있는 성인과 어린이로 두 집단을 나누고 싶다.

어린이용 전시 기획 설명문



전시는 1, 2부로 나뉜다. 한 전시 내에서 1, 2부가 나눠진 것이 아니라 1부 전시와 2부 전시가 순차적으로 열린다. 지금 열리고 있는 전시는 1부인데, 1부에서는 근대 사회가 성인을 중심으로 어린이를 억압하 사회를 이끌어왔음을 확인하고, 올해 5월에 이어지는 2부에서는 억압의 방식에서 해체되었을 때 어린이가 보다 존중받을 수 있음을 보여줄 예정이라고 한다. 1부에서는 근현대에 성인이 규정한 어린이의 정의와 역할의 모순을 짚고, 근현대 다음의 어린이인 포스트모던 어린이의 정의와 역할에 대해 관객이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전시 서문의 마지막 문단이 인상적이어서 텍스트로 공유하면 이렇다.

     "《포스트모던 어린이》라는 다소 기묘한 전시 제목을 규정하는 데 의식적인 거부감이 드는 이유는 그 의미를 다시 규정함으로써 또다시 특정한 존재 형태를 만들어 낼 거라는 불안 때문이다. 그 제목을 보았을 때 근원적으로 근대의 보편타당이라는 개념에 질문을 던지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나와 타자의 생각이 서로 일치해야 한다는 요구 또한 강제된 요구로 여겨진다. 그렇기에 전시가 마련한 근본적인 틀은 참고하되 그 근원적 질문에 관한 다양한 사유는 전시를 통해 직접 체험하고 토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전시 전경


이러한 기조에 따라 전시 디자인 역시 기존의 문에서 벗어나 있다. 전시 공간은 다양하고 불규칙한 높이로 디자인되고, 각종 안내문과 캡션은 기존의 사각형 문법에서 벗어난 동그랗고 색있는 형태로 디자인된다. 전시장에 있는 캡션은 총 5가지 색으로 각각의 색이 의미하는 바가 다르다. 빨강은 위험, 노랑은 편의시설에 대한 안내, 초록과 파랑은 제안, 하양은 작품 제목이 적힌 캡션이다. 런데  디자인들은 기존의 전시 틀에서 상당히 벗어난듯 보이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이 색 구분 체계는 성인이 규정한 틀을 따른다. 색의 역사를 살펴보면 인간이 색을 인지하는 방식은 후천적인 교육의 영향이 크다. 그래서 이러한 구분은 인간 고유의 자유로운 색 인지 체계를 성인이 만든 규정에 적응하도록  가능성이 높다.

다양한 색상의 캡션들

     이러한 보이지 않는 규칙은 암암리에 전시 곳곳에 적용되고 있는데, 리플렛에서도 그렇다. 리플렛에는 모든 참여 작가에 관한 설명이 나열되어 있는데, 그 순서는 가나다 순을 따른 것이다. 이름 순서대로, 생일 순서대로 사람줄세우려는 성인들의 방식을 적용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렇듯 1부에서는 이 전시가 어린이를 위한 전시임을 보여주면서도, 전시를 이루는 규칙들은 성인의 규칙을 따르게 함으로써 '근대 사회가 어린이를 억압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음을' 보여주는 기획디자인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래서 올해 5월에 열릴 전시 2부에서는 전시 시각물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해진다.

전시장 곳곳의 캡션들


전시는 기획에 따라 작품을 선택하고 기획에 맞게 운영에 필요한 디자인을 제작한다. 그중에서도 전시 디자인은 작품보다 전시 주제 좀 더 밀접하표현할 수 있는 매체다. 보편적인 색의 의미를 안내문에 활용하거나 가나다순 정렬을 사용하는 것은 언뜻 보면 자연스러워보일 수 있다. 누구나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시를 보고 나면,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은 성인의 억압과 어린이의 희생의 결과물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개별 생명체의 특징이 하나하나 다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당연한 사실'이 있다는 것이 받아들여지는 배경에는, '연함'이  하나의 향과 다른 개인들의 희생이 있음을 인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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