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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둥이긴개 Feb 27. 2024

한밤의 슬픔과 꿈 (3)

꿈을 꾸다

  나는 자기 연민을 싫어한다. 나 자신마저 스스로를 불쌍하게 여기는 것보다 비참한 게 있을까 싶어서다. 혹은 회피하고 싶어서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거 같기도 하다. 어쩌면 사람들이 스트레스가 몰려올 때마다 짜증을 내는 건 자기 방어적 행동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짜증 내면서라도 어떻게든 버티는 게 버겁다고 포기하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허나 때로는 무너질 때가 있다. 한계를 드러내고 한없이 눈물이 흐를 때, 그날 밤이 그러했다. 깜깜한 밤하늘 아래 이리저리 흩어진 골목처럼, 외로움은 이끼처럼 나를 덮여갔다.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혼자라는 사실은 편한 건 아니었다. 물론 이혼을 앞둔 부부처럼 서로 같이 붙어 있어 더 불행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같이 있어도 혼자처럼 느껴지는 것만큼 외로운 게 있을까. 하지만 이 순간 나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고 기대고 싶고, 그 사람의 온기를 느끼고 싶었다. 홀로 이곳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참아내기 힘들었다. 그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혼자서 이 큰 침대에 덩그러니 누워있다는 것, 술과 올라오는 어지럼과 함께 우주공간에 홀로 던져진 것처럼 느끼며 나는 배회했다. 그렇게 펑펑 울다가 지쳐서 잠들었다. 


벌떡

  

  눈을 떠보니 나는 푸른 잔디밭에 서있었다. 눈에 보이는 하늘은 그림처럼 파랗고 하얀 구름이 양 떼처럼 떠다니고 있었다. 이때 뒤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휙 돌려보니 많은 사람들이 야외 테이블에 요리를 깔고 있었다. 그 사람들은 학창 시절 친구들이었다. 한꺼번에 모아서 보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알고 지냈나 싶었다. 


  이때 한 녀석이 테이블에 요리를 담은 접시를 올리는데 별안간 테이블이 휘청거리더니 파도를 맞은 배처럼 뒤집히려 했다. 하지만 또 다른 친구가 나타나 가까스로 접시를 잡았고, 요리는 무사했다. 다시 테이블을 고정시키고 올리려는데 또다시 테이블 한쪽 나사가 빠져서 휘청거렸다. 그래도 또 다른 친구가 나타나 접시를 잡았고, 역시나 요리는 무사했다. 


  그 광경을 한참 동안 지켜보다가 비로소 나는 침대에서 눈을 떴다. 너무 생생해서 한참을 곱씹으며 꿈에 대해 생각했다. 


  살면서 각자 풍파를 겪는다. 크다면 크게 다가오고 작다면 사소할 것이다. 어떤 때는 혼자라서 오늘처럼 괴로울 때가 있다. 또 다른 날은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기도 한다. 결국 어떤 상황이든 생명이 다할 때까지 내 의지를 지켜내는 것, 나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그렇게 나는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었다. 

  


첫 에세이 후기


  저는 이번이 살면서 처음으로 길게 써보는 글입니다. 글은 느낌이 왔을 때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함을 깨닫고 갑니다. 뒤로 갈수록 기억이 가물해서 점점 내용이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드네요. 이번에 마무리하면서 여러모로 부족했던 모습을 느꼈고, 다음에 더욱 정진해서 좋은 글 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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