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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Oct 29. 2020

별 빛 안에서..

아이와 함께 천문대에 간다.

20대부터 이상하게 천문대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아니 어떻게 보면 천문대라는 공간보다는 나로부터 멀리 있는 별을 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었을지도 모른다. 학창시절에 학교에서 선생님이 들려준 이야기 중에, 내 마음에 와닿아 남아 있는 것들이 있다. 그 중 과학선생님이 알려주셨던 별이야기도 있다.


너희가 보고 있는 별빛이 사실은 지금은 없는 별일 수도 있다는걸 알고 있니? 별에 태양빛이 닿아 반사되어 그 빛이 지구에서 보이는게 밤하늘의 별빛이야.   그 별이 지구에서 멀리떨어져 있어서 반사된 빛이 지구로 오고있는 시간 동안에 그 별은 사실은 없어져 버린 별일 수도 있는거야. 정말 신기하지?


그 이야기는 지금 생각해도 괜히 신기한 것이었다. 마치 밤하늘에 타임머신이 박혀있는 것처럼 내가 지금 보고 있는 별이 사실은 없어진 별에서 오고 있는 빛일 수도 있다니 말이다. 

별에 대한 이야기는 괜히 다 신기하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20대에는 천문대에 정말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갈 방법을 몰랐다. 그때는 네비게이션도 없고, 운전면허는 따기는 했지만, 부모님차를 빌려타고 멀리까지 갈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냥 막연하게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누군가가 날 데리고 가주지 않을까?


하지만 그렇게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고 사느라 바쁘다보니, 천문대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은 점점 옅어졌다. 그리고 어느새 잊고 말았다.


이혼을 하고나서야 어느날 문득 기억해냈다. 내가 천문대에 가고 싶었던 것을 말이다. 그래서 무작정 검색을 하고 결정을 하여 아이를 데리고 양주까지 다녀왔다. 왜 그동안 가볼 생각을 안했을까?


천문대에 도착해 매표를 하고 기다리면서 돔스크린으로 영상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아이는 옆자리에서 매우 들떠서 종알종알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고, 나는 사실 그곳에서 큰 기대감은 없었다. 만화같은거 보여주겠거니 하고 기다렸다. 


불이 꺼지고 머리위로 둥그런 돔스크린위로 영상이 시작되는게 보였다. 뒤쪽에서 직원분의 나긋나긋한 나레이션이 마이크를 통해 들려왔다. 화면이 줌아웃되면서 눈처럼 사방에 보이는 별들이 펼쳐졌다.


이제 지구 밖으로 나갑니다. 우리가 현재 볼 수 있는 별들의 최대한의 모습이 앞에 보이는 모습입니다.

스크린위에서 틀어지는 영상인걸 알지만 내 시야 양옆으로 지나가는 별을 보고 있다가, 인간이 관찰할 수 있는 별들의 모습을 멀리서 보고 있자니, 내가 정말 우주에 떠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몇 초후에 다시 나레이션이 시작되었다.


이제 돌아갑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 Home이라고 써있는 곳이 우리의 지구입니다. 손을 뻗어 눈처럼 날리는 것 같은 별들을 만져보세요


다들 정말 별들을 만질 수 있는 것처럼 손을 허공에 뻗고 즐거워했다. 나는 왠지 찡해졌다. 줌 인되어 별속으로 빠르게 빨려 들어가면서 한 부분에 고정되어 있는 Home이라는 단어가 왠지 그런 기분이 들게 했다. 내가 살고 있는 지구가 저기에 있구나..


예전에 읽었던 이런 저런 책 중에서, 나같이 사소한 걱정이 많은 사람들을 위해 조언해준 것이 기억났다. 걱정에 사로잡혀있을때 생각해보라고 했다. 나 자신이 우주속에 떠있다고 상상하라고 말이다. 그러면 우주속에서 나의 그 걱정이 얼마나 사소하고 먼지 같은 것인지 느껴질거라고 했다. 그 글을 읽을때에 그렇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돔스크린에서 펼쳐지는 별들의 흐름 속에서 내가 사는 Home을 향해 날라가면서 내 온갖 걱정들, 내 존재가 이 우주속에서 얼마나 작고 작은지 피부로 더 와닿았다. 


맞아.. 지구가 내 집이지..

이 많은 행성에 분명 다른 생물체도 살고 있을거야. 이 많은 별중에 우리만 있을거라는 생각은 정말 오만한 것이지 않을까? 아.. 이 많은 별 중 지구에 사는 짧은 시간을 사는 나는,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 아 맞다 나 이혼도 했지? 

이런저런 생각끝에 이혼으로 마무리되며 마음속으로 나즈막히 욕한마디 날렸다.

광대한 우주앞에 짧은 삶을 살면서 그렇게 서로 싸우고 슬프고 좌절하고 그런걸까 나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아들에게 하고싶은 말들이었다. 나중에 좀더 크면 당부하고 싶은 말이다.

이런 작은 지구에서, 짧은 삶을 살면서.. 아들아 나는 네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돈 번다고 사소한 아름다움을 놓치고 하는 어른이 아니기를 바란다.

주변의 사람들, 가족들과의 시간을 충분히 보내길..

돈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게 너의 삶의 전부는 아니니까.

가장이 된다고 하더라도 지나가다가 작은 풀, 작은 생명하나를 보며 아름다움을 느끼고, 감사함을 느끼며 살았으면 좋겠다.

승진이나 돈에 매달려 후에 가족들에게 외면받는 삶을 살지 않기를 바래.

그리고 선한영향력이 있는 사람으로 살아..

지구에 도움이 되는 그런 존재말이야..


써놓고보니 너무 많지만, 수많은 별들을 보고, 지구를 보면서 들었던 나의 생각이었다.


그날 이후로 우리는 계절별로 천문대에 들렀다. 

그리고 돔스크린은 내용이 변하지 않지만, 꼭 보고 온다. 순간적이나마 나의 작은 존재를 느끼고, 겸손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다짐을 또한번 하고 갈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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