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오랜만에 아빠를 만나러 갔다.
부엌과 거실 창문을 여니 날씨가 좋음이 느껴졌지만 나는 ‘오늘 하루종일 집에서 절대 나가지 말고 하루 종일 자야지!!’ 하고 마음먹었다.
일주일의 피곤을 온종일 뒹굴거리며 풀고 싶은 마음이, 혼자 카페에 나가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보다 더 컸다.
그런데 그 결심이 오래가진 못했다. 그동안 피곤하다며 미뤄왔던 일이 생각나서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어슬렁거리며 나섰다.
막상 나서고 나니 집 앞 공원에 활짝 피어 이미 꽃비가 되어 떨어지고 있는 벚꽃과 따뜻한 날씨에 들어가기 아쉬워서 커피 한잔 테이크아웃해서 목적지 없이 걸어 다녔다.
그리고 동네에서 조금 벗어난 골목을 지나가다가 어떤 카페에 들렀는데 수제 케이크와 커피를 파는 곳이었다.
커피와 케이크가 나왔다.
내가 그간 브랜드 커피에 익숙해졌는지 컵 가득 따라주신 아메리카노가 신선하기도 하고 따뜻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케이크도 처음 보는 종류이어서 재미있고 어떤 맛일지 기대가 되었다.
한입 한 모금..
커피는 생각보다 연했고 케이크도 달거나 자극적이지 않았지만 그 나름대로 맛있었다.
문득.. 이 커피와 케이크를 보면서 내 글이 떠올랐다.
그동안 글을 쓰지 못한 건 뭔가 내 앞을 가로막고 있어서였다.
여러 가지겠지만.. 어쩌면 20대 초반 걸린 병 때문에, 그게 모든 사건의 시작이었다는 걸 알아차리고 그것에 대해 글을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든 이후부터이기도 하고…
내 그림이나 글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나 혼자 그냥 자신감을 잃었기 때문일지도…
온라인에서 보면 그림을 잘 그리고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내가 계속하는 게 맞는 건지..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고민이 되기도 했다.
아니 어쩌면 그게 아니라, 내가 병에 걸렸던 게 모든 일의 근본 지였다는 걸 직면하기가 두려웠던 나의 무의식 때문일까?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처음 들어와 본 동네 카페에서 새로 먹어보는 케이크의 맛이 나에게 약간의 위로와 용기를 줬다.
수제케이크만의 매력이 있듯, 내 글도 그림도 그러하겠지. 다시 용기를 내볼까?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쓸 때 적어도 나는 행복하잖아. 그러면 되지 않을까?
자꾸 남과 비교하고 숫자에 집착하게 되면서 그 마음이 변하는 것 같다..
그리고 글을 잘 써야겠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그냥 일단 써보기로 했다. 처음부터 뭔가 잘하려고 하면 더 시작이 어려우니까..
몇 년 전, 어떤 강사분이 영화 쿵후판다 얘기를 하신 것을 들었는데 인상깊이 남아 기억하고 있다.
쿵후판다 1편에서, 용의 전사를 뽑는다는 말에 주인공인 포는 그 장면을 보고 싶어서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나무에 몸을 묶어서 날려보고, 의자밑에 폭죽을 붙여서 날아가보고.. 여러 가지 실패를 한다.
그리고 거북이인 마스터 우그웨이가 용의 전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기직전, 포는 공중으로 솟구쳤다가 바로 그 손가락 앞에 떨어진다. 그러면서 용의 전사로 뽑힌다.
포가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고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런 시도를 하지 않았다면 용의 전사는 되지 못했을 것이다.
어떤 시도를 하면서 결과를 나 혼자 미리 속단하여 무의미한 것 아닌가, 여기지 말자.
그래!! 그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