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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현지 Jul 11. 2024

드넓은 평원 위에 우뚝 솟은 영국의 불가사의, 스톤헨지

[런던 빼고 영국 여행] 잉글랜드, 솔즈베리 평원, 스톤헨지



'세계의 불가사의'란 타이틀과 함께, 정확히 무엇인지는 몰라도 예전부터 많이 들어 익숙한 단어, 스톤헨지(Stonehenge). '불가사의'라는 수식어 덕분에 웅장하고 신비롭고 장엄한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는 스톤헨지는 영국 잉글랜드 남부 월트셔(Wiltshire) 솔즈베리(Salisbury) 평원에 세워진 영국 선사 시대 거석 기념물로써, 영국의 선사 시대 역사를 알려주는 아주 중요한 고대 유적이다.


< 잉글랜드 솔즈베리 평원에 자리한 스톤헨지 위치 (출처 : 구글 지도) >


< '잉글리쉬 헤리티지'로 지정된 스톤헨지 >



그 유명한 스톤헨지가 마침 바스(Bath)에서 차로 한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기에, 가을이 오는 어느 주말 나는 가족들과 영국의 불가사의를 만나러 솔즈베리로 향했다.






솔즈베리 평원에 우뚝 솟아 있다는 스톤헨지는 거기까지 가는 길도 허허벌판이었다. 덕분에 평화롭고 드넓은 영국의 들판을 맘껏 구경했다. 영국에서 지내면서 이국적이라고 느꼈던 점들이 수없이 많지만, 특히나 나는 영국의 지방 도로를 달릴 때 차창으로 보이는 이 드넓은 풍경에서 ‘이국적’이라는 단어를 자주 떠올리곤 했다.


< 스톤헨지로 가는 길 > 


고향이 부산인 나는 일 년에 최소 여섯 번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렸다. 그때 창밖으로 보이는 우리나라의 산세는 정말 아름답다. 특히 계절마다 색을 달리하는,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의 산은 어느 풍경화 못지 않다. 그 풍경화 속에는 내내 산이 있다. 산과 산이 이어져 구불구불 달린다.


반면 영국의 차 창밖 풍경은 대체로 산이 없다. 있어도 구릉 정도의 완만한 언덕, 혹은 얕은 야산 같은 느낌. 저 멀리 땅 끝까지 들판이 뻗어 하늘과 맞닿은 지평선은, 우리나라의 거칠고 가파른 산세와 달리 어쩐지 윤택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들판 위에 군데군데 무리지어 서 있는 나무들의 집합은, 그 긴 세월 영어 공부를 해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던 영어 단어 ‘Woods(Forest가 숲이라면 Woods는 대체 왜 필요한가!)의 이미지를 실감하게 해 주었다.


< 스톤헨지로 가는 차 안에서 바라본 창밖 풍경 >




네비게이션이 우리의 목적지라고 알려준 스톤헨지에 도착했다. 넓은 주차장과 그 옆에 낮은 건물이 보였다. 인터넷에서 스톤헨지를 검색하면 나오는 세로로 길게 세워진 큰 바위 띠들은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지 않았다.


주차장 옆의 건물이 스톤헨지의 안내 센터(Visitor Centre라고 불린다)로, 스톤헨지 입장을 관리하며 스톤헨지에 대해 설명하는 작은 전시관도 운영하고 있었다. 진짜 스톤헨지는 이 센터에서 정해진 시간마다 운영하는 셔틀 버스를 타고 솔즈베리 평원을 더 달려가야 볼 수 있다.

스톤헨지가 허허벌판인 점을 감안해 센터 내에 매점과 카페도 마련되어 있고, 이런 인기 유적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념품샵까지 있어, 일당백의 역할을 하고 있는 안내 센터였다.


< 스톤헨지 안내 센터(Visitor Centre) 전경 (출처 : 잉글리시 헤리티지 웹사이트) >
< 스톤헨지 안내 센터 내 여러 공간들 - 전시관/카페/기념품 샵 등 (출처 : 잉글리시 헤리티지 웹사이트 및 구글) >



건물 외부에도 선사 시대 가옥 모형이나 스톤헨지의 돌을 운반하는데 이용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도구 등의 모형이 있어서 버스 출발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구경하기에 좋았다. 앞에서 설명한 스톤헨지에 관한 작은 전시관도 진짜 스톤헨지를 보러 가기 전, 스톤헨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으니 관람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  스톤헨지 안내 센터 외부에 마련된 선사 시대 체험 존 - 아이들이 스톤헨지에 쓰인 무게의 돌을 열심히 당겨 보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하. >



스톤헨지는 늘 인기가 많은 곳이므로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 좋은데,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예약할 수 있다. 입장료는 성인 1인 기준 비수기에 22파운드(약 3만원), 성수기엔 30파운드(약 5만원)로 저렴한 편은 아니다. 스톤헨지 공식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예약을 하면 할인이 되고, 그외 여행사 티켓 예약 사이트 등을 통해서도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것 같으니, 미리 알아보고 예약을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더하여, 일반 여행자에게는 유용한 정보는 아니겠으나 영국에 길게 체류하는 사람들을 위한 팁을 남기자면, ‘잉글리쉬 헤리티지(English Heritage, 영국의 역사적인 유산을 관리하는 자선 단체로, 가입비가 성인 1인 기준 월 6파운드, 연간 72파운드 수준)’ 회원이면 스톤헨지 입장이 무료다. 또한 잉글리쉬 헤리티지와 유사한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 보존 가치가 있는 자연이나 문화 자원을 확보/관리하는 자발적 시민 환경 운동 단체. 잉글리쉬 헤리티지와 유사한 회원가입제도가 있다)’ 회원이라도 스톤헨지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나는 내셔널 트러스트 패밀리 회원으로 가입해 스톤헨지를 무료로 관람했으며, 일 년 동안 영국의 많은 내셔널 트러스트 명소를 방문하면서 우리가 지불한 가입비 이상의 입장료와 주차료를 아꼈다.    


곧 셔틀 버스가 출발한다고 하니 여담은 여기서 그치고, 이제 진짜 스톤헨지를 만나 보자.







스톤헨지의 거대한 돌덩이들이 솔즈베리 평원 위에 세로로 우뚝 솟아 원을 그리고 서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처음 스톤헨지 안내 센터에 도착했을 때는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하고, 카페에서 늦은 점심을 먹을 때는 심지어 비까지 뿌렸는데, 천운이 내렸는지 셔틀을 타고 스톤헨지에 내리자 하늘이 맑게 갰다.



< 드넓은 솔즈베리 평원 위의 스톤헨지 >



스톤헨지는 우리나라에도 있는 고인돌처럼 커다란 돌로 만든 구조물이다. 그렇지만 3~4개의 돌로 이루어진 고인돌과 달리 규모가 크고, 원형의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스톤헨지의 본래 모습은 몇 겹의 거대한 원형의 형태였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현재는 이렇게 일부만 남아 있다.


< 조금 더 가까이에서 바라본 스톤헨지 >


< 스톤헨지 예상 복원 모형 (출처 : 아마존닷컴) >



3,000년 전에 세워져서 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까지 긴 시간 추가적으로 돌을 쌓고, 사용하였을 것으로 추측되는 스톤헨지의 정확한 용도는, 모든 선사 시대 유적들이 그렇듯, 아직도 논쟁 중에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수십 명의 뼈가 출토된 것으로 미루어 무덤, 묘지로써 신분의 위계를 보여줌과 동시에 죽은 자를 위한 공간으로 쓰였다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추측이지만, 또 스톤헨지의 범상치 않은 원형의 형태나, 스톤헨지에서 관측되는 해의 움직임의 규칙성 등에 비추어 천문학 그리고 종교적 용도로 쓰였던 곳이 아닐까 추측하는 의견도 많다.

어떤 의견이 됐든, 이 거석 기념물의 규모 등으로 보건대 단순한 고인돌 이상의 건축물로써 스톤헨지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동일하다.  


< 평균적으로 높이 4m, 무게 25톤인 스톤헨지의 돌 덩어리 >


스톤헨지의 용도(목적)와 함께 또 하나의 풀리지 않는 놀라움은, 평균적으로 높이가 4m, 무게가 25톤인 이 거대한 돌 덩어리들을 어떻게 이 허허벌판으로 가져와 세우기까지 했냐는 것이다. 학창시절 고인돌을 배울 때 교과서에서 많이 보았던 것처럼, 통나무들 위로 돌을 굴리거나 썰매를 이용했을 것이라는 게 주요 가설이지만, 스톤헨지를 구성하는 돌 중에는 성분 분석 결과 잉글랜드 옆 웨일즈에서 이동해 온 돌도 있다고 하니, 과연 교통수단도 없던 선사 시대에 어떻게 그 먼 거리 운반이 가능했는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 스톤헨지 돌 운반에 관한 가상도 (출처 : 잉글리시 헤리티지) >
< 거대한 돌덩어리를 굴려서 이동하기에는 스톤헨지와 너무 멀리 떨어진 웨일즈 >



명확하게 풀리지 않는 의문과 ‘세계 불가사의’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앞서 말했듯 ‘스톤헨지’ 하면 뭔가 거대하고 장엄하고, 성스럽고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 요즘 인터넷에서 ‘스톤헨지’를 검색하면 영국의 솔즈베리 평원의 스톤헨지 보다 더 많이 나오는 주얼리 브랜드도 이 느낌을 차용하고자, (그리고 아마도 원형의 형태에서 반지를 떠올리고) 이름을 따서 썼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직접 가까이 가서 보니, 오랫동안 들었던 이름이 주는 것만큼 거대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물론 개인적인 느낌이니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 동안의 스톤헨지의 명성은 내게 목이 꺾이게 올려다보는 거대함을 심어주었나 보다. 평균 높이가 4m인 실제 스톤헨지는 조금 고개를 들어 바라보면 되는 정도였다. 스톤헨지 서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스톤헨지를 빙 둘러 쳐 둔 보호줄이 없었다면 조금 더 고개를 꺾어 바라볼 수 있었을까?


과거 자료를 찾아보면 1970년대까지는 스톤헨지 서클 중앙까지 들어갈 수도 있고, 직접 만져볼 수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점차 침식과 붕괴의 위험이 감지되어 이후 스톤헨지 주변으로 접근을 제한하는 보호줄을 쳤고, 지금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봐야 한다. (인원이 제한된 별도의 체험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 시간에 스톤헨지 내부까지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자세한 것은 홈페이지 참고.) 조금 더 가까이 서서 실감나게 규모를 느끼고 싶은 아쉬움은 있었지만, 스톤헨지와 나의 목 건강을 위해서는 이 보호줄이 있는 편이 좋을 것이다.


< 스톤헨지를 빙 둘러 쳐진 보호줄 >



약간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탁 트인 초록 평원에 세워진 스톤헨지는 멋있었다. 스톤헨지 서클 안으로 들어가진 못해도 스톤헨지를 크게 한 바퀴 빙 둘러 걸으면, 구석구석 다른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스톤헨지의 여러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미 사진을 찍었는데 몇 발자국 가면 또 멋진 뷰가 나오고, 조금 더 가면 더 멋진 뷰가 나왔다. 덮어 놓고 찍다 보니 핸드폰 갤러리가 '들판에 세워진 돌 사진'으로 가득 차 버렸다는 슬픈 전설~~~ 하하.



< 다른 각도에서 찍은 스톤헨지. 비슷해 보이지만 돌의 모양이 다 다르다. >






스톤헨지 관람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햇볕이 점점 노랗게 힘을 잃어갔다. 스톤헨지의 노을도 엄청난 장관이라고 들었지만, 마지막 관람 시간 보다 늦게 노을이 지는 자연의 시간을 내가 어찌할 도리는 없었다.


< 스톤헨지를 떠나는 길 >


그래도 떠나는 길이 섭섭하지 않게, 영국 라디오에서 BTS의 노래가 흘러나와 온 가족이 K-pop의 위력을 경험하는 흥분의 시간을 가졌다. 곧 이어 차가 다니는 도로에 말을 탄 순찰대가 등장해 또 한 번 흥분에 휩싸이는 경험을 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또!)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던 경관님, How Lovely! Many Thanks!!


<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즐겁게 만들어준 라디오와 진짜 말을 탄 영국 경찰들 >



스톤헨지는 런던에서 멀지 않아서, 런던 근교의 윈저성, 그리고 내가 살았던 바스와 패키지로 묶어서 런던에서 당일치기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많다고 한다.

윈저성도, 바스도, 스톤헨지도, 영국에서 꽤 긴 기간을 지내며 한 곳, 한 곳 여유 있게 여행을 한 사람의 욕심으로는 각각 하루, 특히 바스는 그 이상의 시간을 온전히 내어 여행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들이라고 생각하지만, 없는 시간을 쪼개어 떠난 여행의 희소함과 짧은 시간 안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곳을 눈에 담아야 하는 짧은 여행자의 사정 또한 알기에, 기회가 된다면 런던 당일 여행 프로그램을 통해서라도 말로만 듣던 세계의 불가사의, 스톤헨지를 한 번 방문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런던 빼고 영국 여행] 잉글랜드, 솔즈베리 평원, 스톤헨지

드넓은 평원 위에 우뚝 솟은 영국의 불가사의, 스톤헨지 _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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