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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현지 Aug 01. 2024

‘해리 포터’가 탄생한 도시, 에든버러

[런던 빼고 영국 여행]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Edinburgh)


에든버러는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도시로, 에든버러 그 자체로도 유명한 관광지였지만, 조앤 롤링이 에든버러에 살면서 <해리 포터>를 이곳에서 집필한 이후, ‘해리 포터의 탄생지’로 더욱 유명해졌다.


에든버러는 영국 전체로 보면 북쪽의 스코틀랜드 지방, 스코틀랜드에서만 본다면 남동부 스코틀랜드에 위치하고 있다. 그나마 스코틀랜드의 다른 도시들에 비해 남쪽의 잉글랜드나 웨일즈에서 가기 가까운 도시지만, 그래도 런던에서 차로 가면 약 8~9시간 정도 걸린다. 기차를 타면 약 5시간 정도. 차를 타고 가면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중간에 있는 다른 도시를 여행하며 스코틀랜드까지 올라갈 수 있는 장점이 있고, 기차를 타면 당연히 빠르게 갈 수 있다.


< 런던에서 꽤 멀리 떨어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위치 (출처 : 구글 지도) >



운이 좋게도 나는 영국에 있는 동안 에든버러를 두 번 방문할 기회가 있어서 두 가지 방법을 다 이용해 보았는데, 이번 편에서는 그중 기차를 타고 에든버러를 찾은 여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한다. 기차로 가면, 우리의 소년 해리 포터가 호그와트 마법 학교로 향하던 그 설레는 걸음을 함께 할 수 있는데, 런던에서 에든버러로 가는 기차가 바로, ‘킹스크로스 역’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 해리 포터를 찾아 떠난 에든버러, 시작은 런던 킹스크로스(King’s Cross) 역

 

<해리 포터>를 오마주 하는 우리의 에든버러 여행은 런던에서부터 시작됐다. 런던 킹스크로스(King’s Cross) 역은 <해리 포터>에서 학생들이 호그와트 마법 학교로 가는 기차 ‘호그와트 익스프레스(Hogwarts Express)’를 타는 기차역이다. 물론 멋진 증기를 내뿜으며 달리는 붉은 증기기관차나, 9와 4분의 3승강장은, 머글(Muggle)인 우리들의 몫은 아니지만, 그래도 소설과 영화에서 마법의 세계로 향하는 그 기차역에 가 보는 것만으도 충분히 ‘해리 포터’에 동화될 수 있었다.


< '호그와트 익스프레스'가 출발하는 런던 킹스크로스 역 >


킹스크로스 역 안, 플랫폼 9와 10이 적힌 안내판이 보였다. 호그와트 익스프레스를 탈 수 있는 ‘9와 4분의 3 승강장’은 아마도 이 두 플랫폼 사이의 어디쯤에 있겠지만, 우리가 탈 에든버러행 기차는 플랫폼 0에서 출발했다.

해리와 론이 카트를 밀고 뛰어들었을 법한 색이 바랜 붉은 벽돌의 기둥이 보였다. 자기를 향해 달려오라고 우리에게 손짓하는 것 같았다. 머릿속으로는 백 번도 넘게 벽을 향해 돌진했지만, 다행히 정신을 잘 붙잡아 별다른 유혈사태 없이 ‘머글(Muggle)’들의 승강장을 찾아 걸어갔다.


< '9와 3/4 승강장'을 연상케하는 킹스크로스 역 내부 >



비록 ‘9와 3/4 승강장’ 근처에는 가 보지 못했지만, 킹스크로스 역에는 그 아쉬움을 달래며 ‘해리 포터’ 무드에 흠뻑 빠질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해리 포터> 기념품샵이다. 충분히 시간을 내어 방문한 킹스크로스 역에서 영화 소품 같은 기념품들을 찬찬히 구경하고, 하얀 올빼미 ‘헤드위그(Hedwig)’와 그리핀도르 목도리, 그리고 가장 중요한 ‘9와 3/4 승강장’ 티켓까지 마련했으니, <해리 포터>가 태어난 도시 ‘에든버러’로 떠날 채비는 완벽했다 하겠다.


< 킹스크로스 역 해리포터 기념품 샵 >


참고로, 기념품 샵 입구 옆에는 호그와트행 짐을 실은 카트가 벽을 뚫고 들어가는 순간을 재현한 포토 존도 있으니, 꼭 기차를 타고 에든버러까지 가지 않더라도 런던에 갔을 때 들러 보면 <해리 포터>의 분위기를 실물로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 마법 카트를 밀고가는 해리와 론(영화 장면) / 킹스크로스 역 내 해리 포터 포토 존 >



어느새 기차가 에든버러에 도착했다. 이제 가자, ‘호그와트 마법 학교’로!





// 절벽 위의 웅장한 ‘호그와트(Hogwarts)’를 상상하라, 에든버러 성(Edinburgh Castle)


에든버러 구도심(Old Town)의 메인 도로인 ‘로열 마일(Royal Mile)’ 가장 끝에 위치하고 있는 ‘에든버러 성(Edinburgh Castle)’은 6세기경 이 마을을 지키는 요새로 지어진 성으로써, 에든버러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이다. 로열 마일을 쭉 따라 걷다가 그 끝에서 만나는 에든버러 성도 멋있지만, 특히 로열 마일 보다 지대가 낮은 마을 아래쪽 거리에서 올려 다 보는 에든버러 성은 깎아지른 절벽 위에서 더욱 강직한 자태를 드러낸다.


< 깎아지른 절벽 위 웅장한 '에든버러 성' >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은 이 ‘에든버러 성’에서 ‘호그와트’를 상상했다고 한다.

처음 ‘에든버러 성’을 보았을 때, 특히 로열 마일을 쭉 따라 걸어 올라가서 에든버러 성을 만났을 때는 기대보다 작고 낮은 성의 규모에 ‘겨우 이 성이 호그와트의 모티브(Motive)라고?’ 하고 살짝 실망한 것이 사실이다.


< 처음 로열 마일 거리 끝에서 만난, 나지막한 에든버러 성 >


그러다 ‘에든버러 성’을 두 번 보고, 세 번 보고, 특히 절벽 위의 성을 가까이에서 또 먼 거리에서 바라볼수록 조앤 롤링이 ‘에든버러 성’ 위에 쌓아 올린 크고, 높고, 웅장한 ‘호그와트’가 보이기 시작했다. 작가가 상상의 세계 속에 ‘호그와트’를 완성하기까지 숱하게 지나다녔을 에든버러 길 위의 시간과 에든버러의 역사에 있어 ‘에든버러 성’이 가지고 있는 의미, 그리고 그 의미를 이어받은 호그와트의 필연까지.


< '칼튼 힐'에서 바라본 '에든버러 성' >


<해리 포터> 세계 속에서 ‘호그와트’는 어둠의 세력으로부터 마법 세계의 순수성, 특히 학생들을 지키는 ‘안전’의 상징이다. 오래 옛날, 에든버러 구도심의 가장 높은 곳, ‘로열 마일’의 절벽 끝에 홀로 서서, 마을을 뒤로 감싸고, 온종일 쉬지 않고 적들의 동태를 감시하며 이곳을 지켜온 ‘에든버러 성’처럼. 이 성에서 시작된 ‘호그와트’가 ‘해리 포터’에게 집과 같은 안식처가 되고, 마법 세계의 최후의 보루이자, 어둠의 마법사들을 물리치는 마지막 격전지가 된 것은 어쩌면 작가조차 거스를 수 없었을 필연적 서사가 아니었을까.


< 런던 근교 '해리 포터 스튜디오'에 있는 호그와트 마법학교 모형 >


그러니 <해리 포터>를 찾아 에든버러로 갈 때는 나처럼 첫인상에 섣불리 실망하지 말고, 작가의 상상력을 따라 빠르게 덫 칠 할 수 있는 마법의 붓을 준비해서 가자. 다음에 만나 볼 ‘빅토리아 스트리트(Victoria Street)’도 비슷한 느낌으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 ‘다이애건 앨리(Diagon Alley)’의 모티프가 된 빅토리아 스트리트(Victoria Street)


내가 에든버러 여행에서 가장 기대한 곳이 이곳 ‘빅토리아 스트리트(Victoria Street)였다. <해리 포터>에서 마법용품을 파는 상점가인 ‘다이애건 앨리(Diagon Alley)’의 모티브가 된 곳이며 실제로도 예쁘고 빈티지하고 기발한 상점들이 경사진 굽은 길을 따라 늘어서 있는 거리. ‘에든버러 성’처럼 이 거리 역시 <해리 포터>가 세상에 나오기 이전부터 예쁜 소품가게로 유명한 거리라고 했다.

특히 여행 전, 영국의 연말 분위기를 좀 더 충만하게 느끼기 위해 읽은 영국의 인기 로맨스소설 작가의 신작 소설 배경이 바로 이 에든버러, 빅토리아 스트리트였다. 심지어 크리스마스 시즌이었던 책 속의 빅토리아 스트리트는 예쁜 소품 가게들이 즐비하고, 마법 빗자루를 판매하는 기념품 가게도 있고, 늘 관광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주요 무대이자 주인공의 직장인 오래된 서점 입구의 빈티지한 크리스마스 기차 장식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을 만큼 사랑스러웠다.


< 해리 포터 영화 장면, 다이애건 앨리 >


< '빅토리아 스트리트' 거리명판과 이 거리를 주요 배경으로 하는 영국 로맨스 소설 >



너무 기대를 했던 탓일까? 빅토리아 스트리트 초입에 서서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일단, 무엇인가를 느끼기에 빅토리아 스트리트는 너무 짧았다. 영화 속 ‘다이애건 앨리’ 같은 ’구불구불’한 길이 아니라 작은 조각 케이크 끝의 둥근 ‘호’처럼 한 번 ‘구불’, 하면 길이 끝나 버렸다. 게다가 예쁜 거리의 전경을 눈에 담기에 길가에 주차된 차가 많았다. 알록달록한 몇몇의 가게와 건물 색이 예쁘긴 하지만 글쎄. 중간 중간 자리한 ‘마녀’와 ‘중세 기사’를 컨셉으로 한 가게들도 나의 눈을 압도할 정도의 존재감은 아니었다.


< 예상보다 짧고, 인상적이지 않았던 '빅토리아 스트리트' >



여기서 도대체 어떻게 ‘다이애건 앨리’를 찾으라는 것인가, 어리둥절한 내 눈 앞에 ‘짜~잔’ <해리 포터> 소품샵, ‘Museum’이 등장했다. 가게 이름 어디에도 ‘해리 포터’가 없지만, 입장하는 순간 1층부터 3층까지 ‘해리 포터’ 아이템들로 꽉 찬 가게였다.


< 해리 포터 소품샵 '뮤지엄(Museum)' >


특히, 입구에 진열된 진짜 스코틀랜드 산 나무를 깎아 만들었다는 나무 지팡이는 내가 본 해리 포터 아이템들 중에 최고! ‘아차’ 했으면 정신없이 지갑을 열 뻔한 것을, 한국 집에 이미 마법 지팡이가 4개나 있고, 저 지팡이를 산다고 내가 진짜 마법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냉철한 현실 직시와 30파운드가 한화로 5만원에 달한다는 냉정한 환율 계산 끝에 간신히 이성을 되찾고 가게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진짜 나무를 깎아 만든 '마법지팡이' >


소품샵 안은 빈 공간 없이 구석구석, 빼곡~하게 해리 포터와 관련된 물건을 보여주며 해리 포터 덕후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 해덕의 눈을 핑글핑글 돌아가게 만든 해리 포터 아이템들 >



가게 이름처럼 ‘작은 <해리 포터> 박물관’을 관람한 기분으로 가게를 나서며(이때 당연히 아이들 손에는 전리품(?)이 하나씩 들려 있다.), 빅토리아 스트리트를 다시 찬찬히 돌아보았다.

방금 본 소품들의 설득 때문인지, 아니면 에든버러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공간에 대한 당위성을 찾고 싶은 욕구 때문인지, 어쩐지 이 짧은 길에서 다이애건 앨리를 끌어낸 작가의 마음이 이해가 될 듯 말 듯 왈랑거렸다.


< 처음과 달리 '마법 감성'을 듬뿍 담아 반짝이는 빅토리아 스트리트 >


그때, 길 옆으로 가게와 가게 사이에 난 좁고 어두운 길이 눈에 들어왔다.


“엇!!! ‘녹턴 앨리(Knockturn Alley)’로 연결되는 길이닷!!!!!!!!”


< '녹턴 앨리'를 연상케 하는  골목길 >


녹턴 앨리는 다이애건 앨리 옆에 있는 어둠의 마법 거리로, 좁고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를 풍긴다. 로열 마일에서 수많은 좁은 통로, ‘클로즈(Close)’를 볼 때는 미처 생각지 못했는데, 이곳 빅토리아 스트리트에서 만난 클로즈는 영화 속 마법 거리를 연상시켰다.


< 영화 속 '녹턴 앨리'가 나오는 장면 >



이것을 인지하는 순간, 나의 눈 앞에 ‘빅토리아 스트리트’ 위로 ‘다이애건 앨리’가 펼쳐졌다. 조앤 롤링이 이곳에서 <해리 포터>의 문장 문장을 줄줄이 엮어 냈을 개연성이 전해져 가슴이 두근거렸다. 상상력이 발동되는 것은 긴 관찰로 다져진 인고의 시간 끝에, 반짝하고 맺히는 찰나의 순간이다. 우리는 <해리 포터>의 문장을 빌려 가상의 세계를 상상하지만, 아무 것도 없던 에든버러의 잿빛 하늘과 하얀 종이 위에서 한 세계를 빚어 낸 조앤 롤링은 실로 엄청난 상상력의 작가가 아닌가!

‘녹턴 앨리’를 연발하며 다소 흥분한 나를 보며, <해리 포터> ‘잘.알.못(잘 알지 못하는)’ 남편이 덤덤하게 말했다.


“그렇게 신기하면 저기 위에 뭐가 있는지 한 번 가 보자.”


이 작은 골목 계단을 지나 어둠의 마법사들이 득실거리는, 그래서 함부로 발 디디면 안되는, 호그와트 학생들에겐 금지된 곳. 나만의 ‘녹턴 앨리’로 가면 무엇이 있을지 상상하며, 긴장된 발걸음으로 빅토리아 스트리트 좁은 골목 계단에 발을 올렸다. 역시 에든버러는 <해리 포터>가 탄생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도시였다.




// 진짜 마법은 아마도 ‘선의(善意)’, 카페 엘리펀트 하우스(Elephant House)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라는 말처럼, 무명의 가난한 작가가 무수한 원고 투고와 거절 후에 극적으로 한 출판사를 만나 세계를 뒤흔드는 작품을 탄생시키고, 엄청난 명성과 부를 얻었다는 조앤 롤링의 일화는 너무도 유명하다. 그래서 간혹, 이 글을 쓰고 있는 ‘무명작가(=나)’의 미래에 대한 고뇌를 듣고 조앤 롤링의 스토리를 건네며 ‘혹시 모를’ 희망을 가지라는 사람들이 아주 간혹 있다. 솔직한 마음으로 그런 말을 들을 땐 속으로 ‘정말 <해리 포터>급 판타지 소설 같은 소리를 하는군’ 하고 생각하지만, 언젠가 진짜 내가 ‘유명작가’가 된다면 그들이 내게 보여준 선의의 응원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해리 포터>의 탄생지, 에든버러에는 오래 전 작은 카페에서 종일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글을 쓰는 무명작가에게 따가운 눈총이나 문전박대 대신, 때론 따뜻한 커피를 무료로 리필해 주며 응원을 전했던 선의를 아주 차고 넘치게 돌려받고 있는 카페가 있다.


< 조앤 롤링이 '해리 포터'를 집필한 카페 '엘리펀트 하우스' >


에든버러에 있는 카페 ‘엘리펀트 하우스(Elephant House)’는 조앤 롤링이 <해리 포터>를 집필한 카페로 유명하다. 이제는 에든버러 여행에서 필수 코스가 되었다 할 정도. 빈 자리가 없는 경우가 다반사고, 자칫하면 커피에 곁들일 케이크가 일찍 동나는 일도 있다고 한다.


이 카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해리 포터>의 성공으로 ‘진짜 행운’을 얻은 곳은 바로 이 ‘엘리펀트 하우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전세계 <해리 포터>의 팬들이 한번씩만 찾아와도 그 매출이 어마어마 할 텐데, 이젠 딱히 <해리 포터>를 좋아하지 않던 사람들도 에든버러에 가면 한 번씩은 가 보는 명소가 되었으니, 그 수익이 얼마나 될 것인가! 아마도 조앤 롤링에게 무료로 리필해준 커피값과 자릿세의 몇 백배는 물론이고, 이제 카페업을 종료해도 될 만큼 돈을 벌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라는 희박한 가능성 외에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이를 향한 작은 호의와 배려는 이렇게 엄청난 결과로 돌아왔다. 혹자는 조앤 롤링이 와서 글 좀 쓴 걸로 크게 기여한 것도 없는 카페가 호사를 누린다고 할지도 모르나, 제 잇속을 못 챙기는 사람을 지칭하는 ‘호구’라는 말이 유행하는 팍팍한 요즘 세상에서 작은 것이나마 대가 없는 선의를 베푸는 일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래서 ‘엘리펀트 하우스’의 유명세를 보면 따뜻한 선의가 보답을 받는 것 같아, 따뜻한 선의의 힘이 세상으로 스며드는 것 같아 훈훈하다. 서양 속담에 ‘낯선 이에게 친절하라, 그는 변장한 천사일지 모른다’라는 말이 있다. ‘엘리펀트 하우스’가 지금 누리는 행운은 ‘변장한 천사가 보답’하는 마법일지도 모르겠다.


< 해리 포터 '탄생지'!! 엘리펀트 하우스 >



‘엘리펀트 하우스’의 행운에 우리도 보이 되고자 이 카페를 방문하기로 한 날, 안타깝게도 우리에게는 행운이 찾아오지 않았다.

비교적 큰 도로 가에 있다는 ‘엘리펀트 하우스’를 이상하게 바로 찾지 못하고, 구글 지도 위에 표시된 카페 근처를 빙빙 돌기만 하다가 마침내 발견한 카페는, ‘이럴 수가!’ 문이 닫혀 있었다. 그냥 닫힌 정도가 아니라, 출입문을 포함한 모든 유리에 큰 나무 합판을 덫 대어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게 막혀 있었다. 그래서 그 앞을 지나면서도 카페인 줄 모르고 그냥 지나쳐버린 것이었다.


< 나무 판으로 완전히 닫힌 '엘리펀트 하우스' >


카페 벽에 붙은 안내문에 따르면 <해리 포터>의 탄생지 ‘엘리펀트 하우스’는 보수 공사로 휴업중이었다. 정확히는 4개월 전 카페 옆 가게에서 난 불이 ‘엘리펀트 하우스’까지 번져, 카페가 있는 건물이 전체적으로 보수 중이라고 했다. 에든버러까지 왔는데 ‘엘리펀트 하우스’를 못 보고 가야하다니, 조앤 롤링이 글을 썼을 자리에 앉아보지 못하고 가야하다니! 아쉬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


우리처럼 문 앞에서 돌아서는 아쉬운 마음을 어쩌지 못해 나무 합판에 흔적을 남기고 간 이들의 메세지가 여럿 보였다. 빠른 회복을 비는 깁스 위 응원 메시지처럼 우리도 빠른 재오픈을 염원하는 흔적을 하나 남기고 싶었지만, 펄쩍 뛰는 아이의 반대에 그만 두었다. 규칙을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이에게 남의 집 담벼락 낙서는 나쁜 일이고, 무엇보다 이곳은 꼬마 ‘해덕(해리 포터 덕후)’에게 신전과도 같은 곳이었으니 나무 합판조차 신성하게 지켜 주리라.


< 카페의 휴업 안내문과 닫힌 문짝에 안타까운 마음을 남기고 간 여행자A의 메세지 >


   

“내년 여름에 스코틀랜드 다른 지역 여행할 때 여기에 다시 한 번 와 보자.”


아직은 어렴풋하게 생각으로만 머물렀던 내년 여름 스코틀랜드 여행이었지만 실망한 아이의 표정을 보니 무조건 실행에 옮겨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내년 여름쯤에는 카페가 완전히 회복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아이에게 다음을 기약했다.


“진짜 여기 다시 올 꺼야? 진짜, 진짜? 그땐 열까?”


아이의 얼굴이 기대로 다시 밝아졌다.


약속대로 다음해 여름, 에든버러에 다시 방문했다. 엘리펀트 하우스는 그때까지도 문을 열지 않았고, (뭐든지 느린 것이 영국의 문화였지만, 예상보다 더욱 느렸다.;;;;) 우리는 다시 한번 ‘다음’을 기약하고 돌아왔다.


최근에 검색을 하니 엘리펀트 하우스가 영업을 재개했다고 한다. 우리가 약속한 ‘다음’을 실행하려면 꽤 많은 시간이 지나야겠지만, 어쨌든 다시 한번 에든버러를 방문할 이유가 생겼다.



< 우리의 '9와 3/4 승강장'은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 >



[런던 빼고 영국 여행]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Edinburgh)

‘해리 포터’가 탄생한 도시, 에든버러 _ 마침.




※ 이 글은 에든버러 여행 직후 브런치에 발행했던 에든버러 여행기를 수정하여 다시 올린 글입니다. '런던 빼고 영국 여행' 매거진을 통해 영국 여행 기록을 일원화 하기 위한 재발행이니, 이미 읽으셨던 구독자분들이 계시다면 양해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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