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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창완 May 23. 2023

엉터리 정치, 당신도 책임은 있다

[신중년 생존전략 1장-현실을 읽자]

정치랑 인연이 생길 지는 몰랐다. 그런데 우연히 인연이 생겼다. 2018년 봄이 올 때였다. 아는 형을 만났다. 

“너 나랑 선거 캠프에서 뛰어볼 생각없냐”

“경험없는데요. 괜찮아, 공보쪽에서 보도자료 쓰고, 스토리텔링하면 되는데, 니가 잘하는 분야야”     

맞았다. 평생 해온 일이 기자였고, 글쟁이 였으니 별 부담이 없었다. 추위가 누구러질 늦겨울부터 봄 꽃이 필 때까지 전남 나주와 순천에서 보내면서 지자체 선거를 같이했다. 전남은 고향이니 별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아쉽게 내가 지지하던 후보는 3명 가운데, 결선에 진출하지 못했고, 매화나무가 아름답던 선암사와 송광사를 돌아본 후 인천 집으로 복귀했다. 이후 시장 선거에 참여해 봤고, 2021년 7월부터는 더불어민주당 예비경선에서 한 후보의 공보팀장으로 역할을 했다. 정치의 오염된 부분을 굳이 볼 필요는 없었고, 기능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자원봉사로 참여했다.      


사실 내가 참여한 후보의 당선도 중요했지만, 내가 지지하는 당의 대선주자가 그 사람이 아니어야 하는 자기확신으로 참여한 느낌이 컸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는 본선에 가지 못했고, 나는 방외자가 됐다.      

내가 생각하는 정치는 상식이 있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었다. 나는 귀국한 지 얼마지나지 않은 2010년부터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고민만 한 것이 아니다. 외부 강의나 방송에서도 우리의 미래 먹거리를 찾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고 수없이 역설했다. 하지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고, 지금도 별반 차이가 없다.      


결국 정치, 특히 나라를 이끌어가는 이들이 이런 판단을 하고, 고민하고, 실행해야만 희망이 생긴다는 것은 명확했다.      

새로운 정부가 본격적인 역할을 하는 2023년을 대표하는 우리나라의 가장 큰 흐름은 무역적자 증가로 인한 경상수지의 악화다. 반년 넘게 적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반도체 수출이 회복되면, 금융이 안정을 찾으면 개선될 것이라 말한다.      

나는 2018년 10월 3일 KTV에서 방송된 '중국 얼마나 아시나요?'라는 강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 수출 45%가 중국 등 화교권이다. 그 현실을 즉시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몇년 후 반도체 수출을 못했을 때...한국의 경제가 어떻게 될까요. 굉장히 무서운 상상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대안을 찾지 않으면 안된다." 이 강의 뿐만 아니라 2010년 이후 강의에서 나는 대중국 수출 증가율 등을 바탕으로 미래 중국에 무엇을 팔 수 있을까를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관심을 갖지 않았다. 나는 그 가장 큰 근원에 정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작 <신중년이 온다>에서 나는 1980년대 초반 학번이 주도하는 정치는 이미 낡았으니, 변신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입장을 폈다. 지금 우리 정치권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진 세력은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후폭풍 속에 진행된 총선에서 정치권에 입성한 이들이다. 4월 15일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열린민주당’은 152석을 얻었고, 한나라당은 121석을 얻었다. 민노당(10석), 새천년민주당(9석) 등을 감안하면 국회에서 절대세력이 됐다. 이때 정봉주, 우원식, 우상호, 노웅래, 정청래, 이인영, 정성호, 최성, 최재성, 안민석, 백원우, 조정식, 이광재, 이상민, 복기왕, 한병도, 강기정, 조경태 등 젊은 민주화 운동 세대가 초선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하지만 근 20년이 지난 이 세대들은 초선에서 4선까지 경력이 늘면서 서서히 구태 정치에 물들어가고 있다. 반면에 필자가 신중년으로 부르는 1968년에서 1976년생은 정치권에 합류한 이들도 적지 않았지만, 그 존재감도 크지 않았다. 또 들어간 이들도 신구 세력간에 교량 역할을 하기 보다는 계파 정치에 일원으로 물들어갔다.      


결국 2022년 03월 9일에 치러진 제20대 대통령선거는 덜 혐오스러운 후보를 뽑는 이상한 선거라는 평가를 받는 상황이 됐다. 물론 선거가 끝난 후에도 이런 흐름은 전혀 바뀌지 않고, 여야는 서로 상대가 기괴한 집단이라는 싸움을 하는 상황이다.      


정치는 그 시대의 다양한 논쟁을 하는 장이자, 미래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하는 곳이다. 정치가 현실을 보지 못하고, 앞날을 읽지 못하면 미래는 암담하다. 1590년 정사 황윤길(黃允吉)은 부사 김성일(金誠一) 등과 함께 통신사로 일본을 방문했다. 일본의 관백(關伯) 풍신수길(豊臣秀吉) 등을 접견하고 온 그는 일본이 조선을 침략할 것이라 보고 대비를 권했다. 하지만 서인인 황윤길과 정치적 대척점에 있던 동인 김성일은 반대의 견해를 보여서, 조선은 대비하지 못했고, 2년 후 일본의 침략을 받아, 보름만에 한양이 함락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런 사태는 병자호란이나 경술국치, 한국전쟁, IMF 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국은 1987년 민주화 운동을 통해 민주주의의 본 괘도에 진입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정치는 제대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막말 정치나 파시즘에 가까운 생각을 가진 이들이 정치에 막강한 힘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기괴한 정치 세력이 주도하면서 젊은 층은 호불호에 따라 정치적 방랑자가 되는 일이 많아지고, 정치의 미래를 갈수록 암울해 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필자는 가끔 말한다.     

“극단에 있는 보수 후보를 찍는 이대남과 반대편에 있는 후보의 광팬을 자처해 개딸(개혁의 딸들의 간칭)이라는 평을 듣는 이대녀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정치가 풀어가야할 일들을 외면하면서 세상의 엔트로피는 쌓이고 있다. 일단 정치에 대한 혐오를 불러 일으켜 건전한 사고를 가진 이들이 정치를 외면하게 만든다. 또 앞서 말했듯이 나라의 미래를 내다보고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투입해야 할텐데, 이런 일은 외면하고, 당장 지역 민원을 챙기는 쪽지 예산에 열을 올린다. 3권 분리를 바탕으로 견제를 해야 할 행정부나 사법부와도 정당한 관계를 성립하지 못한다. 정보를 장악한 검찰이나 경찰 등은 이용해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정치의 부정적인 부분을 부각한다. 결국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필요에 따라 검찰 등은 국회의원으로 변모해 입법부에서도 주도권을 잡아가는 현상이 커진다. 결국 큰 시야가 없는 특정 그룹이 국가를 좌지우지하고, 국가는 위기를 향해 치닫게 된다.      

이런 책임은 결국 제대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이들에게 있다. 신중년은 향후 30년 넘게 우리나라 보통선거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정치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면 아이 세대를 망치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들의 노년의 희망마저 불살라버리는 악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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